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

in #kr-science2 years ago (edited)

2022.07.26

할아버지를 기리며

나의 할아버지는 어려서 공부를 하고 싶어했는데 농사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셨다. 농사꾼의 자식으로 할아버지 본인이 첫째였기에 어린나이부터 일찍 농사일을 하여 동생들을 공부시켰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쳐 동생들과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소를 키우고 농사일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들을 다 대학보내고 아버지가 결혼하고 손자(나)가 태어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야 겨우 농사일을 다른이에게 넘기고 서울로 올라오셨다.

서울에 올라와서 할아버지는 경비 일을 하며 할머니는 청소부 일을 하며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이건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할아버지는 판타지와 무협지 그리고 역사책을 읽으며 시간을 많이 보내셨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가 내가 계속 공부하는 것을 응원했던 것은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공부를 내가 대신이라도 해달라는 뜻에서가 아닐까 싶다. (아주 어렸을 때 내가 할아버지가 읽던 책을 달라고 해서 옛날 사자성어와 중국 이야기 책을 받아냈고,그 책들을 몇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아직도 서울 집에 그 책들이 있을 것 이다. )

어제 오전 7시, 알림도 맞추지 않았는데 할아버지 발인 시각에 맞추어서 눈이 떠졌다. 3시간도 안 잔 상황에서 잠이 오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아직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아(밀첩접촉자) 방에서 그냥 지내며 하루를 쉴까 했지만 결국 일중독에 빠져 일만 하다가 하루가 갔다.

오늘도 또 꿈을 꿨다. 할머니 앞에서 할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고 펑펑 우는 꿈을 꾸었다. 내 스스로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가 코로나에 걸린 것도, 올해 1월부터 한번도 서울에 올라가지 못한것도 할아버지가 편찮으신데 일보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내서 올라갔어야 했는데.....

아버지와 동생과 통화를 하며 할아버지가 공부하는 것을 꿈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고교 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영재교육원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과학 이야기를 하고 과학자, 의사를 꿈꾸며 자랑을 했었는데, 결국 과학자가 된 나를 할아버지는 대견해 하셨을거라 믿는다.

태초에 모든 것은 에너지 덩어리였고, 에너지 덩어리는 다른말로 빛과도 동등하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광자 빛이 생성된다. 쌍생성과 쌍소멸의 과정을 살펴보면 빛이 electron 과 positiron 으로 입자와 반입자로 분해되기도 하고 electron 과 positron 이 만나 빛으로 electron 입자가 소멸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물질의 죽음은 빛으로 돌아갔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제 할아버지는 빛이 되어 우주의 한 일부로 돌아가셨다. 마침 우주 하니까 얼마전에 읽었던 @yhoh 님의 허블상수 글이 생각난다. 허블상수는 우주의 팽창속도를 알려주는 척도로 천문학과나 물리학과에서 바라보는 의미가 조금 다르지만 멀리 있는 은하일 수록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보여주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우주는 팽창 더 나아가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과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로 각각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빛의 속도는 일정하고, 물질은 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혼란을 주는 문구가 하나 있다.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방법은 사실 여러가지가 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이 없다는 것은 사실 더 정확히 말하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 시킬 수 없다는 말과 일치한다.

상대론 내용을 조금 이야기 해보면,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아주 유명한 쌍둥이 역설을 이야기로 들면 우주 여행을 하고 돌아온 쌍둥이 형제의 나이를 비교해보면 우주여행을 한 형제는 젊고 지구에 있는 상대는 늙어있다.

이를 초기 우주에 접목 시킬 수 있다. 초기 우주의 인플레이션 시기에 시공간의 위치에 따라 두 공간이 서로 "communicatie" 하지 않는 한(interaction, 정보를 교환 하지 않는 한) 상대적으로 빛보다 빠르게 보일 수 있다. [이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사용하지 않는 특수상대성 이론만 가지고 설명하는 논리이다]

또다른 설명으로는 locality 와 global 문제이다.

locally nothing can move faster than light, but globally it can!

여기서 일반상대성 이론이 들어간다. 특수상대성이론은 local theory 이고 일반상대성 이론은 global theory 이다.

일단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우리는 팽창하는 우주 속에 살고 있고, 은하와 은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우리 우주의 한 끝과 다른 끝을 비교하고 통상적인 속도를 측정해보자. 이렇게 측정된 우주의 팽창 속도는 통상적인 빛의 속도보다 빠른 값이 나온다. (사실 이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속도라고 보면 안된다. 일반적인 속도는 시공간이 fixed 된 것인데, 우주에서는 시공간이 fixed 되어 있지 않아서, 시공간 자체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

즉 이러한 이유로, global한 관점에서 우주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공간의 확장으로 인하여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

The restriction that "nothing can move faster than light" only applies to the motion of objects through space. The rate at which space itself expands — this speed-per-unit-distance — has no physical bounds on its upper limit. 참조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어떤 은하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멀어지고 있다고 말을 한다.

우리가 지금 우주의 끝을 향해 빛을 쏘아도 그 빛은 결코 우주의 끝을 도달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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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 늘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늘 죄송하고 아쉽고...
우주는 너무나도 크고 우리는 미약한 존재이지만
오늘도 또 이렇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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