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달과 6펜스 - 서머싯 모옴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나는 어릴때부터 책을 가까이 했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책을 좋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아니었던 시절에 책을 통해 더 넓은 공부를 시켜주고싶어 하셨던 어머니의 선견지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옷이나 장난감, 신발등은 많이 가져보지 못했지만 언제나 새로운 책은 가까이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 방은 언제나 책이 절반을 차지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책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 여러번 읽은 책들을 사촌동생을 주거나 헌책방, 고물상에 파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 와중에도 내 책장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계 명작 전집과 인터넷이 없을시절 지식의 보고였던 백과사전이었다. 2015년, 이사를 하며 버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책들을 자세히 읽어본 기억이 없다. 백과사전을 읽을 만한 나이가 되었을때는 느리지만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이 보급되었기 때문에(심지어 새로운 정보가 아니어서 용인시 같은 경우 용인군으로 표기되어있었다) 읽지 않았으며, 세계 명작 전집의 경우 너무 오래된 번역투로 쓰여 있어('~하는 거여요' 와 같은 형식) 읽기에 너무 힘이 부쳤다. 이때의 기억때문인지 세계 명작은 그렇게 재미있게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 뒤로 세계 명작을 접한것은 초등학교때 처음본 「전쟁과 평화」라는 책이였고 그 뒤로 설국, 파리대왕 등의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많은 세계 명작들을 읽으며 느낀 공통점은 세계 명작이라 불리는 문학작품들은 일반적으로 그때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역사기록을 통해서 접할 수 없는 그시대 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생각들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몇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세계명작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달과 6펜스라는 책도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가 보는 시각부터 스트릭랜드의 부인이 대표하는 그 시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까지 모두 그 시대를 나타내는 사고방식들 중 하나다. 지금 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스트릭랜드의 과한 여성 비하, 처가 있음에도 재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티아레의 말 등을 통해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었다. 또한 그 당시 예술가들의 사회적 지위나 평상시 즐기는 여가활동, 펍 문화등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일반적인 세계명작의 특성을 제외하고 차치하더라도 달과 6펜스는 지금 출판되어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을만큼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자신의 일을 내버려두고 꿈을 쫓아 결국 실현해낸다는 자아실현과 관련된 내용이라는점. 취업이나 대학원을 고민하는 내 나이대의 청춘들의 고민을 같이 공감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릭랜드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때로는 불합리적이고 무책임하게 보일때도 있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 아 그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멋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소설이 내 상황을 잘 공감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고갱과 고흐가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나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 등 미술시간에 들었을법한 이야기들의 배경이 되는 시대기 때문에 다른 세계 명작보다 좀 더 친근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갱, 고흐는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 미술 교과 시간을 통해 렘브란트나 베르메르와 같은 화가들보다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잘 짜여진 플롯과 이를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 덕분이다. 더크 스트로브와 그의 부인의 에피소드부터는 정말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고 요즘 읽는 추리소설처럼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다읽은 후에도 스트릭랜드에 대한 연민이나 그의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이유는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덕분이 아니었을까.

​세계 명작을 즐겨 읽지 않던 나의 생각을 바꾼 책이며 독서 토론 모임 동안 읽은 10권 가량의 책 중 1위를 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책이였다. 내 기준에 모옴의 다른 소설인 인간의 굴레보다 훨씬 나은 책이였고, 그간 읽은 세계 명작중에서도 수작이라 평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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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종국에 고전을 뽑아들게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 같아요.
맞팔 부탁 드려요~

맞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종종 보러갈게요! ㅎㅎ

중학교 시절 방에 누워 달과 6펜스를 읽다가 꿈을 찾아 떠나는 걸 보면서 뭐가 충격받는 기분에 벌떡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
@홍보해

@karuride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같은 동그란 모양이지만 6펜스를 버리고 달을 선택한 남자의 이야기이고, 일반적으로 몸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죠.

안녕하세요?
달과 6펜스를 너무 좋아하기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쓴이님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
서머셋 몸의 인생의 굴레라는 책도 너무 좋았습니다.
팔로우하고 종종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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