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혁명동지가’를 부를 권리를 보장하라 – 국가보안법 제7조를 무덤으로 보내야

in #kr-politics4 years ago

‘혁명동지가’를 부를 권리를 보장하라 – 국가보안법 제7조를 무덤으로 보내야
5월 14일 대법원은 옛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부른 현직 시의원 등에 대한 재판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을 이유로 유죄를 확정했다.
1심과 2심은 이 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찬양 및 동조한 것”이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이러한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이 반국가 단체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 및 조선의 수뇌를 찬양한 것이라 판단한 ‘혁명동지가’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동만주를 내달리며 시린 장벽을 넘어

진군하는 전사들의 붉은 발자국 잊지 못해

돌아보면 부끄러운 내 삶을 그들에 비기랴마는

뜨거웁게 부둥킨 동지 혁명의 별은 찬란해

몰아치는 미제에 맞서 분노의 심장을 달궈

변치말자 다진 맹세 너는 조국 나는 청년

1991년에 만들어져 학생운동권을 중심으로 많이 불렸던 투쟁가다. 이 노래를 만든 가수 백자는 사법부에 의견을 보내 가사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면서 결코 이적동조 및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하고자 한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그 가사의 의미가 공안기관과 사법부가 판단한 것처럼 조선과 그 수뇌에 대한 고무찬양의 의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 재판의 결과는 부당하다.

현행 헌법은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의 목적에 한정해야 하며, 국가의 안전 질서를 위협한다는 현실적이고 긴박한 위험이 있을 때 비로소 제한이 가능하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저 노래를 부른 것이 과연 어떠한 정도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협했다는 것인가? 사법부의 판단처럼 저 노래 한 곡을 부름으로써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쳤는가?

오히려 사법부의 판단이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이 되고 있다.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 되는 기본권의 보장이다. 사법부는 이러한 핵심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판결은 사법부 스스로가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기본권의 근간을 흔드는 최대의 위협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이렇게 강력하게 그 힘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사상의 자유가 매우 취약한 토대 위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혁명동지가와 같은 수준의 표현조차 용납할 수 없는 사회풍토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운운하는 것이 어이없을 지경이다.

시인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를 외칠 수 있어야 비로소 언론자유의 출발이 이루어진다고 갈파했다. 1960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은 아직도 ‘김일성 만세’는 커녕, 노랫말의 해석조차 사법부에 맡겨야 하는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랫말의 은유적 표현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지 못하고 오로지 국가기관의 유권해석에 의해서 획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질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칭하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국가보안법 제7조는 당장 삭제되어야만 한다. 아니 국가보안법체 자체를 이제는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야만 한다.

2020년 5월 18일
노동·정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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