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8일 | 토미가 들려주는 삶

in #kr-pet6 years ago (edited)

며칠 동안 토미를 돌봐주지 못해서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판교집에 와서 토미를 들어보니 몸이 가벼웠고 눈도 사경을 헤매듯이 게슴츠레했다. 잘 걷지도 못하고 딱 봐도 기운이 없어보였다.
주말 내내 토미 옆에서 돌봐주었다. 낮에 거의 자고 밤 12시쯤 일어나면 배가 고픈지 뭔가를 먹기 때문에 그때에 맞춰서 이것저것 시도해보아야 한다. 요가원 앞에 맛있는 빵집을 발견했는데 그 집 슈크림빵을 토미가 잘 먹는다. 나도 그 빵을 좋아하지만 토미에게 주려고 대단히 노력하여 참았다. 토미를 사랑하는 일은 좋아하는 빵도 참게 만든다.
기운이 없는 상황에서 토미는 슈크림 빵의 슈크림 부분을 중심으로 조금씩 받아먹었다. 빵과 슈크림의 비율이 7대 3은 되어야 먹었다. 아주 깐깐한 할아버지다. 그것도 몇 번 먹더니 고개를 돌린다.
잠을 잘 때 육체적으로 힘들다. 낮에 자놨던 토미는 밤에 쭉 자지 못한다. 3시간 간격으로 깨어나서 오줌을 누러가는데 문제는 화장실까지 못 참고 바닥에 눈다는 것이다. 3시간 동안 참았던 오줌이기 때문에 양이 많다. 그래서 토미가 새벽에 잠에서 깨면 나도 같이 일어나서 화장실에 데려다주거나 바닥에 눈 오줌을 바로 치워주어야 한다. 즉, 나도 풀잠을 못잔다.
나에게 잠은 슈크림빵처럼 사랑하는 존재이다. 그런 나에게 토미의 이런 패턴은 또 한번 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몽사몽한 상황에서 토미를 돌봐주고 다시 잠에 들면 왠지 모를 감정이 마음에 충전된다. 나를 희생해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차오르는 어떤 것 같은데 내 평생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히는 것보다 그 반대가 많았다. 토미가 나에게 이런 교훈을 주고 떠나려는 걸까. 모든 게 추측이지만 그렇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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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프네요. 제 강아지의 마지막은 아직 글로 못 쓸 것 같아요.

힘든 일이지만... 강아지가 저에게 준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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