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관한 한 마디: (6) 중국어 문법을 배워야 하나?

in #kr-newbi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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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 외국어를 배울 때 종종 대두되는 문제가 해당 언어의 문법입니다. 문법하면, 모두들 영문법을 배웠던 기억을 떠올릴 것입니다. 문법을 배웠을 때 기억은 좋은 기억보단 나쁜 기억이 많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감성이 섞인 언어의 문제를 딱딱하고 까칠한 법칙으로 이해하려고 하니 재미가 없게 마련이죠.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과목이 재미없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이 시험을 위한 학습 시스템을 고려하기 때문인데, 학교 입장에선 가르친 것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영어 시간의 상당부분을 문법을 익히는데 할애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영문법은 상당히 나름 짜임새가 탄탄한 언어 중의 하나입니다. 시제, 격, 동사 활용과 변형 등에 있어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영어를 교육하는데 있어 엄격한 과정을 요구하게 되고, 정확한 문장 독해와 작문 등에 필요 학습 사항이 됩니다. 지금은 영어 교육 방법이 회화도 많이 중시하고 있고, 컴퓨터의 발달이 언어를 학습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과거와 다른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 하지만 영어방송을 듣는 것조차 흔치 않았던 세대에서의 영어 교육이란 그저 영문 독해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길에서 영어로 물어오던 외국인을 만나면, 거의 공포에 가까워 당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시대의 영어학습이란 백인들도 잘 쓰지 않는 단어 외우고, 어려운 이상한 문장을 독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얼마전 EBS 의 "교육"에 관한 다큐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미국인과, 캐나다인, 또한 옥스포드를 졸업하고 한국 대학원에 유학하고 있는 영국 학생 등에게 한국 수능시험의 영문 문장을 풀게하였습니다. 결과는, 점수가 기대치 이하 였고, 심지어 60점 이하도 있었습니다. 시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한국 학생들은 천재다"라는 칭찬아닌 칭찬을 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영어 학습이 시험을 위한 "스킬"을 익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문장은 난해하기 그지 없어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학생 간의 실력을 점수라는 결과를 얻으려 하니 난해하고 이상한 문장을 억지로 인용해야 하는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듯 잘 짜여진 교육 시스템에서 진정 얻어낸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 과거 학교에서 영어과목을 담당하는 영어교사 자신도 회화에 자신이 없으니 더욱 문장식 영어 교육에 매달리게 마련이였습니다. 이런 식의 영어 교육에서는 문법 지식은 그야말로 시험 결과를 테스트하기에 좋은 항목이 되었고, 배우는 학생 역시 싫던 좋던 많은 시간을 문법에 투자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한 결과가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문법학습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과거의 문법교육은 운전연습장에서 운전을 가르치는 방법과 다를 바 없습 니다. 차를 뒤로 주차할 때는 운전대을 몇 번 회전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몇 단 기어를 넣어라 하는 식입니다. 문법은 수 많은 말이 구성되는 원리이지, 그 원리에 따라 말이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자연스런 언어 학습방법은 먼저 수 많은 말을 익히는 것을 중시해야 하고, 문법이란 원리는 그 말을 익히는 이해 도구로서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언어의 많은 말을 접하고 나면 문법은 그냥 이해되어집니다. 이러한 것을 문법을 강제로 배우고 그 문법에 맞추어 언어를 구성하는 식으로 익히려 하니, 문법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어색하고 이상한 언어를 하게 되고 꽈배기를 꼬아 놓은 듯한 문장을 쓰게 됩니다. 한국 학생이 미국에 가서 미국 학생에게 문법을 가르친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대학에 유학하는 유학생의 문장에 대해 과연 호평을 할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점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학생의 생각의 깊이와 폭 넓은 이해도, 사물을 이해하고 꿰뚫어 보는 통찰력 등입니다. 에세이 문장 중의 오자와 틀린 철자, 문법 상의 오류 등은 이차적인 문제로 에세이 점수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오래 전에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에서 온 영문과 교수에게 어떤 영문법에 관한 것을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나도 그런거 잘 모른다. 왜 그런 문법을 그렇게 집요하게 배우려고 하느냐"고 반문을 하셨고,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많은 문장을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되고, 작문도 매끄럽게 원어민처럼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 받은 충격이 상당히 컸고, 과연 내가 한국어 문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반문하였지만, 결론은 "잘 모른다"라는 것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문법을 생각하면서 한국어 작문을 하는 사람없고, 문법을 머리 속에서 생각하면서 한국어 회화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작문하고 편안하게 회화를 하는 것이지요. 자연에 법이 있는 것이지, 법 안에 자연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법이 인간 언어의 합리성이라면, 언어 자체는 모든 인간의 감정과 주장의 합리성, 표현의 논리성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온전한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시험과 성적"이라는 결과물에 매어 있는 학교의 교육방식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그렇다면, 영어보다 문법의 구성에 있어 헐렁한 면이 있는 중국어는 어떨까요? 중국어는 일단 영어보단 "시제"에 관해 엄격한 표현법이 없습니다. 진행형일 때는 저“著" 등을 동사에 붙여 사용하고, 과거 일 경우 마칠 료 “了”를 동사 뒤에 넣거나, 무엇을 하려고 하는 등의 의지를 표현할 때는 주어 뒤에 요"要"를 붙여서 사용합니다.

