[요즘 미국에선] 적의 적은 아군? Affirmative Action 소수약자 우대정책을 둘러싼 갈등

in #kr-usa6 years ago


며칠 전 나온 뉴스입니다.
美법무부 "소수집단 우대정책 반대, 아시아계 학생들 지지"
[원문: NEWSIS]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미국 법무부가 “대법원이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버드대학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라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주장?)

그리고 위의 SFFA가 하버드대학 측에 제기한 소송이란,
아시아계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 입학 사정 과정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하버드대학 소재지인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가한 소송을 말합니다.

얼핏 보면 대학의 학생 입학 사정 자율권에 대한 소송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다뤄지는 Affirmative Action 소수약자 우대정책이 있습니다.

위키 페이지 Affirmative action in the United States
에 따르면 소수약자 우대정책은 미국에서 논의된 지 100년이 훌쩍 넘으며, 20세기 중반에는 주로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에도 큰 역할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주로 명문 대학들의 입학 사정 정책에서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의 아시아계의 입장

에서 “Affirmative Action”은 사실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좋은 학교로 일컬어지는 Ivy League 사립학교들에서 아시아계는 SAT라고 하는 수능 비스무레한 시험에서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에 비해 평균 200점 정도는 더 얻어야만 입학될 가능성이 비슷해지니까요. 미국 내 인종 분포로 보자면 사실 아시안은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도 더 소수인데 입학 사정에선 오히려 차별을 받는다고 느껴지니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특히 중국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Affirmative Action에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중국 학생 대부분이 스파이라는 말이나 하고...


미국 대학 입장

에선 다양성 확보가 중요 과제입니다. 그리고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 나가 미국을 이끌어나갈(?) 자질을 봅니다. 그러니까 미국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SAT에서 좋은 점수 받는 것은 기본으로, 봉사 활동도 해야하고, 악기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본인의 리더쉽을 표현할 수 있는 대외 활동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대학이 보는 또 하나의 요소는 그 학생의 잠재력 입니다. 예를 들어, 부유한 가정에서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100을 이룬 학생과 빈민가에서 자라고 생활하며 90을 이룬 학생이 있다면, 뒤의 학생이 좋은 환경의 뒷받침이 있다면 120 또는 150을 이룰 수 있는 학생이라고 보는거죠.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딸이 곧 가게되는 저의 지인 A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이나 한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안 남자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어떤 정형화된 모습 (Stereo Type)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악기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운동은 (팀 스포츠에는 못 끼고) 테니스나 크로스 컨츄리, 수학 과학 잘하는, 이런 이미지죠. 그런데 대학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 풋볼 경기 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arching Band 만 하더라도 필요한 악기가 이십여가지에 달하고, 대학 스포츠 종목에는 온갖 게 다 있으니까요.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운동 선수거나 마칭밴드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런 정형화된 동양계 학생은 몇 명으로 충분하다는 거죠.


위 기사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소수 인종 우대정책의 폐기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시행해온 대학 소수집단 우대 정책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분입니다.

정부 부처에서까지 저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트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저러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고, 결국 트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미국인들이 Affirmation Action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그들이 아시안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을 해주는 걸까요?

아니겠죠.
트대통령을 지지하는 어떤 사람들에게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라는 구호가
Make (white) America(n) Great Again 으로 읽히고 있겠죠.

이러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에 뺏기고 있는데, 그 배경이 되는 Affirmation Action을 수정 또는 폐기하기 위한 좋은 빌미죠. 이번 아시안 학생들의 소송은요.


실제로 Ivy League 사립 학교들에서 인종별 분포를 보면

대략 백인 4-50%, 흑인 2-30%, 히스패닉 약 20%, 그리고 아시안은 10% 정도입니다. 물론 학교별로, 연도별로 변화가 있으니 대충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유명 사립학교들에 정말 인종별 쿼터가 정해져 있을까요? 혹시 학생 가족의 소득별 쿼터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저소득층 학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뽑힌다면 그 학생의 인종은 어떨까요?

여기에 Affirmation Action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도록 하는 통로인 셈이죠. 대학들은 이런 식으로 개천 용을 길러내는 걸 의무로 생각하고요.

물론 대학 입학 사정처럼 정원이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집단 A에 대한 호의는 다른 집단 B에 대한 배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만은 없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선 밀리고 있는 집단 B가 아시안인건 분명해 보이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그리고 제 자식들이 아시안인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제목엔 "적의 적"이라고 썼지만, 사실 전 아시안이라는 이해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Affirmative Action 자체를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이라는 철저한 약육강식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나마 뚫려있는 신분 상승의 기회니까요. 불만을 가진다면 불투명하다 못해 완전 깜깜 블랙 박스인 각 대학의 입학 사정 원칙에 불만일 순 있겠으나, 이 부분은 그냥 각 대학을 믿는거죠. 대학 스스로가 잘 알꺼에요. 공정하지 못한 학생 선발은 결국 10년 20년 후 대학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돌아올거라는 걸요.

보충 1.
백인 흑인 아시안으로만 나누지 않고, 유태인이라는 요소를 포함시키면, 인구 비율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은 학생 비율이 나옵니다. 이 부분 역시 하나의 공격 포인트죠.

보충 2.
유명 사립대의 경우 부모가 그 학교 출신이면 더 잘 봐주는 전통(?)이 있다네요. 이건 또 현체제를 공고하게 하는 역할을 하겠죠? 이렇게 보면 (어쩌면) 저소득층 쿼터는 그냥 생색내기 용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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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2의 경우 생각보다 가산점(?) 좀 된다고 하더라구요,,

위의 위키 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정말 꽤 되더군요.

진짜 쉽지 않은 문제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서...

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8/9/1]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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