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

꾹 참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한번 입을 열자 잠자코 있던 것들까지
줄줄이 줄줄이 내장을 뽑아 올린다
그 속에 가격표가 붙은 나도 있다
불록한 배를 다 내주고 나니
뒤뚱뒤뚱 지고 온 것들이 모두 남이다
여기저기 서로 뛰쳐나가려고
쑥숙 머리를 디밀다가 꾹꾹 안으로 숨다가
뒤죽박죽 한꺼번에 엎어진 것들
내팽개쳐진 광활한 사막이다
쭈글쭈글 횡횡 말리면서
댕그르르 구르면서
쓰레기통을 향해 투신이다
그렇게 처박힌 목숨을
바람의 모서리가 꾹꾹 짓밟고 간다
쑥쑥 찢어놓고 간다
너덜너덜 날개가 되어
가속도가 붙어
텅 빈 속에 또 잔뜩 바람을 넣고
빠르게 빠르게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