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4] 비 오는 날의 드라이브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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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추적 비가 오는 날, 잠도 오지 않을 때

창가에 맺히는 빗방울을 보면

어딘가로 차를 끌고 나가고 싶어진다.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훌쩍 떠나는 그런 작은 여행.


한적한 호숫가라거나

천천히 달리는 국도 어딘가에서

조지 윈스턴, 유키 구라모토, 케빈 컨 같은 잔잔한 음악에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곁들이면

낮은 엔진음이 속삭이듯 내게 묻는다.


"멀리 왔다. 그치?"

그래, 하고 대답한다.

"왜 온거야?"

모르겠다. 그냥, 비가 내려서. 네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가야해."

알고 있다. 해가 밝기 전, 물방울에 번진 빛이 사그라들기 전에

나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그렇게 훌쩍 떠나는건 그만둬야해."

그래. 그래야지. 엑셀을 누르는 발에서 천천히 힘을 뺀다.

차는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조금씩 속도가 줄여간다.


"고마워."

빗방울 소리에 맞춰 박자를 두드리는 조지 윈스턴의 Autumn.

"가끔 기억해줘서. 잊지 않아서."

하지만 이제는 그만하려고. 이렇게 훌쩍 떠나는 작은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비가 오면."

생각날지도 모르지, 라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차는 완전히 멈춰섰다. 후드 위로 아지랑이처럼 열기가 피어오른다.


음악이 모두 끝나기 전,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온다.

침대에 누울 즈음에는 빗방울도 점점 가늘어져,

창문을 두드리던 소리도 함께 옅어져간다.

감은 두 눈, 희미해져가는 의식 너머로 나즈막히 들리는 목소리.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마음 한 구석, 빗방울에 씻기지 못한

그 작은 죄의식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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