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심리학] 스물세번째. 말을 하지 않는 아이 - 그림책 '잘가, 나의 비밀 친구'

in #kr-psychology7 years ago

1일1심리학.JPG

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오늘도 돌아온 1일1심리학!그리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그림책 이야기!
이번에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그웬 스트라우스가 쓰고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잘가, 나의 비밀친구 입니다:)

샤갈의 그림이 생각나는 책 표지네요ㅎㅎ
밤에 잠옷을 입고, 근데 히어로처럼 분장을 하고 어디를 날아가는 걸까요!


주인공 에릭은 말을 하지 않는 친구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벙어리 에릭이라고 부르죠.
에릭은 말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는대요.
대신 비밀 친구가 말을 해줍니다. 악몽을 꿀 때는 이 비밀 친구가 꿈 속의 괴물들을 쫓아내주기도 해요.

(두 그림 사이의 미묘한 변화, 눈치채셨나요?
이런 숨은 그림 찾기(?)가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의 묘미이지요ㅎㅎ)

어느 날, 에릭은 자신이 말이 없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마샤를 만납니다.
마샤는 놀리지도, 일부러 말을 걸지도, 이상한 질문을 하지도 않았어요.
말을 시키지 않으니 비밀 친구가 대신 말을 해 줄 필요도 없었어요.
둘은 아주 신나게 놀고, 에릭은 꽥꽥 소리도 지르고 앵무새 연도 함께 날리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에릭은 자신의 비밀 친구가 사라진 걸 깨닫게 됩니다.


에릭처럼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요.
단순히 부끄러워서일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해서 그럴 수도 있고, 삐졌거나, 화가 났거나, 등등 많은 이유가 있을 거에요.
저도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뭔가 실수할까봐, 아니면 그냥 남들에게 평가 받는 게 두려워서 말을 더 아끼곤 합니다.
에릭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대신 에릭에게는 용감하게 자신을 대신해 말을 해 줄 비밀친구가 있지요.
망토와 가면, 모자까지 갖춘 마치 히어로와 같은 비밀 친구요.
하기 싫다, 저리 가, 이렇게 해 줘 같이 하기 어려운 말은 이 친구가 다 해줍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오는 많은 문제들 중에 책을 읽으며 떠오른 건 불안장애에 속하는 선택적 함구증이었습니다.
(참고 : 이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는 아이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10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해요.)
말 하는 것에 어떤 장애가 없고 지식이 부족하거나 언어발달이 느린 것도 아니지만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일관되게 1개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때, 그래서 학습이나 사회적 소통 등이 방해 받을 때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DSM-5 진단기준 참고)
사회적인 상황(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에서 자기가 뭔가 실수해서 당황하게 될까봐 불안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샤가 굉장히 치료자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릭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를 이상하게 보지도 않고, 묻거나 말을 시키지도 않고
이를 그냥 에릭이라는 존재 그대로 받아주는 모습이 꼭 치료자 같았습니다.
마샤와 놀고 난 뒤에 비밀 친구가 사라져버려서 에릭이 한 차례 감정적 동요를 겪는데
그 때도 마샤는 그 자리에서 에릭을 기다려 주고 있어요. 마치 치료자처럼요.
글을 쓴 그웬 스트라우스는 아동심리치료에 대해 뭔가를 알고 계셨을까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말 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마샤처럼, 그냥 그대로 받아주고 조금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만났던 아이 중, 말을 트기까지 7번 이상의 만남이 필요했던 아이도 생각나네요.
선택적 함구증은 아니었고 그냥 낯가림이 심한 친구여서 시간이 좀 걸렸었어요.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말 안 하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그대로 받아주라고 해주셨던 말씀도 생각납니다.
억지로 말을 유도하면 오히려 더 불안할 수도 있다구요.
그렇습니다. 아이의 거리감을 존중해주고, 말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그러면 아이가 불안을 좀 내려놓고, 관계를 맺고 소통할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이젠 비밀 친구 없이도, 앵무새 연 없이도 말을 할 수 있는 에릭.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기쁨, 친구를 사귀는 기쁨도 알게 되겠지요!

그럼 오늘의 1일 1심리학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 함께 건강하게 발달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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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이중인격이 떠오르네요. 자기 최면 종류 같은거..
저도 머리속에 말도 안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하는데
그런게 실체화 되면 어떨까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본 재밌는 영화가 있었는데 스피어라고..
자기 상상대로 정말 될 경우,
나쁜 상상을 안할 수가 없는 사람의 특성상
거의 재앙이 되어버리죠.
....
완전 삼천포로 빠졌네요-0-;

어린 아이들에겐 다들 저런 상상친구?는 정상적으로 거치는 단계인 것 같아요ㅎㅎ어른이 그러면 조금... 말이 다르겠지만요...ㅎㅎ 스피어라는 영화는 저도 챙겨봐야겠군요!

앤서니 브라운 책 저도 아이들 많이 읽어줬어요. 아는 작가 나오니 반갑네요. :) 꼬마곰 나오는 거랑 침팬지 나오는 거 등등. 뒷배경의 그림들이 미묘하게 달라지죠. ㅎㅎㅎ

브리님도 아시는군요>_ < 앤서니 브라운 책은 이야기 할 거리가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처음 알게 된 단어네요. 선택적 함구증...
저희 아이들은 정반대에 해당하는 성격들이라..크게 고민해보지 못한 주제이긴 하군요.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ㅎㅎㅎㅎ 맞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는 아이는 극히 드물겠지만, 부끄러워서 혹은 당황스러워서,
아니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무서워서 등등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있지요ㅎㅎ

그러네요. 마샤가 치료선생님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옆에 있어주고.. 기다려주고..
이런것들이 아이를 안정되게 하는것 같아요.
아주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아이들 옆에 있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참 많은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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