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FINLAND] 중세의 사람들 - 탈린
헬싱키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대륙을 향한 항해 끝에 도착한 에스토니아의 탈린.
중세의 모습 그대로와 현대의 발전중인 도시가 동시에 존재하는 작은 도시에서 영화 속의 한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달콤한 꿀땅콩을 팔고 거리의 악사들은 오래된 음악을 들려주며, 심지어 슈렉과 덩키(코스프레)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별 다른 절차 없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전혀 다른 문화의 발트해 국가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이니, 핀란드에 갔다면 탈린에 들러보시기를. 게다가 그곳에서는 헬싱키에서보다 훨씬 싼 값에 주류나 담배, 과자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빈 캐리어를 들고 가서 가득 채워오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목마르니? 배고프니? 아님 그냥 안에 들어와서 구경해도 돼!"
로빈후드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중세 사나이가 올데한자의 입구에서 기웃거리는 손님들을 활기차고 당당하게 맞이한다. '어차피 우리는 아쉬울 것이 없는, 탈린에서 최고 잘나가는 엄청난 전통의 레스토랑이야' 하는 자존심 자만심 자부심 자긍심 죄다 들어있는 태도다. 아직 한산하고 조용한 가게 입구에는 그와 같은 시대를 사는 어여쁜 아가씨들이 모여 앉아 한창 수다를 떠는 중이다.
"어!어! 너 그 문으로 들어가면 우리랑 같이 설거지 해야 된다~ 이쪽이 입구야~“
스텝용 옆 문으로 들어가려는 관광객을 기분 좋게 놀려먹으며 반갑게 맞이하고는 물병 모양의 도기에 담긴 허니비어와 시나몬비어를 내놓는다. 가게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에서는 어릿광대가 저글링을 하고 있고, 그 옆에 예쁜 중세시대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을 들고 있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아가씨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식당의 최고 마스코트일 것이 분명한 이 아가씨도 평소에는 티셔츠에 진을 입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테지만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그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나쁜 영주의 졸개들이 말을 타고 나타나서 맥주를 뒤엎으며 아가씨에게 집적대기라도 할라 치면 어디에선가 화살이 날아와 꽂히고는 지붕 위 곳곳에 날쌘 의적들이 뛰어들어 옛 영주의 딸이었던 아가씨를 지켜준다. 직접 키운 벌의 꿀을 곱게 담아 들고 온 영주의 총애를 받던 의적의 우두머리인 청년은 아가씨에게 수줍게 꿀단지를 건네는데...
뭐 이런 상상을 하며 달달한 맥주를 홀짝이다 보니 도수가 꽤 높은 술기운에 올데한자의 즐거운 중세인들이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 같아 보인다.
여담인데, 이곳에서 클래지콰이의 ‘라푼젤’을 들으니 배경음악으로 더할나위 없었다.
Helsinki-Tallinn (헬싱키 - 탈린)
우리는 린다라인을 이용했지만 다른 배편도 있으니 원하는 것으로 골라서 타면 된다.
How to get there :: Linda line (편도 1:30분 소요)
린다라인 선착장 :: Eteläranta역 (트램 1A, 3B,3T)
site :: http://en.lindaline.ee
Olde Hansa (올데 한자)
탈린에서 가장 유명한 중세 식당. 규모가 아주 크고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중세의 분위기 속에서 허니비어를 즐길 수 있고, 계산을 한 후 지급하는 영수증 또한 예뻐서 소장할만 하다. 종업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
Add :: Vana turg 1, 10140 Tallinn, Estonia
Tel :: 372 627 9020
Site :: https://www.oldehansa.ee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올데한자 허니비어 생각나요!!!! 또 가고싶네요 탈린
탈린은 언젠가 한 번 더 가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자석을 모으는데 그동네 자석도 엄청 예뻤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