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15일 | 토미가 들려주는 삶

in #kr-pet6 years ago (edited)

요즘 토미는 밤에 헥헥대며 안절부절 못한다.

그 와중에 기운은 좋아져서 치덕대는 강도가 높아졌다. 침대에 올려달라고 해서 올려주면 내려간다고를 반복하니,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
어느날 새벽에도 잠에서 깨어난 토미는 헥헥거리며 온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리로 추측컨데 언니방문 앞에서 낑낑도 댔다가 안방가서 물도 먹었다가 부엌도 한바퀴 돌았다가 오줌도 누러 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안되겠군 싶어서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벌렁벌렁대는 토미를 번쩍 안아서 바깥 바람을 쐬게 해 줬다. 아주 고요한 새벽 4시. 차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바람은 차지도 덥지도 않았다. 덕분인지 토미는 점차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잠이 덜 깬 나는 눈을 감고 창틀에 기대서 토미의 소리를 읽는다. 괜찮아. 괜찮아, 토미.
내 귀에는 토미 숨소리와 5월의 봄비가 타닥타닥 내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눈을 감고 그 소리들을 감상한다. 빗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한음한음이 아쉽다. 자연 앞에 황송할 따름이다.
EBS에서 방영한 법정스님의 의자 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천식이 심했던 법정은 새벽마다 기침 때문에 깼는데 어느 순간 기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법정이 기침에게 고마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던 대자연의 고요가 이런 것이었을까.
3,4시간마다 잠에서 깼을 때는 도움이 필요한 토미 때문에 내가 참 고단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움을 느끼는 쪽은 나였다. 나를 낮추고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오르는 것이었다. 서로가 필요한 우리, 그리고 우릴 감싼 자연. 그 새벽은 내 남은 나날에 봄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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