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나기'와 5.18민주항쟁 이야기(각색 소설) #2

in #kr-newbie6 years ago


원작 - 황순원

각색 - 채성현


(일부 시각에 따라서 편향적으로 비춰질수도 있습니다. 일부 인물은 실존인물이며, 가상의 상황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


#2


‘갑자기 뒷산을 왜 가는 것일까?’ 손에 이끌려가면서 수없이 되뇌었지만, 소녀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때 한 나무 앞에서 이끌림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나무인지 아니?” 소녀가 두 손을 모은 채 나에게 물었다. “응..? 잘 모르겠다. 그냥 꽃피는 나무 아이가?” 나는 생각나는 대로 답했다.

소녀는 살짝 토라진 채로 나에게 꽃을 하나 따주며 말했다. “이건 라일락이라는 거야. 내가 서울에서 살 때 아버지가 가끔씩 어머니에게 따다주시던 꽃인데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어. 그리고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은 못하겠다. 집에 가서 꽃말을 한번 찾아보렴!” 나는 어리둥절한 채 꽃을 받았고 라일락이라는 꽃에 대해 궁금해졌다.

담임 선생님의 종례 후 나는 집으로 뛰어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할 것 없이 온가족에게 라일락꽃에 대해 묻고 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상심한 나를 본 아버지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병을 사오셨지만 그날은 왠지 먹고 싶지가 않았다. 

다음날. 나는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등교준비를 했다. 전날의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게 나를 더욱 서두르게 했고 집을 나서는 등굣길에서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맞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주륵 주륵 조금씩 쏟아지던 소나기가 오늘따라 더욱 세차고 차갑게 느껴졌다.   

온몸이 다 젖은 채, 교실로 들어선 나는 처음 경험하는 낯설음에 당황했다. 그렇다. 항상 내 옆자리에 있던 소녀가 없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와서 아직 안온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친구들이 보고 있던 신문에 고개를 돌려 같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의 기사인지 잘 몰랐다. 애들이 알려주기를 내가 알던 독재자가 새로운 독재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려한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독재자. 그의 이름이 ‘전두환’이라고 아이들이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반대해야한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가 싸워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그렇게 몇몇은 수업을 빼먹고 전남대에 진학한 선배들이 진행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갔다고 했다. 시위에 간 아이들 속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나의 소녀 윤설희.

‘설희는 왜 간 것일까?’ 이 생각만 수업 시간 내내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나의 소녀가 그곳에 간 이유를 직접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결심이 서자, 내 두 다리는 의자를 뿌리치고 교실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나는 정말 보아야만했다. 나의 소녀가 왜 거기에 갔는지.

전남대행 버스에 올라타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비가 갠 5월 푸른 하늘의 시원한 바람이 나의 얼굴과 마주치고, 따스한 햇살이 나의 볼을 비껴 갖다. 그렇게 눈을 감고, 눈을 뜨자 어느새 전남대에 도착했고, 그 곳은 내가 알고 있던 거리의 풍경이 아니었다.

나의 선배들이 나의 친구들이 거리에 쓰러져있었다. 피의 낭자가 된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슬퍼서.. 너무 화가 나서.. 너무 억울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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