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007] 윈드 리버

in #kr-movie7 years ago

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윈드 리버 (Wind River, 2016)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썼던 테일러 쉐리던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두 영화 모두 훌륭한 영화라 개봉하자마자 바로 보러갔었던 기억이 나네요.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는 다른 감독들이 각각 만들었지만 그 절제되고 먹먹한 정서의 스릴러 느낌이 윈드리버까지 이어집니다.

앞의 두 영화와 다른 점은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가 사막, 텍사스, 국경지대와 같은 노란색의 황량한 배경이었다면, 윈드리버는 영화 내내 눈으로 뒤덮인 하얀색만 가득하다는 것이겠네요. 영화 내내 황량한 느낌이 드는 건 똑같습니다.

어쨌든 그 때문인지 뭔가 일촉즉발의 서부극 느낌이 났던 앞선 두 영화에 비해 윈드리버는 하얀 이미지 덕분에 굉장히 차분한 느낌입니다. 범죄 스릴러 중에서 이 정도로 차분하고 먹먹한 느낌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적이에요.



눈이 부실 정도로 영화 내내 하얀 이미지로 가득하다. 풍경감상용으로 눈호강에도 좋다.

범죄 스릴러 치고 사건 또한 간단합니다. 한 소녀가 눈밭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사건이 그리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는 범인이 누구인가, 어떻게 죽였냐와 같은 과정보다는 끝없이 펼쳐진 하얀 들판에서 오래 전부터 되풀이되어왔었던 끔찍한 하나의 거대한 역사, 그 정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범인을 추적하는 그 과정이 조용하고 서서히 조여와 영화내내 폭발하는 긴장감 없이도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네요.

어느 한 순간의 미칠듯한 긴장감보다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답답하게 조여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거의 단 한 장면 있는 총격전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속에 내재되어있었던 감정들이 모조리 튀어나와 더욱 처절하게 느껴집니다.


남녀 주인공 둘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과 마찬가지로 외지인입니다. 한명은 인디언 아내를 둔 남편, 한명은 살인 사건을 조사하러 온 FBI. 영화 내내 깔리는 그들을 향한 묘한 시선이 볼만합니다.

그리고 영화 내의 역할으로써나 배우 둘로써도 뭔가 하나도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인데도 둘의 콤비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엘리자베스 올슨은 어리벙벙한 FBI 역할을 잘 해냈고, 특히 제레미 레너는 마을 안에서 혼자만 애매한 위치에 있는 그 절절함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낸 것 같습니다.



엘리자베스 올슨과 제레미 레너.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조합이 여기에서 이렇게 나오니 색다르기도 합니다.

넓게 보면 이 영화는 인디언과 미국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긴 합니다만, 제가 미국인도 아니고 사실 그런 거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범죄 스릴러, 복수극, 살인사건 등 자극적일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가 있음에도 전혀 통쾌하거나 속시원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느끼는 감정이 슬픔에 더 가깝죠.

그럼에도 보는내내 정말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조용하고 묵직한 스릴러 류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에요.


그리고 여담으로 보실 때는 꼭 감독판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감독판이라고 하기에도 뭐한게 국내에 수입할 때 15세로 개봉하려고 한 장면을 삭제한 게 극장판이라 해외에서의 본판이 감독판이자 무삭제판입니다.

약 1분 정도 삭제됐지만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그 처절한 느낌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삭제판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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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차분한 느낌의 스릴러물인가 보네요. 시간내서 한번 봐야할 것 같아요.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넵 감사합니다. 차분하지만 서늘하게 조여오는 느낌이 영화 내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않은 영화였어요.

^^ 즐거운 스티밋!!!

감사합니다!

처절한느낌.. 속시원하지 않은영화..
으...
현실같겠군요..

되게 현실적인 스릴러였던 것 같아요. 뭔가 찹찹한 느낌..

저는 극장에서 봐서 삭제된 버전으로 봤네요ㅜㅜ
등급맞추기 위해 삭제한다는게 상업적으론 이해가 되지만
감독의 뜻이 아닌 일개 수입사가 영화를 난도질 하는건 진짜
참을 수가 없습니다;; ㅜㅜ

블러처리도 정말 짜증나는데 아예 중요한 장면을 싹뚝 잘라버린 윈드리버 같은 경우는 정말 심했죠.. 진짜 너무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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