  • 영어에서는 문장에서 말하는 주체자를 반드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 "당신이", "그가" 등등. 하지만
    중국어 문장에서는 때론 주어가 생략됩니다. 또한 그렇게 해야만 문장의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는 중국어의 개념성 모호가 문학적으론 심미관(審美觀)을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그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의 시인 왕유(王維)가 지은 녹시(鹿柴)라는 시가 있습니다.

    "空山不見人,但聞人語響。反景入森林,復照青苔上。"

"텅 비어 있는 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단지 사람 소리만 들리네 ----"

위의 시에서 주체적인 의미의 주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주어를 넣어 표현하자면, 시에 있어서 몽환적인 의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중국어의 이러한 표현법은 사람이라는 주체를 항상 자연의 일부로 보는 철학적인 사유가 녹아 들어 있는 원인에서 기인하기도 합니다. 서양처럼 주객(주객)을 분명하게 나누어 보는 분리적 사유보다도 주객이 혼돈상태로 혼이부동(混而不同)의 모호한 사유방식의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국어는 시제의 표현법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제를 문자로 통해서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我今天吃飯" (나는 오늘 밥을 먹었다) 라는 표현에서, 오늘 언제 먹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먹는 것"이 아침 나절 혹은 점심, 저녁에 먹었는지 정말 따지고 묻자면,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의 일은 오늘 벌어진 일이니 시간적으로 가깝지만, 내일 일이라면, 예를 들어 "我明天吃飯(나는 내일 밥을 먹는다)"라고 한다면, 아직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 더욱 요원하게 느껴집니다. 만약 그 일이 생명과 관계되는 거사(巨事)라면, 이러한 표현법만으론 많은 문제가 있겠습니다. 물론 시각을 대입시켜 말하면 더 분명한 표현이 되겠지만, 문장 자체의 모호성은 여전히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필자의 경험으론, 대부분 시제가 분명치 않은 언어를 하는 사람들에겐 길은 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모호한 대답을 듣게 되어 결국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중국어의 이런한 면만을 보더라도 중국어는 인문학적인 언어이고, 과학적인 언어는 아님을 엿볼 수 있습니다.

