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더테이블 리뷰 & THE TABLE

in #kr-movi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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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는 것 같기도 그리고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그 어느 날의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면 봄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그리고 봄이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그들의 대화 한가운데 놓여있던 벚꽃이 생기 있게 그 자리를 지키다가, 한 잎 한 잎 떨어질 때 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길 위로 떨어진 진분홍 빛깔의 꽃은 더욱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다. 봄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그리고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기분. 더테이블에 나오는 4개의 이야기 역시 이제 막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기도 그리고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들의 어느 날. 어느 날의 카페. 카페의 어느 테이블. 그 테이블에 앉은 어떤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관계된 또 다른 사람. 시작되는 것 같기도 그리고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그 어느 날의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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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전 11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스타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 친구 창석 (정유미 & 정준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유진. 불편한 듯 불안한 듯 그렇게 앉아있다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는다. 얼마 후 창석이 들어와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어색한 분위기와 이미 오래전 헤어진 연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서먹함이 한꺼번에 그들을 덮친다. 추억을 이야기하기에도, 현재를 이야기하기에도 그들에게는 이미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유진 : 나 많이 변했어
창석 : 알아
유진 : 얼굴 말고
창석 : 그것도 알아
유진 : 뭘 알아

그들은 대화 내내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변하지 않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들이 마주한 모든 것들이 변했다고 느낀다. 대화는 내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국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어버린다. 유진은 대화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창석 : 아쉽다
유진 : 나도 그래.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변한 것일까 아니면 변하지 않은 것일까. 그들의 대화는 마치 그들 앞에 놓여있는 에스프레소와 맥주처럼 섞이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이 그들을 더욱더 멀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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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후 2시 30분,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정은채 & 전성우)

경진은 민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아직도 새해인사를 하느냐는 민호의 물음에 경진은 우리 올해 처음 만나는 거 아니냐며 조금은 차갑게 답한다. 그러자 민호 역시 경진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어딘가 화가 나있는 듯해 보이는 경진은 민호에게 시계를 건넨다.

경진 : 두고 가신 거요.
민호 : 안 그래도 허전했었는데

민호의 여행 이야기와 경진이 새로 시작한 음식잡지 이야기가 내내 그들의 곁은 겉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뒤로 숨겨둔 채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무얼 하는지만 묻는다. 그들은 무슨 사이일까? 궁금해지는 순간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진 : 연락은 왜 하신 거예요?
민호 : 여행 다녀오면 연락한다고 했잖아요.
경진 : 좋은 거 보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내줄 줄 알았어요.
민호 : 전 그래도 되나 하고...

시작되려던 사이. 하지만 시작되지 못하고 끝나버린 관계. 그 사이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던 오해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한다. 경진은 떠나는 민호를 잡지 못했고, 민호는 그렇게 떠나와 경진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서로를 그리워했지만 그리워해도 되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았던 두 사람. 하지만 경진은 민호를 기다렸고, 민호는 여행 내내 경진이 보고 싶을 때마다 경진에게 줄 선물을 샀다. 체코에서 산 시계, 독일에서 산 카메라 등, 민호는 경진에게 줄 선물을 테이블 위에 꺼낸다. 경진은 그제야 웃는다. 서로 잘 모르던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려 한다. 손대지 않은 초콜릿 무스케이크 그리고 두 잔의 커피. 서로에게 맞춰가고 싶었던 두 사람의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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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후 5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한예리 & 김혜옥)

두 잔의 따뜻한 라떼가 은희와 숙자 앞에 놓여있다. 숙자는 라떼에 각설탕을 넣어 휘젓고, 은희는 주문한 커피 그대로 마신다. 은희는 숙자에게 결혼식을 준비하며 숙지해야 할 내용들을 일러준다. 지금은 캐나다에 살고 있고, 오빠네는 언니가 아파 결혼식에 참석 못하며, 오빠네는 아이가 두 명 있다는 것 등등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준비하듯 그들은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며 숙지한다. 하지만 보통의 사기결혼과는 다르게, 시댁 식구들도 평범하고 남편이 될 사람도 평범하다.

은희 : 좋아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진...

