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2일 | 토미가 들려주는 삶 - 마지막편

in #kr-pet6 years ago (edited)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토미가 집에 있는 것만 같다.
보드랍던 털의 촉감을, 원하면 언제든 손끝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토미는 추석 연휴 초반에,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나는 다행히도 토미의 옆을 지켰다.
곧 만나자고
어디서든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막연하게,
죽음 이라는 것은
꽤나 슬픈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드라마에서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면
오열하고 쓰러지고 식음을 전폐하는 등의 영상들이
뒤죽박죽 머리 속에 저장되어있다.

더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운 감정이 슬픔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충분히 충분히 아주 오래 시간을 가지고 애도를 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죽음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죽음이 무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탄생도 죽음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사람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들 중에 하나다.
그런데 '죽음은 무서움'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 아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것이다.
실제도 나도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나가면 죽을 것 같아서.

토미가 가고 나서는 나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볍게,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그대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어디서 주워 듣고 본 것으로 내 감각과 감정을 왜곡시켜,
스스로를 파멸로 이르게 하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토미가 나에게 주는 아주 큰 마지막 이야기다.

토미가 살아온 것처럼
주어진 삶을 관조하고 있는 그대로를 감각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과 사물과 자연과 모든 것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 것이다.

토미
2000.07.07 -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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