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삶을 다시 보게 한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감사하게도 최근 책을 몇권 선물받았다.
그 중 한권은 시집, 한 권은 자기개발서, 한 권은 그림집, 두 권은 소설책이다.
소설책 중 한 권은 이미 읽었던 것이었으나 언젠간 꼭 소장하리라 생각해둔 것이라 선물해준 이의 센스에 아주 감동했다.

각각 다른 종류의 책이지만 나름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중 자기개발서에 해당하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강의록 <어떻게 살 것인가>는 협상의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 또한 모든 것의 중심을 사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것을 가지고 자세히 적어나가고 싶었으나,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내려가고 있는 책 <예언자>의 오늘의 대목에서 큰 감명을 받아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게 되었다.

"아이들에 대하여_On Children"

그러자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한 여인이 말했다.
저희에게 아이들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는 말했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순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들이 아이들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왜냐하면 삶이란 결코 뒤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므로.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앞으로 쏘아져 나아간다.
그리하여 사수이신 신은 무한의 길 위에 한 표적을 겨누고
그분의 온 힘으로 그대들을 구부리는 것이다.
그분의 화살이 더욱 빨리, 더욱 멀리 날아가도록.
그대들 사수이신 신의 손길로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왜냐하면 그분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시는 만큼,
또한 흔들리지 않는 활도 사랑하시므로.


IMG_0294.jpg


여기까지 아주 짧게 구성된 장이다.
아직 아이도 없는 미혼인 내게 이 대목은 살짝 시큰둥할법도 한데,
희한하게 이곳에서 멈췄다.

최근 몇년간 부모님에 관한 몇가지 생각들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당신들의 젊은 나날 속에서 자식인 내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그들에게 도리어 내가 미안함을 느끼고, 이제는 나에게 벗어나 오롯이 당신들의 삶 제 2의 인생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까.

대가족이었던 우리 집에는 늘 사람이 붐볐다.
외동딸이었지만 내게는 늘 동생들이 있었고 지금도 한참 어린 동생이 존재한다.
맡언니이지만 이모뻘인 내게 동생들은 언니, 누나하며 아주 잘 따르는데 고놈들 크는 것을 보는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에서도 요즘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두 녀석이 있는데 바로 올 해 다섯살이 된 고모 딸, 8살이 된 고모 아들. 바로 이 꼬맹이들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어 이 대목에서 멈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또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는데, 지극히 어린 동생들을 이토록이나 사랑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은 조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다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가까운 곳에 거처를 두고 매주 목요일마다 할머니 댁에 모였다. 다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윷놀이를 했다. 이것은 어렸지만 대장이었던 내가 만든 우리집 풍습이었는데 지금까지도 그것은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쁜 나의 엄마와, 타지에서 생활하는 나는 늘 불참이라는 것이다.

바쁜 부모님으로 인해 늘 할머니댁에 맡겨 졌지만 이세상 가장 따뜻한 조부모님의 숨결 속에 잠들 수 있었던 지난 날들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않던 고모와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아주 큰 축복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늘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는데 내 10대 전반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했다. (나는 그녀의 2-30대 전반의 일들을 모두 함께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 어찌되었든 이러한 연유로 나는 고모의 자녀들과 유독 친밀하게 지냈고 다른 동생들보다 아주 조금 더 예뻐하는 중이다.

길지 않았던 인생 전반의 삶을 돌아보면 가족과 자녀, 부모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의 부모님이 내 나이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를 품었더라면 어쩌면 나는 조금 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 어느 것도 부족한 것 없고(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더한 것 없이 행복한 삶이었기에 그들이 '나'라는 화살을 쏘아버린 이상 이제는 당신들의 활자위를 바라보며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 중년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다음으로 내가 고모의 자녀들을 볼 때 느끼는 감정에 주목해 보면, 나는 요즘 외모도 사랑스럽지만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꼬맹이들로 인해 행복함을 자주 느낀다. 보드랍고 작은 얼굴을 내게 비비며 뽀뽀를 해대는 꼬맹이들은 어느새 타지에 있는 내게 자주 그리운 존재가 되어있다.
나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특별하게 대해준 고모의 사랑이 이제는 나로 흘러 그녀의 자녀들로 전해지는 것이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사랑은 참 신비로운 것이다.

이제 얼마 뒤면(10년 안일 것이라 예상...) 나를 자녀로 삼은 이들을 향한 마음과 삶의 태도만큼 앞으로 나의 자녀를 향한 것은 내게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언제가 되든 그것은 미숙한 것일테지만 내 곁에 존재하는 꼬맹이들과,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 만날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줌으로 그것을 천천히 다져나가 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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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사랑을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사랑을 많이 받으셨기에, 그 사랑도 미래의 자녀들에게 듬뿍 주셔서 그 화살이 도중에 끊어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하실 것 같네요 : )

파랑새님 :-)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ㅎㅎㅎ
앗 그런데 미래에 제가 자녀를 낳을지.. 그것이 또 고민 되기도 하네요.

좋은 밤 되세요~~^^

https://steemit.com/kr-event/@omanaa/3-1
여러분!! 3•1절 대박 특집 이벤트!! 하시모토 토오루 전 오사카 시장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 댓글참여 부탁드려요!^^

전 막내라서 큰 조카랑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요. 어멋! 제가 그 고모네요 ㅎㅎㅎ

어멋 그런가요 ㅎㅎㅎ
제 글을 다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에빵님은 오늘부로 저에게 고모같은....분..?
흐흐..:-)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이란 말이 떠오르네요๑′ᴗ‵๑
코코님의 사랑스런 동생들이야기를 읽으면서 전 저의 조카가 생각이났어요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을했는데 퇴근하면 조카에게 가서 오늘 어땠냐고 얼른 물어보고싶네요~

유양님:-)
사랑은 내리사랑.. 그런가봐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사랑이 고픈..ㅎㅎㅎ흐흐

오늘 조카들에게 물어보셨나요?
실내화 하나 사줄까봐요~ 입학선물로 ㅎㅎ

이래서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사랑이 중요한가 봅니다. 사랑을 받은 자가 사랑을 줄 수도 있지요 ;)

네.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사랑 더 받고싶은 1인..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오.

정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생님이 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제나 모든 일에 우선 되는 것이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이라고 저두 생각해요.
사람에 대해 이리 고민하시구 생각하시니 이미 많이 다져놓으신 거 가은 ^^

미동님 :)
이번 한주는 잘 보내셨나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아직 먼 느낌입니다. 흐흐.
감사해요 항상!
저 또한 미동님을 응원합니다ㅎㅎㅎ

그들이 '나'라는 화살을 쏘아버린 이상 이제는 당신들의 활자위를 바라보며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 중년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멋진 말이에요.
코코님의 부모님 사랑이 느껴지네요 :D

감사합니다. 쑤님 흐흐.
저는 부모님 만큼이나 친구들도 넘나 사랑해요.
하지만 오늘 쑤님 저를 버리시고...(흑흑)

외동딸. 여성분이셨군요. 저자 이름이 다이아몬드.. 어떤 꽃 이름도 다이아몬드던데 오늘 다이아몬드를 두번 봅니다. ㅋㅋ

여자인지 모르셨나요ㅎㅎㅎ

네.. 실제로 만나기까지 성별을 잘 모르겠어요. ㅋㅋ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나의 부모된 모습을 상상해볼 때 잊지 말아야할 글인 것 같아요. ^^
<예언자>라는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코코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들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밀님 감사합니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제 모습이 아직 상상이 안되네요 저도 애인지라 ....ㅎㅎ
흐흐.
그럴까요~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분발 분발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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