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세상 가장 힘들었던 호텔로의 이동

in #kr-travel8 years ago (edited)

살다보면 이런 저런 실수를 하게된다. 대부분 용서할 수 있지만 합이 100L인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한 시간동안 걷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그 실수를 내가 했다...

사연은 이렇다.

호수를 보고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 우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날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앞뒤로 크디 큰 배낭을 짊어졌지만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는 미리 한국에서 지도를 본 것도 한 몫했다. 5분이 걸린다는 구글지도를 믿고 우리는 흥얼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조금 더 가야해?"

얼마나 걸었을까... 형이 물어온다. 대충 나올 때가 됐는데 뭔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멀리서 기둥을 세우는 목공들이 있어 영어로 물어보니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이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은 저 멀리서 잡일하는 (아마도) 자기의 아들을 불러서 뭐라뭐라 한다. 젊은 아들에게 영어로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준다.

"형, 이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되나봐요"

"어, 그런거 같지? 좀만 더 걸어보지 뭐"

그리고 우리는 차도를 따라서 또 걸었다. 출발 할 때만 해도 바이칼에 대한 감상과 러시아의 느낌 등을 이야기하며 아주 신나게 걸었는데 이제는 둘 다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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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20분쯤 걸었을까? 말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서 머리와 등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호흡을 마치 100미터 이후에 숨을 고르듯이 하면서 걸어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 하지만 돌아가자니 또 20분을 걸어야 하고 나아가자니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모르겠고 택시를 잡자니 택시가 다니지를 않는 눈 앞이 깜깜해지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도저히 더 걸을 수는 없어서 길바닥에 짐을 내려놓고 쉬는데 종종걸음으로 오는 할머니와 딸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위에서 내려오신다.

"Where is the Baikal hotel?"

우린 따님이 대답해 주실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할머니께서 "러시아어"로 대답해 주셨다.

"무지에!!! 무지에!!!"

'무지에'가 뭔지 몰라도 입으로는 무지에를 계속 외치시고 손으로는 우회전을 틀라고 하는 사인을 보내신다.

"무지에? 무지하게 멀다는 뜻인가? 무~~~지에인건가? 니네 무식하다? 뭐지?"

우린 '무지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무지에에 대한 의문을 품은채 질문을 바꿔서 얼마나 머냐고 물었다. 의사소통이 되는듯 안되서 결국 손을 쭈왁~~ 벌려 '얼마나 먼가요?'에 대한 바디랭기지를 했다. 그리고 우린 할머니의 반응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벌린 팔 보다도 더 벌리시며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하시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셨기 때문이다...

택시가 있냐는 질문에는 "No!" 다른 영어는 하나도 못하셨지만 "No" 하나만큼은 정말 정확하게 발음하신다. 그리고는 힘내라는 포즈와 함께 따님과 종종걸음으로 사라지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명 5분거리라고 했는데 왜이렇게 멀은걸까?'

'이 동네 도보 5분은 우사인 볼트가 정속으로 쉬지않고 뛰었을 때 거린가?'

20분을 걷고 20분을 할머니와 대화를 한 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짜피 끝까지 걸어가는 것 밖에 없다. 다만, 속도를 얼마나 낼 것인지 휴식을 얼마나 취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무지에 원정대'란 이름을 급하게 만들고는 행군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20분 정도가 지나니 "바이칼 박물관"이 나타났다.

우리는 걸으면서 과연 무지에가 무엇일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했다. "러시아어는 라틴어 계열이므로 라틴어권에서 찾아야 한다." 는 형의 말에 따라 비슷한 영어단어는 다 불러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바이칼 박물관 앞에서 "Museum"이란 단어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렇다! 무지에는 바로 박물관(Museum)이었다!!

우리가 무지에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는 것은 우리가 다 왔다는 소리다. 다 합해서 약 40분을 이를 악물고 걸어서 드디어 호텔 근처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면 참 좋았겠지만 경치가 좋은 호텔들이 다 그렇듯 무식한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우린 분명 아늑하고 행복한 바이칼 호수를 맥주 마시며 여유롭게 보려고 왔는데 40분간 100리터 짐을 지고 행군을 하더니 이제는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지는 언덕을 네 발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기어코 걸어서 호텔 리셉션에 도착해서는 서로 얼싸안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세상 살면서 호텔에 도착하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다.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어서야 호텔 키를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와이파이가 들어오는 곳에서 구글지도를 다시 보고난 뒤, 나는 절대로 새벽에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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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5분... 도보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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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던 호텔 바이칼의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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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본 바이칼 호수. 내 두 번째 실수는 하루당 1000원 아낀다고 이 좋은 lake view 방이 아닌 mountain view를 잡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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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비얀카에 택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일반 차량들이 다 택시다. 수없이 많은 택시를 우린 돌려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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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골동네는 차량 수리가 어려워서 그냥 유리정도는 깨트리고 다닌다. 너무 놀라지 마시길... 몇 일 있다보면 정상적인 차가 더 의심스러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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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꼬치구이,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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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볶음밥, 쁠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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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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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에만 사는 물고기 오물. 진짜 이름이 쓰레기물의 그 '오물'입니다. 오물 또는 오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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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은 가격도 이 지역에 비해 비싸지만 (그래봐야 몇 천원) 맛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생선 비린내가 많이 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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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체력 소모가 심해서 2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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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매 힘드셨겠네요^^ 그래도 음식은 맛날 것 같아요

러시아 음식은 아주 맛있어요. 다만 위의 사진에 나온 리스트비얀카보다 도시가 더 맛있습니다. 여긴 우리와 다르게 시골이 도시보다 맛이 덜하더라고요.

러시아! 바이칼 호수! 언젠간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에요. 차로 5분 도보로 40분 ㅠㅜ 정말 고생하셨겠습니다.
조용히 와서 팔로 하고 가셨길래 저도 놀러와봤어요. 저는 독일의 미술관들을 방문했던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아직 한개밖에 못 올렸....)
재미난 글 많이 올려주실거 같아요. 팔로하고 가겠습니다 :)

앗 반갑고 감사합니다 :)
미술관 구경을 하는 것 같아서 잘 봤습니다.
저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녀와서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또 보러 와주세요~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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