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체벌
출처 : wikimedia.org
내가 어릴적엔 많이 맞으면서 컸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며, 형 동생들과 놀며, 잘못한 일들에 대한 벌로서 많이 맞았었다. 우리 사회는 체벌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이 혹은 힘이 있는 이에게 나의 육체를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암묵적 권한이 주어진다.
그 시절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행하지 않는 서구사회에 많이 놀랐었다. 그것이 어떻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냐 반문했었다. 아이들은 맞아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깔려 있었다.
점차 시간이 흘러 학교에서 체벌은 금지되었다. 군에서도 병사가 병사에 대한 체벌은 완전히 금지되었고, 간부에 의한 체벌도 직접적 신체적 고통을 위한 체벌은 금지되었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부모라 해서 아이들에게 일방적 체벌을 가할 수 없다. (아이가 부모의 물건은 아니기에...)
누군가는 이에 대해 잘못되었다 이야기한다. 체벌은 필요하고, 사람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 이 모든 생각의 출발은 일제와 군사독재 시절 우리의 뇌가 통제되며 굳어진 데에서 기인한다. 시대가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우리의 DNA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에게는 고3 여동생이 있다. 나이 차이가 꽤나 많이 나는 동생이기에, 이 아이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학창 시절과 간접 비교를 할 수 있다.
나는 남중과 남고를 나왔고, 두발은 항상 반삭발 상태였다. 거의 매일을 선생님께 불려가 맞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맞으면 맞을수록 더 사이는 틀어졌다. 그 당시 학교에는 소위 불량서클이나 뭐 여러 문제들이 알게 모르게 횡행했다.
현재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는 남녀 공학이다. 미술을 하는 친구라 예술 특성화반에 다닌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반이나 예고 아이들은 별나다. 반 친구들 중에는 목이나 혀에 피어싱을 하고 학교에 오기도 한다. 머리를 기르고, 염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생님은 목에 한 피어싱을 보고, 잘되었다 예쁘다 말한다. 이 이야기에 놀란 사람들 많을 것이다.
지금 체벌은 없다. 그래서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어떠할까? 학교에는 서클의 개념이 없다. 노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만, 분위기를 위협적으로 만들고 해치지 않는다. 선생들도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스킨쉽하고, 카톡이나 SNS를 같이 한다고 한다.
피어싱을 보며 욕하고, 통제하고, 때려야 교육인 것은 아니다. 나의 머리에 두피가 보여야 착한 학생이 아니다. 그 당시 그들은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것이 교육이라 말하였지만 그것은 단순 폭력일 뿐이었음을 지금 느낀다.
요새 동생과 나의 학창시절을 비교하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또한 그래도 세상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교사들이 힘들다. 세상의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권위가 사라짐은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이다.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다만 교권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교사들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때리지 못해서 교권이 떨어졌다는 말은 사실 얼마나 수치스러운 말인가.
세상이 점차 좋아짐을 느낀다. 우리는 가축이 아니기에 때려야 말을 듣는 존재들이 아니다. 세상이 점차 군부주의 폭력의 시대를 넘어 인권 하나 하나가 존중 받는 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구절로 마무리 지을까 한다. 이 글과 잘 어울리는 구절이다. 세상은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지만, 조금씩 진보하고 있음을 생각하며.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인지도 몰라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때 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 수 있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점차 크게 부풀어 조금씩 나선은 커지게 될거야
자료 참고
Nice post thanks for.sharing
나선이라 좋은 표현 같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도 어느 방향으로든 조금씩 발전하고 있나봅니다.
참 좋은표현이죠:) 마치 아무런 발전도 없는 것 같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29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때리고 줄 딱딱 맞추고 머리 빡빡 깍고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는 그렇게 안하면 혼났으니까요~
혼난 이유가 참..
좋은 밤 되세요 :)
동감합니다. 체벌이 약일때도 분명히 있긴 하겠죠. 하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면 더욱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저역시 젊지만 체벌이 남아있던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뺨도 맞고 어른의 풀스윙?으로 손바닥과 엉덩이도 맞아봤죠...
그런 류의 체벌이 사라진게 진짜 얼마 안되니까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