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병원에서 겪은 무서운 이야기 -4.커튼-

in #kr-scar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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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웬만하면 반지하 같은 데에서는 살지 마라. 기가 허해서 그것들이 니한테 잘 붙는다.

병원 지하 2층의 갱의실은 빛이 없다. 한 낮이든 밤이든. 내가 가위 눌리기 전, 겁도 없이 혼자 갱의실에서 자던 때였다. 내가 처음 야간 근무를 섰기에 실장은 같이 근무할 남자애를 붙여 줬다. 우리는 환자의 피, 조직 샘플따위를 내려 주고 환자용 이불을 몰래 챙겨 갱의실로 내려왔다.

-형, 나 오늘 콜이 좀 많네.

야식을 다 먹기도 전에 콜 두개가 오고, 열두시까지 콜 열 번을 처리한 후배는 지쳐 보였다. 우리는 환자용 이불을 나눠 덮고 잠을 청했고 금방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는 지는 모르겠지만 콜이 또 울렸다. 후배의 콜이었지만 계속 자고 있어서 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기 11서인데요, 1113호 커튼좀 갈아 주세요. 환자가 피를 많이 묻혔네요.
-네, 지금 올라가요.

후배한테 생색내고 음료수나 얻어먹을 겸 받은 콜이었는데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커튼을 고리에서 싹 빼서 세탁물로 처리하고 새 커튼을 일일이 끼워줘야 했기 때문에, 후배를 깨웠다.

-야, 커튼 갈러 가자.

둘 다 비몽사몽간에 갱의실 안을 걸었다. 불 스위치는 신발장 옆이었기에 대충 방향만 짐작하며 나아갔다.

-에이, 시발. 커튼은 왜 쳤어.
스위치를 더듬어서 찾다가 커튼이 손에 엉켰다. 팔뚝에 이리저리 달라붙는 통에 짜증내며 팔을 흔들다가, 훅 제끼고 불을 켰다. 신발을 대충 꿰메신고 올라갔더니 1113호 커튼은 피범벅이었다.

수술한 환자가 마취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몸부림치다가, 링겔이 빠진 손을 커튼에 비벼대서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간호사들이 환자를 진정시키고 나서야 간이침대 위에 올라가 커튼을 갈 수 있었다.

후배가 침대에 올라가 고리와 십 분이 넘게 씨름하는 동안 나는 반쯤 졸며 간이침대를 붙들었다. 갈고 나서 음료수 하나를 뽑아주고 갱의실로 내려왔다.

-야, 갱의실에 커튼 치지 마. 스위치 찾기 힘들다.
-알았어요. 근데 나 오늘 안 쳤는데?
-그래? 그럼 누가 쳤지?

갱의실에 들어가서 커튼을 올려다봤는데. 나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커튼 없잖아요. 없는 커튼을 어떻게 쳐.

아닌데. 분명히 내가 커튼이 팔뚝에 걸려서 그거 떼내느라 고생했는데. 나는 팔뚝을 보았다.

팔뚝에는 긴 머리카락 한 가닥이 엉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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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덜덜 하네요 ㅎ........ 그런데 궁금한게 갱의실이 뭔가요? 저번에 물어보려다가 못물어봤네요 ㅎㅎ

갱의실이라 함은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장소입니다. 장판이 깔려있고 철제 사물함들이 가득하지요. 누워서 쉴 수도 있고 잘 수도 있는 장소입니다.

아... 상상이 되는 군요... 근데 저도 갱의실의 존재도 함께 궁금해 집니다.

휴게공간 + 탈의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창문 없는 좁은 내무반이라고 할까요?

흐흫 저는 이런걸 만들어 내진 못하지만 1년에 한두번 꿈을 꿀 때에 소름돋는 게 좀 있어요 ㅎㅎㅎㅎ 나중에 공유해도 되나요 ㅋㅋ

물론이죠. 공유는 물론이거니와 여행 가셔서 써먹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실화인거죠? ㄷㄷㄷ...

태그에 리얼을 붙이는 걸 깜빡했네요.

으... 시원해지네요 ㅠㅠㅋ

한여름 밤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헉 무서워요.... @lekang님 재밌는이야기들이많은 블로그네요~~팔로우하고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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