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22일 | 토미가 들려주는 삶

in #kr-pet6 years ago (edited)

며칠전, 제리가 하늘로 간지 3주기였다.

토미의 아빠인 제리는 시골 할머니네서 내가 열 살이 되던 해에 우리집으로 왔다. 시골을 뛰놀다가 갑자기 집안에서만 지내라니 제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리는 기회만 되면 가출을 해서 우리 자매를 애타게 했다.
말년의 제리는 치매에 걸렸다. 그 와중에 독립을 하고 싶었던 나는 아픈 제리를 두고 집을 나와버렸다. 도망가고 싶었다. 소란스런 집으로부터, 죽어가는 제리로부터... 비겁했다. 나의 일부분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볼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결국 내 바램대로 제리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토미 옆을 지키려고 한다.
생명체는 태어나서 병들고 죽는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발가벗겨진다. 초라하다. 아, 오히려 평등하기 때문에 완전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너무 잘 배워서 그렇지 죽음은 그렇게 무섭고, 두렵고, 도망가고싶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쯤해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도 좋겠다. 어차피 태어난 거 죽음까지 초대해서 한바탕 놀다가 졸리면 한 명씩 한 명씩 집에 가서 쉬는 것이라 생각하겠다. 제리는 먼저 가서 잘 쉬고 있다. 나랑 토미는 집에 가기 전에 뭐 하고 놀지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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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에게 못해주신만큼 토미에게 더 많이 애정을 주시면 제리도 행복해할거예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은 피할수 없는 일이라 ㅠㅠ

네 맞아요. 죽음이 머~얼리 있다고 생각해서 자만하다가 막상 근처에 오니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힘이 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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