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실니스트리아(Transilnistria)]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경비원이 나올라~ (feat. 벤데르 성과 몰도바의 문화 컨퍼런스에 몰래 잠입하다!)

in #kr-travel6 years ago

당신은 나보다 부유할 수 있으나, 자유로울 수 없다
You may be richer than me, but you will never be free like me



안녕하세요.
Capitalism에서 Humanism을 찾는 프로 노숙자,
@rbaggo 입니다.




오늘은 몰도바 3편, 동쪽 지역의 자치구인
트란실니스트리아(Transilnistria)의 여행기입니다.


(노란색으로 칠한 구역이 트란실니스트리아 입니다)

어제 예고해드린대로 오늘의 여행기는 트란실니스트리아의 벤데르 성과, 그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학회에 잠입(?!)한 이야기에요. 다소 모험적입니다.



여기는 벤데르(Bender) 문화회관입니다.

구글맵에서 주요 건물들을 둘러보기로 하고 향한 곳이에요. 건물의 양쪽 면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의 그림이 그려져있어요. 어떤 기능을 하는 건물일까 궁금해서 들어가봤어요. 1층 로비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입장료도 받고 있는 듯 했는데요. 저는 화장실에 갔다가, 궁금해서 저도 모르게...


조용조용히 강당으로 보이는 공간으로 이어진 문을 열고, 열린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는데!!! 문이 열리는 인기척을 느낀 저보다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모두 저를 쳐다봤어요. 그리고 표정에서 느껴지는...(뭐지...저 동양인은? 아마 동양인도 태어나서 저를 처음 봤을 수도 있어요. 이런 외진 나라에 동양인이 방문하는 경우는 많이 없으니깐요.) 앞에서 발표하시는 분은 무엇에 대한 얘기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리 듣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처음 보는 언어이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문화회관 건물에서 나오던 중, 몰도바에서 보기 어려운 영어 능통자 현지인 Anna를 만나게 됐어요. 위에서 열린 행사?에 잠입하였는데 무엇을 하는 것이냐? 물어보니 트란실니스트리아(Transilnistria) 문화에 대한 컨퍼런스를 한다고 했어요. 그들은 어떤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저도 매우 궁금했어요.

대부분의 큰 나라들로부터 국가 승인을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왠지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절이 떠올라서, 제가 여행한 국가들 수에 코소보나, 마케도니아 그리고 여기 트란실니스트리아도 포함하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독립 의지를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Anna는 문화회관 1층의 다른 공간을 보여줬는데요. 여기는 콘서트 홀과 같은 무대인 것 같아요.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을만한 화려한 조명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아참 화장실에 갔었는데, 손을 씻고 나오려는데, 휴지를 쓰는 사람들을 위하여 저렇게 준비를 해두었더라고요. 특이한 특징이 있다면, 몰도바 혹은 트란실니스트리아에서는 화장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보송보송한 질감의 휴지가 아니라, 꼭... 학교에서 가끔 쓰이는 회색빛 설문지(?)로 만든 것 같은 그런 휴지 질감이에요. 물론 그들의 생활 환경 그리고 수입이 워낙 낮은 것도 이유겠지만, 한국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우리는 많이 감사하고 살아야 되지 않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여기에는 옛 소련의 냄새가 많이 났었는데요. 역사 공부를 좀 하고 왔더라면 참 제 자신에게도 흥미를 줬을테고, 스팀잇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전해드릴 수도 있었을텐데.... 몰도바와 트란실니스트리아 이 쪽은 정말 아는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문화회관을 다 둘러보고는, 우크라이나로 떠나기 전에 구글맵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벤데르 성에 가기로 했어요. 성 입장료는 25 루블리이니까, 1.5유로 정도 되네요. 입장료는 매우 저렴한 편이었죠.

그러나!! 시장에서 털깔창을 사느나 가지고 있던 루블리를 다 써버린 것이 문제!!! 루마니아 이아시에서도 성에 입장할 입장료를 히치하이킹을 위한 장갑으로 써버려써 성에 잠입했는데요...! 그래도 외국인이니까 그냥 입장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매표소 직원에게 부탁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어요.


그런데 왠걸... 매표소 직원은 군인이었는데 열심히 일은 안 하고, 매표소 사무실에서 일은 안 하고 잠자고 있는 겁니다!! 근무 태만!! 잠자는 것을 깨우는게 미안해서(?) 입구를 슬쩍 지나쳐 들어와버렸습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악어떼가 나올라!!

입구에서 벤데르 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렇게 생간 폐기된 산업 공장을 지나와야 하는데요. 꼭 전쟁과 함께 폐허가 되어버린 버려진 공장 같았어요.


10분쯤 걸었더니 벤데르 성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흠 모험을 할만하군..멋져!!


좀 더 걷자, 입구가 보이고, 군인 1명이 있었는데, 혹시... 표 검사는 하나 안하나 조마조마!!! 다행히 하지는 않았고. 몇몇 현지 사람들이 보이긴 했지만, 저를 제외하고 4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성 안에는 옛날에 쓰던 투석기가 있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였어요 ㅎㅎ


성과 같이 있어서 볼 수 있는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첨탐?과 돔을 알루미늄과 같이 빛을 반사시키는 것으로 만들어서 황금빛 빛을 세상에 뿌리는 광경을 보았어요. 아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어요. 성이랑은 담으로 구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돌아오는 길, 이제 살금살금 매표소를 통과하여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매표소에서 자고 있었던 경비 군인이 기지개를 펴며 나오는게 아닌가. 아직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 매표소에 도착하기 전에 있던 나무나 건물 쪽에 외진 곳으로 숨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개 2마리가 나와서 짖어댔다 ㅜㅜ 헉... 순간 멘탈이 흔들렸다.

