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상담 수퍼비전

in #kr-psychology8 years ago (edited)

이번 수퍼비전에서 세 가지를 배웠다.

1)에피소드를 깊게 파고들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피상적으로, 내담자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넘어간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해지는 것일 수 있다고. 내담자의 말에 조리가 없고, 단편적인 생각들이 나열하듯 이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수퍼바이저는 내가 내담자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 느껴지지만 이해를 한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았다. 상담 당시에 구체적으로 이해하진 못 했었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여겼는데, 그것도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담자가 두루뭉술하게 파편적으로 말하고 있어서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탐색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2)즉시성(immediacy): 즉시성은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자신, 내담자 혹은 치료적 관계에 대해 즉각적인 감정을 상담자가 표면화하는 것이다. - 상담의 기술, 319쪽.

이번 상담의 고충 중 하나는 내담자가 상담자의 말을 반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내담자의 말을 재진술할 때조차 그렇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부정적인 감정(ex 짜증)을 갖게 되고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 애쓰다가 내담자에게 집중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수퍼바이저는 그럴 때 차라리 '당신의 말을 다시 언급해 주었는데 아니라고 하니 내가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패턴 때문에 상처받는다.'고 솔직하게 상담자의 감정을 오픈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내담자는 자신의 반응 패턴을 모를 수 있고,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쩌면 상담자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내담자가 주요타인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그런 것일 수 있겠다고 했다(유사 역전이). 내담자가 무엇을 말했을 때 반박당하는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자기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확신하지 못 하게 된 것일 수 있겠다고 했다. 상담자가 짜증이 날 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다시 내담자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상담자 자신이 내담자와의 관게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적절하게 라벨링해줄 때 내담자 자신이 주요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감정을 라벨링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고 했다.

3)상담 목표 설정. 내담자와의 협의가 중요한데, 상담 초반에 내담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상담이 진행될수록 내담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는바, 목표가 달라질 때라도 이전 목표들이 어느 정도 달성이 되었는지 중간중간 점검하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퍼비전 비용이 10만 원이었지만 큰 배움을 얻었다. 책으로 알던 것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경험해 보고 그 경험에서 어려움을 겪어 보고 그 어려움에 관해 다른 전문가가 조언해 주는 것을 듣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배움이라 할 수 있다. 진짜 내 것이 되는 배움이라 해야 할까. 수퍼비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수퍼비전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배우는 바가 있었다. 특히 수퍼바이저가 자신의 설명이 어떻게 들리는지 상담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았다. 끝으로 병리적인 분석이 필요한 경우인데 애써 그런 가능성을 제쳐두려 하다 보니 사고가 깨지는 것을 놓쳤던 것 같다. 상담 장면에서도 당연히 판단과 분석이 때때로 필요함을 배웠다.

내년 2월까지만 일할 생각이라 내담자에게도 내년 2월 말까지 20회기 정도 한다고 얘기해 놓은 상태인데, 수퍼바이저는 기관을 나오더라도 이 내담자를 장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외부에서 상담하게 되면 유료상담이 될 텐데, 유료상담으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내담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안 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다고 했을 때 돈을 얼마를 받아야 할지도 고민이다. 상담심리사 2급에 준하여 5~6만 원을 받을지 아니면 실제 상담 능력은 수련생에 가까우니 2~3만 원을 받을지, 아니면 현재 기관에서 받는 시급 15000원을 받을지. 15000 열정 페이라... 슬픈 현실이다.

Sort:  

일단 만오천원은 절대 안 됩니다. 너무 적은 비용은 내담자에게 품을 덜 들이게 해요. 상담 경력이 적다 해도 이 일에 드는 에너지는 결단코 만오천원보단 많습니다.

맞아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기관에서 @slowdive14 님께 지출하는 비용이 시급 15000원이 전부는 아닐테니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시급 15000원으로 계산하신다고 해도 준비하고 정리하시는 시간도 고려하면 2~3만원은 훌쩍 넘어가지 않을까요..?

예 3~4만 원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데, 만약 내담자가 상담을 하겠다고 하고 부모도 동의하는 경우, 한 번 가격이 정해지면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담일을 하시는군요^^
잘 몰라서;;
편안한 수요일 오후 되세요~

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리없는 내담자를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는 건 힘든 일일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의 에피소드도 이해하려면 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심지어 조리없는 내담자라니! 슈퍼비전이 좀 도움이 됐다면 좋겠네요. 메타인지를 돈 주고 사는 셈인가...

역시 심리학은 어렵고 이 글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렵구나, 하며 제 스스로 라벨링 해봅니다. 상담심리사 2급과 수련생 사이의 어딘가에서 돈을 받으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돈은 언제나 좋은 외부 동기니까요.

메타인지를 돈 주고 산다는 표현이 신박하면서도 적절해 보입니다 ㅋ 어쩌면 심리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사람이란 참 모를 존재라는 걸 알려주는 학문 같습니다. 저도 가격은 그 사이가 적절할 것 같은데 제 향후 거취가 불분명해서 선뜻 이 내담자를 끌고 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네요. 요즘 뜸하신 가운데 귀한 덧글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97
BTC 63913.01
ETH 1840.96
USDT 1.00
SBD 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