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파리 (My first trip to Paris, France)

in #kr-overseas6 years ago (edited)

내가 처음으로 파리에 온 건 2012년 겨울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 남부에 있다가 노엘(Noël, 크리스마스)을 맞아 야심차게 파리행 기차 티켓을 끊었었다.
마침 유럽에서 알게 된 분이 파리 장기 여행 중이셨는데, 지내시던 한인 민박을 추천해 주시고 여행 정보도 알려 준다 하셔서 파리행 결정이 더 쉬웠던 것 같다.

파리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에서 내릴 때 땅바닥에 닿던 내 워커의 실루엣은 그때부터 쭉 기억에 남는다. (출발할 땐 덤덤했는데, 막상 파리가 현실이 되자 설레기 시작하면서 모든 크고 작은 자극들이 증폭되었다.)

행선지를 향해 발걸음이 분주한 각각의 사람들 사이에서 잠깐 두리번 대다가, 곧 마중 나와 주신 지인과 조인했다.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숙소로 가는 동안 새로운 도시를 맘 편히 낯설어할 수 있었다.

숙소는 파리 3존의 악께이 까셩(Arcueil Cachan)에 있었다.
역 바로 근처의 한 메종(Maison, 주택)이었는데, 이모 두 분의 생활 공간을 제하고 1층에 남자, 2층에 여자 방으로 구분해 민박을 받고 계셨다. 걸크러쉬 때리시던 멋진 주인 이모는 2층의 다른 방에서 그림 작업을 하시는 화가셨다.

(이후 파리에서 다른 한인 민박들도 경험해 보면서 업계 생태계를 대충 알게 됐고, 그러고 나니 그들의 친절도 이제 보통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민박집은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았다. 다시 찾아가려 알아봤는데, 지금은 운영 않는지 아무 정보도 못 찾았다.)

새로운 동네에 온 나는 어리둥절을 곱배기로 시켰는데, 고맙게도 도착 다음날 그 지인분께서 날 데리고 파리 주요 관광지를 속성으로 밟으면서 지리, 교통, 사진찍기 좋은 곳 등등 꿀정보들을 주입식 교육시켜 주셨다.
빠르게 1회전 시켜 줄 테니 다음날부턴 이걸 참고해서 천천히 둘러보고 다니라고... 그 다음날 출국 예정이셨는데, 딱 봐도 '세상물정 1도 모름' 냄새를 풍기는 내가 맘이 안 놓이셨던 듯 하다.
덕분에 빠르고 안전하게 파리 관광 필수코스들을 거의 다 볼 수 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장이 크게 열린 샹젤리제에 가서도 재밌게 놀았다.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샹젤리제에서는 또, 미술가 이모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잠깐 들렀었는데, 그때 좀더 자세히 보지 않은 게 좀 아쉽다. 그 좋은 기회를, 건물이 빤짝거린 거 말고 다른 건 생각이 안 나니 오호통재라...



다음날, 지인은 떠나시고 아는 동생이 날 따라 파리에 도착해서 민박집에 합류했다.
그 동생은 이왕이면 내가 있을 때 와서 같이 돌아다니려 급히 기차표를 끊었다는데, 이 친구는 밤에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정작 나랑 같이 다닌 시간은 얼마 없다ㅋㅋ;;

대신 나는, 같은 방을 쓴 어른 언니 두 분이 날 벼룩 시장에도 데려가고 이것 저것 잘 챙겨주셔서 숙소에서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한국 들어오면 연락하고 놀러 오라 하셨는데, 당시 수줍음이 은근 많던 (지금도-_-;;?..) 나는 몇 번을 주저 주저 하다가 결국 다시 파리에 오기 전까지 한 번도 못 보고 말았다ㅜㅜ 맹꽁 인증.

한편, 다른 한 이모는 민박집의 식(食)을 책임지고 계셨는데, 첫째 둘째날 쯤 까지는 나한테 내가 싫다 직설하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ㅋ.ㅋ;; (이유도 물론 얘기했는데, 나름 귀여운 이유였다.) 대뜸 약간 당황했지만, 이미 여행뽕 맞은 상태였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뭐 그 후에 결국 이 작은 갈등은 내 식탐+질문병으로 해결되었는데...