  • 대부분의 언어들은 한 단어의 고유한 품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어는 한 글자의 품사를 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 역시 중국어가 문법적으로 엄밀한 의미를 갖추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의(醫)" 자의 경우, “학(學) ”이라는 다른 글자와 결합되면 "의학(醫學)"이라는 명사가 되지만, "아의타(我醫他) "라고 표현한다면, "나는 그를 치료한다"의 의미인 동사가 되기도 합니다. 한 글자가 내포하고 있는 뜻이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명한 뜻을 전하기 위해 다른 글자와 합치는 이음절로 구성하여 명사나 추상명사, 대명사 등으로 구성됩니다. 중국어 사전을 보면, "관객(觀客)", "관중(觀衆)", "관찰(觀察)", "관점(觀點)" 등을 볼 수 있는데, 관(觀)자가 다른 한 음절의 뒷 글자와 합쳐서 다른 의미의 명사나 동사가 되는 식입니다. 관찰( 觀察)의 경우, 앞 뒤 문장의 변화에 따라 동사일 수 도 있고, 명사 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식물을 관찰한다(我觀察植物)"일 때는 "관찰"은 동사이고, "이러한 관찰은 잘못된 것이다(這個觀察是錯誤的)"의 표현인 경우, 이 때의 "관찰"은 명사입니다.

  • 중국어에 있어, "부사" "동사" 등은 주로 일음절(一音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를 때리다 (我打他 - 워따타) "라고 하고, "我打擊他 - 워따지타"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 두 문장이 의미상으로는 모두 통용되지만, 그냥 편의상 한 글자로 표현하는"我打他"를 상용합니다. "나는 그녀를 몹시 사랑한다(我很愛她 - 원헌아이타)", "그는 빨리 뛴다 (他跑得快 - 타파오더콰이) " . "很 - 헌" 과 "快 - 콰이"는 모두 사랑하다(愛 - 아이) 와 뛰다(跑 - 파오 ) "의 동사를 수식하는데, 한 글자로 수식하고 있습니다.
    우리글의 문장표현을 보자면, 대부분의 경우, 한문의 동사나, 부사, 형용사 등의 표현법은 버리고 우리 말의 표현법으로 대체하여 한문의 명사나 대명사와 결합하여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어는 배우는데 있어 동사나 부사, 형용사의 활용법에 치중하면 됩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한글에서의 한문식(漢文式) 표현법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중국식 표현법을 익혀서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어색한 중국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식의 한문 표현법은 중국 고어나 문장식의 표현법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통용할 때중국인에게는 거북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 대략 청조말기(清朝末期)부터 마건중(馬建忠)의 한문문법을 논한 <마씨문통 馬氏文通> ,언어학자 여금희(黎锦熙),왕력(王力), 장지공(張志公 ), 1930년대 호적(胡適) 등 우수한 학자들이 중국어의 문법체계를 세우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구미 등에 유학한 학자로서, 서양 언어의 체계적인 문법을 배우고 나서 이에 자극을 받아 자국어인 중국어의 정리된 문법을 만들려도 시도하였습니다. 결과가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영문법과 같은 엄밀한 체계를 세울 수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언어학적인 유전자가 다르고 구성요소가 같지 않기 때문인데, 한 나라의 언어가 문법체계가 엄밀하지 못하다고 해서 해당 언어가 열등한 언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화에 우열(優劣)이 없듯이 언어 역시 우열이 없는 것 입니다. 중국어의 경우, 그 자체가 모호한 개념과 함축성이 깊고 폭 넓은 의미를 가진 언어이기에 표현에 있어 더욱 인문학적인 특성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중국어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문법체계가 탄탄한 언어이던 아니던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문법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것은 우매한 짓입니다. 길을 가다보면 어느 도로가 어디에서 꺽어지고 내리막길인지는 실제 가보는 것이 중요하지 얼마나 꺽이지는지, 얼마의 각도로 내리막으로 치닫는지의 각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점수와 성적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무언이 본질인지 잊고 산지 오래입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평양외국어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수 많은 문장을 통째로 외우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문장 속에 문법, 수사, 의미 등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점수와 성적을 떠나서 생각하면 외국어의 재미를 더욱 느끼게 되고, 이 재미가 꾸준히 외국어를 할 수 있게 하는 커다란 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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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가되면 무엇이든 배우자 로 시작하는데..항상 미루고 미루고...^^
어려워요..

좋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와 비교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신 중국어 문법에 관한 이야기 흥미롭게 잘 읽고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거의 논문 수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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