괜찮아... 침착하자 자연스럽게 ...

당황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경비를 위해 짖어대는 개와 놀아주는 풍경을 연출했다. 그리고는 입구 쪽으로 다가가니까 앞서 나를 발견한 경비가 매표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러시아어로

군인 : (러시아어)"표 샀었어?"
르바 : (바디 랭기지) "응?" (너 자고 있었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군인 : (러시아어)"아니야"
르바 : (영어)"미안, 러시아 몰라서"
군인 : (러시아어) "괜찮아"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내가 러시아어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자, 그냥 괜찮다며 나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벤데르 요새 잠입은 성공에 이른다!!


성 매표소 근처에 놓인 탱크와 깃발을 볼 수 있다. 트란실니스트리아 국기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탱크 앞쪽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비 같은 것과 활활 타고 있는 불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로 넘어가는 길.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히치하이킹을 통해 도착하므로 예상보다 늦어질 것 같다고, 미리 연락해두었지만, 오늘 내에 도착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급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히치하이킹 운전자는 내게 트란실니스트리아가 소수의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주유소를 보여주며, 여러 산업을 지배하고 있음을 설명해주었다.(삼성과 같은 기업이다.)

선물이라며 몰도바 1레이랑 트란실니스트리아 1 루블리를 주셨다. 트란실니스트리아의 작은 수도 도시인 티라스폴에 도착했는데, 볼 게 많았음에도!!! ㅠㅠ 그냥 지나쳐왔다. 운전자 아저씨는 티라스폴까지 데려다 주시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낯선 이방인을 위해, 35km 떨어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까지 데려다 주시고 떠나셨다.



*르바의 하루 경비

몰도바 (21 몰도바 레이 = 1 유로)
-버스 2 몰도바 레이
-히치하이킹 / from Chisinau to Bender

트란실니스트리아 (16.4 루블리 = 1 유로)
-0.74 환율로 몰도바 3 레이를 24 트란실니스트리아 루블리로 환전
-털 깔창 24 루블리(30 레이를 깎아서)
-컨퍼런스 Free
-Bender 성 입장료 Free
-히치하이킹 / from Bender to border, 1 몰도바 레이 / 1 트란실니스트리아 루블리를 드라이버가 선물로 주심

2000원쯤 씀!!


오늘의 여행기는 여기까지!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제발!


보팅/댓글/리스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르바미술관.jpg

스팀잇 내, 금손들의 그림을 보러 오세요 :D

[#kr-art] 르바 미술관 13회차

그림이 소개 된 작가님들의 그림에 대한 감상평을 정성껏 써주세요. 매주 감상평을 적어주신 리뷰어와 해당 그림을 그리신 작가분께 작가지원금을 지급합니다.


600-x.gif

저와 Ciapek을 그려주신 @zzoya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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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르바님! 여행기도 흥미롭지만 르바님이 여행을 하시면서
순간순간 깨닫는 생각들도 엿볼 수 있어 더 가치있게 느껴집니다.. ^^

재밌어요 르바님
어쩌다가 발표까지 참석하시고
어린 학생들 시선 집중!
성에는 잠입성공 ㅋㅋㅋㅋ
꿀잠자고 깨어나셔서 기분이 좋으셔서였을까요-

앗 제가 발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그러게요 ㅎㅎ 근무태만이 알려지는게 두려워서는 아니었을까요 ㅎㅎㅎ

Anna가 많은 도움을 주었군요!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전 영포자라~ ㅋㅋㅋㅋㅋ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여행을 하시는 르바님~ 참 부럽네요^^
성들이 참 근사하네요~ 별장으로 하나 구입해야겠네요~ ㅋㅋㅋ

저도 영어 잘 못 해요 ㅎㅎㅎ
그냥 기본만 하고 살아요;;ㅎㅎㅎㅎ
성 하나 사서 투석기 위에서 잠도 자고 그래보고 싶어요 ㅎㅎㅎ

성으로 가는 길과 하늘이 이쁜거 같아요.

하늘이 정말 이쁘죠?
흑...미세먼지 ㅠㅠ가 생각나네요...ㅠㅠ

2000원밖에 안쓰시다니 ㅎㅎㅎ
성공했네요 들판?에 성은 정말 영화속에서 나오는 곳같아요 ㅎㅎ
르바님이 침공하시는.....바이킹 드라마가 생각나네요 ㅎㅎ

들킬까봐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면서 봤어요. ㅎㅎㅎ
무사히 잠입 성공하셧네요. ㅎㅎㅎ

어쩔 수 없는 모험심이 몸 안에 남아 있나봐요...ㅎㅎ

2000원쯤으로 저렇게 스펙타클한 여행을 하시다니~역시 대단하십니다!!ㅋㅋ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은 상당히 낙후되어져 있는 시골지역같은 느낌이네요.

우왓~ 대단한 여행입니다...
전 휴지에 대한 감사함이 올라오네요 ^^;;

화장실 풍경이 정말 특이하네요 ㅋㅋㅋ 저 성은 사진을 잘 찍으신건지 지난포스팅때도 느꼈지만 너무 이뻐서 제돈주고 가도 아깝지 않을것 같아요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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