이 집에서는 아침과 저녁식사 사이에는 1층 부엌에 빵과 잼, 버터 등을 두고 투숙객들이 자유롭게 먹도록 하고 있었다. 나는 빵에 초콜릿 발라 먹는 게 맛있어서 오후에 자주 부엌에 내려갔는데(ㅋㅋ), 내려가면 아무래도 그 이모가 계시는 게 보통이었다.
세상만사 궁금한 거 많은 나는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나도 도와 드린다 어쩐다 저쩐다 귀찮게 하다가... 어느새 같이 수다 떠는 사이가 되었다ㅋㅋ;
나중에 내가 떠나는 날엔, 밥 한번 더 먹이고서 작별 인사하면서 왈칵 우시던...재밌고 착한 사람이었다.

아 참, 하루는 주인 이모가 근처에 좋은 공원이 있다고 추천해 주셔서 찾아가다가 길을 잃었다. 길눈이 어두운 게 아닌데, 그 지하철역의 출입구 구조가 복잡하고 낯설었고, 해가 지고 있어 시야가 잘 확보가 안 되었다(고 하자).
이제 공원은 됐고 숙소로라도 되돌아가려고 지하철을 다시 타려는데, 대체 입구가 어딘지... 앞에서 또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자동차가 내 옆에 서더니 안에 있는 부부가 나한테 뭐 하냐고 물어봄.

그러게요^^;;;

'OO공원을 찾고 있는데 길을 모르겠어서 다시 돌아가려 한다'고 하자, 그 공원은 여기서 걸어가기 좀 머니깐 데려다 줄테니 차에 타라고 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공원에 도착해,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렸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얘기하니 앞으론 냉큼 모르는 차에 타지 말라며. 나는 냉큼 탄 거 아니다!! 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뭐...)

근데 공원에 들어가자마자 공원 문 닫을 시간...OTL
직원들이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문 닫으니까 나가시라고 안내를 하는데, 공원이 워낙 커서 내가 들어온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ㅠㅠ. 길 잃자마자 길 잃기...
그 입구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사람들이 나가는 대로 뒤를 따라가 결국 공원에서 나오기에 성공했는데, 저 만치에 빵집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줄을 서 보았다☺️
'뭘 사려고 다들 줄들을 섰나', 안 듣는 척 엿듣고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걸 샀다. 이리하여, 이 날이 내가 슈케트(Chouquette)라는 프랑스 빵을 알게 된 날이다. (대단하진 않음)

(여기저기 들이박고 다녔더니 웬걸, 초반에 등장한 그 갬성 듬뿍 실루엣 어쩌고 워커는 여행 마지막 날에 결국 찢어지고 말았다 하하하!!)


아무튼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파리는 하얗고 예쁜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내 아리까리,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다시 떠올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

언제 또 놀러 올 수 있으려나, 했던 바로 그 도시에 이젠 다시 와서 살게 될 줄이야!ㅋㅋ
예측 관측 불가 탱크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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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에.. 저까지 미소가.. 지어지네요^^
파리는 정말.. 낭만적인 도시! 같아요^^

😊 언제 다시 한번 오셔도 좋겠어요!ㅎㅎ

정말로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전.. 무려.. 20년 전에.. 바스티유 부근에서..
로맨스(?!) 의 추억도.. 있었다죠^^ㅋ

오옷 그것도 궁금한데요😊!! 헤헤

좀만 기다리시면.. 나올 거여요~ ㅎㅎㅎ

네!ㅎㅎ👍🏻👍🏻

저도 궁금~궁금~ ㅋㅋ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tanky님, 테이스팀 헤드헌터로 함께하게 되어 참 기뻐요! 여기에서 테이스팀 헤드헌터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고, 같이 스팀잇&테이스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요. 사랑해요 <3!

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 공간
Paris
저도 그 시절로
함께 여행 다녀온 느낌으로
행복합니당~ ^^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고맙습니다!

포스팅 기대됩니당~ ^^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파리에서 스팀잇 시작한지 약 100일 조금 넘는 뉴비 @parisfoodhunter 입니다.
tanky 님 파리지엔느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팔로우 하고 적지만 보팅하고 갈께요.
나중에 프랑스에서 활동하시는 스티미언 분들과 밋업 한번 하시죠.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parisfoodhunter 님😃
보팅 감사합니다ㅎㅎ 저도 바로 팔로우 했어요! 앞으로 프랑스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스팀잇 해요~~ 밋업도 좋습니다^^!

한 번도 안가본 도시지만 민박집도 공원, 시장도.. 글을 따라 파리의 모습을 조금 상상해봤네요ㅎㅎ 한 번도 안가본 곳에 현지인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리스팀 해갑니다ㅎㅎ

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zorba 님 통해 일본 간접 체험할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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