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의 일주문을 보다.
완주는 이상한 곳이다. 여러번 갔지만 그 때마다 절을 하나씩 숨긴다. 이번에 화암사가 그랬고 저번엔 송광사가 그랬다.
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다 보니 그냥 발가는대로 찾아간다.
송광사라는 이름을 보고 여러번 지나쳤다. 순천 조계산 송광사가 있는데 아마도 완주에 있는 송광사는 아류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다.
이번에 굳이 송광사를 가보려고 마음먹은 것은 화암사를 가보지 못한 데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서 갔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다시 돌아와서보니 길가에 절이 있는게 아닌가?
위봉사도 그렇고 송광사도 그렇다. 이 절들은 자연에 있지만 산에 깃들여 있는 형상이 아니다.
내가 놀란 것은 완주의 송광사는 조계산의 송광사정도의 큰 규모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매우 오래된 고찰이었다는 점이다.
평지에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때 모두 다 홀라당 불이 났으리라는 추측을 했다. 가서보니 그랬다.
완주 송광사에서 제일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일주문이다. 일주문이 일품이다. 일주문이란 속세와 불가의 경계라고 한다. 지금 있는 일주문은 그냥 절의 대문과 같은 위치에 있다. 통상 절 건물 한참 앞쪽에 나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송광사의 일주문은 담벼락에 붙어서 마치 대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문은 매우 아름다웠다. 일주문이 아름답기로는 지리산 천은사가 제일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송광사의 일주문은 천은사의 일주문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 구성이 매우 다채롭고 다양했다.
대문과 같이 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냥 아무생각없이 지나가기 마련이다. 일주문은 사실 대문의 역할을 한다고 하기도 좀 애매한 점이 있다. 차들은 송광사 옆에 있는 주차장에 세우고 그냥 송광사 옆으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 마치 부처가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나온 것 처럼 옆으로 다닌다.
정작 앞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으로 가려면 벽을 타고 돌아가야 한다.
일주문에 가장 관심을 가질 것은 처마밑의 장식이다.
가장 가운데 용이 8자로 또아리를 튼 것 같은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처마양쪽으로는 화려한 나무장식들과 함께 봉황이 처마 제일 끝에 장식되어 있다.
아마도 봉황의 모습을 새겨놓을 것인데 내눈에는 그냥 수탉과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봉황이 아니고 수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주문을 지나쳤다.
송광사 일주문의 가장 핵심적인 모습은 8자 모양으로 또아리를 뜬 용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