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함의 기준

친구가 가톨릭 신부다. 달포 정도 같이 지내고 있다. 오랫동안 교우를 해왔기 때문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는 점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끊임없이 무엇이 옳은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절제하는 삶이라는 것이 힘들구나하는 것도 옆에서 보고 알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데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나보다 고민의 수위가 높았다.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이 사제이기 때문에 저어하는 것을 보면서 성직자의 삶은 나와 같은 범인과 차이가 많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친구가 삶을 살아가는 기준은 보통사람들 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도덕률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국이 상고하겠다는 발언을 보면서였다.

조국은 상고의 이유로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의 능력을 들었다. 미국의 법정 영화와 드라머에서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능력으로 인해 살인자가 풀려나는 경우를 보았다. 살인자가 웃으면서 법정을 나가는데 수사관과 검사가 억울하고 화가 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말이다.

법률가들이 정치전면에 많이 나서면서 정치인들의 도덕적 기준이 매우 낮아졌다. 아니 정치인에게는 이제 도덕적 기준이란것은 현재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요즘의 정치인에게 그들의 행동기준은 오로지 법이 되어 버렸다.

법이란 범죄인과 범죄인 아닌 사람을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다. 인간으로 대접받고 사회에 속해 살기 위한 최소한이 기준이 정치인이 살아가는 삶의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인의 통치를 받고 사는 한국의 인민대중은 개돼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겨우 인간의 기준을 충족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일 수가 있겠는가? 그저 개돼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인민대중이 개돼지가 되느냐 아니냐는 순전히 인민대중을 통치하는 정치인의 수준에 달려있다. 정치인의 도덕적 수준이 높으면 인민대중도 개돼지를 면하고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국이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로 인해 무죄를 받는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조국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죄임이 분명해도 그것을 입증할 증거가 불확실할 뿐이다. 그가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능력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유죄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죄임은 인정하지만 증거의 수집이 불법적이니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죄의 종류도 중요하다. 정치를 하면 법을 어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탁도 해야하고 정치자금 문제는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라고 한다. 권력의 부당함과 맞서기 위한 불법은 정치인에게 훈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입시부정과 같은 범죄는 경우가 다르다. 보통사람이 입시부정을 했다면 그냥 처벌받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일국의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사람이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강력한 처벌로 앞으로 정치인이 된다거나 지도층 인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그럴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의 정치인 일부와 조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기준으로 그때를 재단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차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때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지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의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다.

사람이 모두 높은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면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봐서 자신이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되는 삶을 살지 못했으면 정치인을 하겠다고 나서서는 안되는 법이다.

서양에서 사회지도층 인사의 행동기준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전쟁이 나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제가 최선선에 가장 위험한 곳에 나선다. 우리는 사회지도층인사들이 최소한의 법의 기준도 지키지 않는다.

정치인이 내친구 신부님이 고민하는 삶의 반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고민하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