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2] 면접을 보고 왔다

in #kr-life7 years ago (edited)

오랜만에 영화 리뷰아닌 제 이야기로 글을 쓰네요..
최근 영화관을 자주 가서 리뷰 밀린게 꽤 되는데..
내용 까먹기 전에 후딱후딱 써야하는데 하하

오늘 쓰는 글은 일기처럼 편안하게 써야될 것만 같아..
평소와 같은 문체는 쓰지 않도록 할게요


면접을 보고 왔다.


살면서 면접이란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면접준비를 해본 적도 없다.

이유는 취업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백수처럼 놀고 먹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중학교 때부터 회사에 들고 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회사가 오라해야 가겠지만...

옛날부터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기도 했고,
영화감독이 아니더라도 좋게말하면 프리랜서
나쁘게 말하면 백수처럼... 일거리 생기면
일하고 다른 때는 내 할 일 신나게 할면서 살고 싶었다.

지금 20대 후반으로서 슬슬 현실의 높은 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과는
조금 남다른 길을 가고 있다.

나는 나만의 취업(?)을 준비중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면접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인생에 어제까지 포함해서 딱 3번 면접을 보았다.

처음 면접은 고등학교 면접이었다. 무슨 고등학교가 면접이냐
싶겠지만.. 나름 동네에서 새로 생긴 포부가 큰 (명문고등학교가 되려는)
고등학교였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도 있었다.
근데 명칭만 면접이었다.
가니까 그냥 이름과 얼굴 확인만 하고 끝났다.
어린 나이에 면접이 이런건가? 개꿀인데? 싶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걸 면접이라고 칭하지도 않지만
나는 그냥 나름 내 인생 첫 면접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두번째 면접은 영화 잡지 기자 면접이었다.
자신만의 기사를 쓰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라
면접만 잘보면 붙겠지 싶었다.
3명이 동시에 들어갔다.
뭐라 뭐라 열심히 말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결과는 깔끔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 세번째 면접을 보고왔다.
어제 본 면접은 바로

장편독립영화 연출부/제작부 면접이었다.


무섭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나는 그동안 나름대로 내 영화를
5편정도 만들었었다. 물론 초저예산에 배우 스텝도
다 내 친구들..(당연 돈 줄이려면 지인이 짱..)
퀄리티는 기대도 안했고, 처음부터 습작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껴두는 시나리오가 아닌 빠른 시간에 뽑아낸
시나리오로만 촬영하곤 했었다.

중학교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었지만, 본격적인 영화 관련 일은
전역 한 뒤부터 했던 거 같다. 24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무서울게 없었다. 어차피 친구들 다 학생이었고
나도 학생이고, 남들은 공부만 하고 있지만 난 학교도 다니면서
영화도 만들고 있으니까, 뭔가 내가 더 앞서있는거 같고
열심히 사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너무나도 무섭다.

친구들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요즘 만나면
다들 각자의 일들로 바쁘다...
많은 친구들이 취업을 했거나 취업의 문턱에 있다.
아는 동생들은 당연히 학생인거고 (그럴나이니까..)
내 나이대 사람들 중에 나처럼 사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남들보다 앞서는 것 같았고 열심히 사는 것 같았던 내가
이제는 너무나도 뒤쳐져 있는거 같고 미래가 없는 것같이
느껴졌다. 내가 가려는 장기적인 목표는 있지만...
너무 장기적이다. 그 길을 다 걸어갈 때쯤에는
내 친구들은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습작처럼
영화를 만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족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로 이곳저곳 촬영장을
찔러보았다. (당연히 학교는 무기한 휴학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나는 면접을 보고 왔다.


스스로 하는 위로


면접의 결과는 아직 모른다.
붙고 싶다. 하지만 떨어지더라도
끝은 아니다.
당연히 세상은 넓고 촬영장도 많고
시간도 많으니까. 뭐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지금은 내가 시간을 버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요즘 그런 말 참 많이 듣는다.

내가 부럽다고

그럴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왜 부러워?

난 지금 내 목표 중에 이룬것 하나 없고, 한치 앞도 안보이는
미래를 걷고 있으며 불안 속에 살고 있는데??

그럴때마다 친구들이 하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나가는 모습자체가 부럽고 멋있다고 한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거 자체가 부러운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미래니까 다 포기하고 다른일 찾자

찾았다고 가정하고 미래를 그려보았다.
그 미래가 지금보다 행복하냐 생각해 보았을땐
전혀 아니었다.

