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in #kr-newbie7 years ago

사본 -저녁식탁2.jpg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좀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 싣는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두목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 중.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열린 책들

스파게티.jpg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어 내고,
혹자는 일과 좋은 기분을 만들어 내고,
혹자는 신을 만들어 낸다나 어쩐다나 합디다.
그러니 인간에게 세 가지 부류가 있을 수밖에요.
두목, 나는 최악의 인간도 최선의 인간도 아니오. 중간쯤에 들겠지요.
나는 내가 먹는 걸로 일과 좋은 기분을 만들어 냅니다.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그리스인 조르바 > 중.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열린 책들

저는 먹는 것을 좋아 합니다. 그것에 맞는 신체 구조도 갖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나이 사십을 넘기니 간절기마다 한 번씩 몸살이 나는데, 그 일로 한의원에 갔었지요.
한의사와 몸에 나타난 이런저런 증상을 상담하고, 침을 맞기 위해 침상에 누웠습니다.
손목과 손등, 발등, 정강이 등에 침을 좋으며 한의사가 하는 말이..
"타고난 뱃고래가 큰데 블라블라 강호동 블라블라........."
그래요.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의사는 저의 소화기관에 대해 이해시키고 싶었는지, 연예인 강호동씨를 예로 듭니다. 하~~
뭐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더군요.
먹는 걸 좋아하는 유명인은 많잖아요. 하필 강호동이라니......... 40살 넘은 아줌마라도 난 여자인데 말이죠.
그 후로 그 한의원에 발을 끊은 것은 뭐 당연한 일이고요.(흥!)
아무튼, 저는 먹는 것에 대한 최적의 신체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거기다 음식에 대한 심리정서적인 태도도 매우 우호적이고, 저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회적 환경까지 갖추었으니 이만하면 식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부할 만 하겠습니다.

요즘 <그리스인 조르바>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도 참 멋지죠.. '니코스 카잔차키스' 라니....
"니- 코- 스- 카- 잔- 차- 키- 스- " 하고 소리내 말하면 코발트색의 지중해가 연상됩니다. (저는 그래요.)

조르바는 음식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음식은 영혼이라는 짐을 싣고 가는 육체가
길바닥에 뒹굴지 않도록 하는 힘, 곧 생명 자체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잘 차려진 식탁이든, 간단한 한 그릇의 음식이든 저는 그 음식의 '맛'이나, 혹은
만약 맛이 좋다면 내가 충분히 먹을 만큼의 양이 공급될지 여부에만 관심이 있었지요.
(아~ 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부끄러움이란!)

조르바는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음식을 먹고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죠.
혹자는 비계와 똥을, 혹자는 일과 좋은 기분을, 혹자는 신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살려고(혹은 일하려고) 먹느냐, 먹으려고 사느냐(혹은 일하느냐)'라는 말장난같은 문제는
삶의 여러 장면에서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항상 답은 없었지요.
답을 찾으려고 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고,
힘들게 뭔가를 해야하는 그 상황에 대한 체념 비슷한 감정을
이 문제에 뭉뚱그려 씹다가 뱉어내기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조르바는 음식을 먹었다면 음식에 대한 값을 치르라고 합니다.
비계와 똥을 만드는 것은 음식에 대한 적절한 값이 아니며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자신을 위해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일을 하라고 합니다.
(음식을 먹고 좋은 기분을 만들라니, 참 낯선 표현이긴 하지만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죠.)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네요.
책을 읽으며 멈칫했던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저의 육체에 음식을 제공하지는 못했는데요.
40년 넘는 삶에서 내가 먹은 음식으로 무엇을 만들어왔는지
앞으로 먹을 음식으로는 또 무엇을 만들어갈지 생각하면서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점심은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그리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만들고 계신가요?
커피타임.jpg

좋은 기분과 좋은 일을 만들고 계시리라 생각하며
또한 그런 날이 차곡차곡 쌓여 신을 만들어 가시길 바라며.....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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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먹는게 최고죠~

그렇죠... 먹는 행복이 가장 큽니다.. 하하하

오예~~
덕후들의 만찬이군요~~!!
리스팀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신선하네요 뭘 먹었냐 먹은걸로 무얼만들고있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ㅎㅎ

그렇죠? ㅎㅎ 어딜 가나 맛집으로 넘쳐나고 먹방이 유행이지만 먹고나서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죠.. 우리 영혼을 위해서요..^^

먹은 걸로 스팀을 캐고 있습니다만.. 잘하는 일이겠죠^^

와우.... 저도 그런데요....ㅎㅎㅎㅎㅎㅎㅎ
잘 하고 계신 거예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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