궁금해하는 숙자에게 은희는 답한다. 진짜 결혼 같은 걸 한다고. 다만, 솔직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렇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이다. 은희는 숙자에게 죽은 친엄마의 이름을 붙여준다. 하필 은희는 결혼 날짜는 몇 년 전 죽은 숙자의 딸의 결혼 날짜와 같다. 가짜 엄마와 가짜 딸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이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 진짜가 될 수없지만, 정말 진짜가 될 수없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숙자 : 최선을 다해볼게.
은희 : 집에서는 '거북이'로 불리었어요. 느림보 거북이.

숙자는 은희의 별명을 듣자, 마치 시댁 식구가 앞에 있다는 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보아왔던 가족처럼 숙자는 은희는 느리지만 부지런한 아이라며,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은희는 맞은편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이건 연기니까.

은희 : 잘하셨어요.

감정이 더 진전되기 전에 은희와 숙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두 사람이 일어난 자리에 식어버린 라떼는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있다. 각설탕을 넣고 휘저었던 숙자의 커피도, 휘젓지 않고 그대로 마셨던 은희의 커피도 그 모습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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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녁 9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임수정 & 연우진)

비가 내리고 시간이 흘러 어두워진 가운데, 카페 안에는 운철이 앉아있다. 그리고 밖에는 혜경이 담배를 피우다 운철을 돌아보며 웃는다. 생기 있게 피어있던 테이블 위의 벚꽃은 운철의 손에 한 잎 한 잎 떨어져 있다. 혜경은 그런 운철의 행동을 나무라지만 운철은 이미 죽어있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운철의 앞에는 혜경을 기다리며 먼저 시킨 커피가 식어있고, 혜경의 앞에는 홍차가 있다.

운철 : 결혼 준비는 잘 돼가?

운철은 혜경의 안부를 묻고, 혜경은 시큰둥하게 결혼 이야기를 한다. 즐거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기 싫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식어버린 그 무언가처럼 보인다.

혜경 : 헤어지라 하면 헤어질게. 말만 해. 돌아갈게.
운철 : 나 혜경 씨 못 먹여 살려
혜경 : 그러다가 너도 결혼하겠지.

뜨거웠던 그 무언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궁금했지만, 나는 그것이 그저 식어버린 현재에서 벗어나고픈 손짓이라고 느껴졌다. 헤어진 두 사람.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는 편한 사이. 그래도 이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잠정적으로는 만나지 말아야 할 사이. 혜경은 운철에게 계속해서 운철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운철이 조금만 더 자신에게 다가와주기를 바라면서.

혜경 : 싫냐고
운철 : 싫어

하지만 운철은 거절한다. 그 후에도 몇 번 대화 속에서 혜경은 운철에게 다가와달라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운철은 거절한다.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 당연한 순간임에도, 혜경은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한다. 다만, 운철은 그 선택의 결정권을 넘겨받지 않는다.

혜경 :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그들의 만남으로 인해 그들의 선택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헤어진 상태고, 혜경은 몇 달 후 결혼을 한다. 그들의 맥없는 대화가 끝나고, 그 사이 비도 그쳤다. 카페에서의 모든 대화가 혜경을 통해 시작된 것과는 달리, 카페를 나오자 운철은 그저 꺼내놓고 싶었다는 듯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어젯밤 혜경과 같이 자고, 같이 걸었던 이야기. 아직은 혜경과 자고 싶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의 말속에 혜경과의 미래는 없다.

혜경 : 다시는 연락 안 할 거야
운철 : 잘 생각했어
혜경 : 갈게

혜경과 운철이 일어선 자리를 카페 주인은 다가와 정리한다. 식어버린 커피와 다 마시지 않은 홍차. 맛도 색깔도 다른 그들의 커피와 홍차는 카페 주인의 손에 치워지고, 벚꽃이 담겨있던 컵 역시 테이블에서 치워졌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카페는 문을 닫는다. 비가 와서인지 꽃잎들이 많이 떨어져 땅 위로 굴러다녔다. 봄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또 끝나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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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니 이 영화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의 사연, 그 이야기. 여러단계에 있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 테이블이 속삭이는 그 이야기들을 잠시 훔쳐본 느낌입니다^^

영화를 일주일 만에 찍었다고 들었어요. 영화 길이도 짧기도 하고, 공간 이동이 많은 영화가 아니라지만 꽤 담백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영화였어요. ^^

4쌍의 이야긴데 개인적으로 3번째 모녀커플 이야기가 좋았네여
가짜에서 진짜를 만난느낌.

저도 3번째 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
한 번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페북에서 보고 들어와 팔로잉했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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