돈은 벌고 내 나름대로 잘 살고는 있겠지만, 남는건??

지금 불안하고 걱정되는 건 한치 앞도 안보이는 미래때문인거지

그 미래가 이미 결정되있는건 아니다.

답 나왔다면 때려쳐야지

그래서 결론은 뭐냐.. 나는 지금 행복하다.
누가 보기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는게
철이 덜 든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인생을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
만약 돈이라면 난 철저하게 실패한 길로 가는 것일지도모른다.

그치만 나는 행복 그리고 글로 쓰진 않았지만 내 나름의 비전과
소명을 향해 걷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해보고 싶다.

나는 어제 면접을 보고 왔다. 그래서 웬종일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

Sort:  

뭔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많은 것이 겹치네요 대부분의 사람은 말하죠 일은 일이다 좋아하는일은 좋은 직장가지면서 해도돼... 저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고 싶었죠 일을 시작하면 최소 30년 이상인데 하고싶고 좋아하는 것과 따로 생각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20대 중반이되어 그이상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하고싶은 일만해서 살수 있는 것인지... 포스팅을 보고 많은 생각이드네요 ㅎㅎ 하지만 아직까지는 하고 싶은것을 하면서 미래를 찾아보렵니다 눈 앞의 취업이 아닌...

맞아요.. 저도 어차피 평생 일 할거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했었지만 요즘와서 이제 현실의 벽을 조금씩 체감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한동안 (최소 10년은) @dreamyacorn님 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미래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비슷한 길을 가시는 아콘님을 응원합니다. 2018년 더 힘차게 살아봐요^^

자기 꿈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좋네요 ㅎ 난들은 다 때가 되어서 취직을하는데 다른길을 가는데 당연히 불안하고 무서운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저도 나이는 얼마 먹지는 않았지만 평범하게 취업하고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는데 뭔가 아쉬움이 많습니다. 취업을 하는 것보다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했더라면 어땟을까 생각을 하곤하죠. 힘들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내가 열심히 노력했더라면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을텐데 생각이 드네요 ㅎ 응원합니다 ㅎ

응원 감사합니다. 힘든 길이지만 열심히 노력했다면 어떻게든 살아가고 계셨을텐데라는 말이 참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걸어나가야할 방향성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네요!! 남은 주말도 잘 보내시고 호걸님도 화이팅입니다^^

언젠가 습작으로 만드신 그 영화, 스팀잇에서 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말하면서 생각난 건데 저도 단편이 몇 개 있어서 스팀잇에서 단편극장 뭐 이런거 해봐도 잼있을거 같아요.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서 자신있게 누군가를 보여주는 게 참 쉽지가 않네요 ㅎㅎ 그런데 스팀잇 단편극장은 좋은것 같은데요..??? ㅋㅋㅋㅋ 만약에 열린다면 부끄럽지만 제출해보고 싶네요:) 오쟁님 영화도 보고싶구요!!

꿈을 향해 나가는 모습 보기 좋네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랄께요! 홧팅!!!

감사합니다:)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넓은 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것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가는 좁은 길이라고 해서 반드시 오답도 아니죠. 지혜롭게 헤쳐나가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제상황에서 많은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틀린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인지라 많이 공감이 갔습니다.ㅎㅎ
제가 하고 싶은일을 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ㅠㅜ
@hisc님 화이팅!!

달방긋님도 응원합니다 ㅜㅜ
정말 쉬운게 없는거 같아요... 하지만 열심히 두드리다보면
어떤 문이든 하나는 열리지 않을까요?!!!?

대학생 때 단편 영화를 만들겠다고 뛰어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큰 감독이 되려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워야겠죠! 부디 혀니님도 현실 영역 또한 잘 살펴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언젠가 스팀잇에 혀니님의 제작일지가 올라오는 날이 오길!

경민님이 만드신 영화도 한번 보고싶네요 하하..
현실을 인지하면서 미래를 확신하는게 쉽진 않네요.. 일단은 열심히 해보는 수밖엔 없나봅니다:)
감사해요^^

저도 옛날에 영화잡지 기자 하고 싶었는데 ㅎㅎ 애독했던 필름2.0이 망하기 전까진... 자기만의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한듯요. 응원합니다.^^

만약에 면접 붙었어도 저는 큰일이었을것 같아요... 글솜씨가 많이 부족해서
응원감사합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3
TRX 0.28
JST 0.042
BTC 104956.85
ETH 3880.98
SBD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