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새숨을 불어넣는 군산 이당미술관

in #kr-pen8 years ago (edited)


2017년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군산여행.

목적지를 먼저 정한 것이 아니라, 어디든 떠나고픈 마음에 숙소를 먼저 정하고 우연히 선택하게 된 곳이 바로 군산이다. 이렇게 별 생각없이 떠난 여행지인 군산은 고심해서 고른 곳 보다 더 큰 만족감을 주는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근대시대로 돌아간 듯한 모습과 일본의 잔재로 남겨진 적산가옥은 슬픈 역사와 더불어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양면적인 분위기를 지녔다.

군산이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멈춰진 도시인 것은 아니었다. 도시 전체가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를 모두 허물고 새것을 쌓는 것이 아닌 말그대로 다시 살리는 재생. 새로운 관점들이 더해져 더 신선하고 독특한 이 도시만의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관광지 같지 않은 작고 조용한 이곳의 데시벨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군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중 한 곳을 소개해본다. 바로 이당미술관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이 철문을 굳게 닫혀있었고 바로 옆 작은 문엔 같은 이름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냥 돌아가야하나 고민하다 문 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오셔서 문을 열어주신다. 관장님이 아니실까 생각했다. 

문이 열리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사람들이 순식간에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고, 7-8명 남짓한 방문객들에게 이당미술관의 역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감각에 놀라게 된다. 

건물의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듯한 콘크리트와 오래된 타일이 뒤섞여있고,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에 철계단 위 2층 천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서울이나 부산, 제주 같은 대도시거나 힙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갤러리, 카페에서 보던 재생건축의 공간기획을 군산에서 보게될 줄은 몰랐었기에 더 놀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재생건축을 참 좋아한다. 새롭게 주목받는 공간으로 찾아보고 다녀보다가 어느새 나의 취향이 되기도 했는데, 오래된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움이 얹어지는 것도 좋고 그 새로움이 과거의 히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면 더욱 흥미가 있다.





이곳은 원래 '영화당'이라는 목욕탕이었다. 

타일의 흔적은 쓰임새가 목욕탕이었던 과거를 말해주고 있다. 동네주민들의 삶의 공간 중 하나였던 목욕탕은 시간이 흘러 문을 닫고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같은 곳으로 한동안 그 곳에 멈춰있었다. 그러다 2015년 문화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장소가 지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은 그 어떤 모던한 건축물 보다 감각적이고,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기획전시 기간은 아니었고 지난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 걸려져있는 듯 했다. 그게 조금 아쉬웠는데, 전시기간에 맞춰 군산을 다시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나 실험적인 전시 주제들이 좀 더 활발하게 다루어져도 이곳과 꽤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간이 너무나 멋스러운 만큼 좀 더 활성화되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이 생긴다.





이곳의 화룡점정이 되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공간.

벽 한쪽에는 군산이 고향인 시인 고은의 시가 서예작품으로 걸려있고 창가엔 하늘색 커튼이 쳐져있다.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철제슬레이트가 벽 한켠에 비스듬히 세워져있다. 그리고 이곳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까지 무엇하나 서로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요소들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공간의 오브젝트로써 기능을 하는 듯 하다.




한쪽 구석 복도에도 깨알같이 작품들이 걸려있다. 그리 크지않은 2층 공간이지만, 전시를 기획할 땐 이것저것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기에 충분해 보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이당미술관은 군산이 몇년 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친절한 설명서같은 공간이 아니다. 모든 것이 크지도 많지도 않다. 하지만, 장소의 과거와 변화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동시에 느끼게 하면서 여행자인 나에게 더 많은 경험과 잔상을 남겼다.

가볼 곳 많고 경험할 것 많은 세상에 '두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을 경험했으니 저것을 경험하고 싶어지는 것이 심리다. 안가본 곳, 안먹어본 것,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목마름이 큰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다시' 가고 싶고, '두번' 경험하고 픈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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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깨부수고 새로 지어올린 게 아니라 조금씩 옛것을 간직하면서 바꿔나가는 게 좋아보이네요!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이고 :)

맞아요, 요즘은 이런게 더 감각적인 것 같아요.

뭔가 사연이 깃들어있을 것만 같은 미술관이네요~ 기억해둬야겠습니다^^ 좋은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밤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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