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골딩- 파리대왕을 읽고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책을 덮고 한참을 충격에 휩싸여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려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유명한 명작이니까. 사전지식도 전혀 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집어들었다. 파리대왕? 노벨상 작가? 재미있고 심오하겠지? 제목은 무엇을 뜻할까? 영어로도 'Lord of flies' 던데.. 안 읽어본 명작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외엔 읽기 전에도 딱히 큰 고민은 없었다.

처음 부분을 읽으며 15소년 표류기 같은 단순한 소년 모험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다보니 전혀 다르다는 인상이 강렬했다.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만드는 비대위? 사회의 모습. 전형적인 멋진 리더인 랄프, 지혜로운 피기, 그리고 리더로 인정받고 싶은 잭. 갈등을 고조시키는 오두막과 봉화, 맷돼지, 소라. 마지막으로 굉장히 수동적인 나머지 등장 인물들.

책의 중반까지 읽으면서는 우리 반 아이들이 떠올랐다. 툭하면 싸우고 토라지고 또 쉽게 관심을 돌리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모습들이 계속된다. 그래서 굉장히 현명하고 의젓한 소년들이 등장하던 다른 소년모험 소설과 다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아이들의 생활모습을 많이 관찰했거나, 선생님이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이들의 행동이나 습관이 실감나게 묘사되어있다.

아무튼 중반정도까지는 저런 마음으로 읽어내려갔고 읽는 속도도 평범했다. 그러나 잭과 사냥패 무리가 암퇘지를 잡는 장면부터는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이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소년들이 미친듯이 잔인하게 암퇘지를 죽이고, 머리를 막대기에 꽂는 부분은 작가가 너무 과도하게 표현한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면서도 인간의 본성이 그런 거지 하는 묘한 생각도 들었다.

이 후 광기에 사로잡혀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인간들 아니 소년들의 이성(소라)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현실 사회를 대놓고 비유적으로 묘사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광기어린 지도자 하나와 그에 동조하는 몇몇의 힘에 의해 우리가 힘들게 쌓아올렸던 지식, 이성, 사회구조 들이 사상누각처럼 위태하다 결국 와르르 무너지며 오랑캐(내가 읽은 책의 번역을 빌리면)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 상황을 보며 얼마전 대한민국의 정치 모습이 겹쳐져 더욱 암울하고 좌절감을 들게 했다.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눟을 수 없었던 이유는 책을 펼치기 전에는 가지고 있지 않던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아니면 백지인가? 도덕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인류는 진보할 수 있는가? 밝고 즐거운 경험을 준 책이 아니라 어두운 먹구름을 내 머릿속에 가득 채웠지만, 명작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명작이라 많이들 읽어보셨겠지만 아직 안읽어보신 스팀 이웃분들께서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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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여 철지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파리대왕..

나이가 경험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과 정도가
다를 것으로 생각되네요.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jjangjjangman태그를 달면 호출되시는건가요!ㅎ 잘모르고 이지스티밋에 나온 태그 참고해서 단건데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명작이라 내용만 알았는데 한번 읽어볼만 하겠군요.

저는 민음사 책을 읽었는데 번역에 대해서 논란도 약간 있는 책이긴 합니다. 분량이 크게 길지 않으니 시간 날때 한번 읽어보세요^^

초등학생 때 필독서라서 잃어봤는데 어른이 되서 하나~도 기억안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니죠 ^^

아마 지금 읽으시면 이런 책을 초등학생한테 읽으라고 했었다니 하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습니다ㅎㅎ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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