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병원에서 겪은 이야기 3 - 몽유병

이 이야기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옮기는 것 뿐입니다. 오래 전 내 삶으로 들어와 다시는 떠나지 않았던, 가장 친한 친구.

-귀신 이야기 하지 말랬잖아. 제발 내가 말하면 좀 들어. 너 그러다 진짜 큰일나.

나는 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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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존나 무서운 꿈을 꿨어요.
-뭔데.

야간에 콜이 없는 틈을 타 갱의실에서 잠을 자다, 앉아서 중얼거리는 후배의 말에 잠이 번뜩 깨는 느낌이었어요. 가위눌림 이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께름칙해서, 야간에 같이 근무하는 남자애가 없으면 그냥 병원 대기실의 의자에 누워서 잤어요. 하지만
같이 근무하는 김에 갱의실에서 잤는데, 후배의 몽유병이 도졌는지 이상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어요.

-그, 제가요. 10층 서병동 끝에 서 있구요. 거기서 가만히, 움직이지 못하고 10동을 보고 있는데요. 철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와요. 환자복을 입고, 머리를 앞뒤로 까딱- 까딱거리는데, 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서서, 고개만 그, 새처럼, 까딱거리면서 서 있어요.
-개꿈이야. 신경쓰지 마.

10동 병동은 폐쇄병동으로 정신질환자들이 잔뜩 입원해 있는 곳이었어요. 눈이 풀린 후배를 보며 소름은 돋았지만, 가벼운 몽유병이겠지 하고 그냥 넘겼죠. 하지만 증세가 가볍지 않았어요.

-형, 그 사람이 점점 앞으로 와요.
-뭐?

• 오늘은 1013호에요. 아직도 뒤통수만 보여요, 빡빡 깎은 머리에요. 너무 무서워요.

야간 근무를 하면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그 남자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며, 저는 네가 너무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렇다고 해줬습니다. 속으로는 걱정스러웠지요. 몽유병에서 꿈이 계속 이어지는 건 심각한 증세였으니까요. 하지만 낮에 일할 때에는 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10동에 갈 일이 있으면 조금 멈칫거리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지극히 정상이었어요.

문제는 야간 근무였습니다. 갱의실에서 야간 근무중에 자다 깨기만 하면 그 남자 이야기를 멍하니 털어놓았습니다. 오늘은 1015호에요. 오늘은 1017호에요. 근데 .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에요. 우리 동병동 환자일까요?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남자가 서서히 가까워질수록 저는 불안해졌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이제 흔들리는 뒤통수가 바로 앞 병실이라는 말에 저는 미친 듯이 불안해졌습니다. 걱정과 공포때문에 갱의실에서 자는 걸 극구 말렸고, 결국 같이 3층의 대기실 의자에서 같이 잠들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환자 꿈을 안 꾸겠지, 하면서요.

-형. 형.

의자에서 누워 자던 제 얼굴 바로 옆에, 후배의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어요. 후배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이 완전히 풀려 있었죠.

-나. 얼굴 봤어요.
-뭐, 어쨌는데.
-아니에요. 환자가 아니에요.
-그럼 누군데?
-저에요. 저라구요.

저에요. 저였어요. 그 말을 남기고는 후배는 비틀거리며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저는 따라가려 했지만 콜이 울렸고, 사망 환자가 발생, 블루코드가 떠서 밤새 일하느라 후배를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몽유병이 너무 심한 거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일을 했습니다. 아침에 환자들을 데리고 엑스레이를 찍으려다가 후배와 다시 마주쳤어요.

후배는 완전히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저는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무서워서 그냥 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주쯤 지났을까, 저는 문득 떠올라 물어봤습니다.

-너 이제 꿈은 안 꿔?

-무슨 꿈이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후배의 얼굴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