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공군 습격작전
1966년 8월8일 해병대 공군 습격 작전
1966년 8월8일 부산발 진해행 시외버스는 만원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김해공군비행학교에서 위탁 교육 중이던 해병대 소위들이 끼어 있었다. 정류장에 이르렀을 때 일군의 공군 장교들이 차에 타려 했지만 여의치않아 뒷문으로 가서 문을 두들겼다. 그때 해병 소위가 앞문으로 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에 빈정이 상한 공군들이 대거리를 하자 해병소위 7명이 일제히 튀어나가 공군 소위들을 때려눕혀 버렸다. 뭐 여기까진 있을 수 있는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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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버스에 올라 느긋하게 가던 도중 공군 차량 두 대가 버스를 가로막았고 30여명의 공군 장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해병소위들은 한 명의 머리가 깨지는 등 부상을 입었지만 용케 탈출했고 공군들도 더 이상의 보복은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였으면 별 일도 아니었을 것이고 영화도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끝났을 테지만 해병대 장교 숙소에서는 일종의 전투액션무비 기획안(?)이 짜여지고 있었다. 총원 142명 가운데 입원환자와 보초를 제외한 129명 전원이 김해 공군 기지를 습격하기로 한 것이다. 적과 싸우라고 훈련받은 군대가, 그것도 장교들이 "공군한테 두들겨 맞은 불명예를 회복하자."면서 아군 기지를 야습하기로 한 것이다. 대단한 전우애 나셨고 기가 막힌 명예도 덩달아 탄생하신 셈이지만 이들은 정말로 그 작전(?)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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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기지는 아수라장이 됐다. 위병들은 무장해제됐고 잠에서 막 깨어난 공군 장교들은 무지막지한 해병대의 주먹과 발길질에 무참하게 짓밟혔다.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전 공군 장병의 집합령이 떨어지자 조금은 제정신이 든 해병들은 공군 당직장교를 찾아가 "윗분들끼리 해결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고서도 그들은 '해병은 간다'를 해병대 특유의 반동을 넣으며 악을 쓰고 불렀다. 하지만 공군이라고 해서 마냥 바지저고리들이 아니었다. 상황을 깨달은 공군 수백명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이제는 호러 무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해병소위들은 좀비에게 쫓기는 인간처럼 꽁지가 빠져라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해병대원들 궁지에 몰리자 "쫓아오면 비행기 부순다"고 협박하면서 실제로 물건을 던져 비행기를 파손하기도 한다. 대개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 철조망을 뛰어넘었고 늪지대를 목숨걸고 헤엄쳤다. 그 와중에 드디어 해병 소위 1명이 전사(?)한다. 무책임한 객기가 혈기방장한 청년 장교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문제는 사후 처리였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군대라면 우발적인 충돌도 아닌, 아군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을 감행한 해병 소위들에 대한 엄격한 조처가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해병대 군사재판장은 선고를 내려야 하는 상황만 되면 홱 뒤로 돌아앉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선고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해병 수뇌부도 35기 해병 소위들과 해병대의 '사기'를 고려, 공군 해당부대와의 '자매결연'을 해법으로 제시하여 박정희의 승인을 받는다. 그래도 한 명은 책임져야 한다고 봤던지 소위 한 명을 전역시키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는 해병으로 돌아갔고 30년 뒤에는 해병대 사령관 자리에 앉는다. 전도봉 사령관이 그다.
몇년 전 기수열외라는 단어를 사회적으로 각인시키며 "사람 잡는 해병대"의 오명을 썼던 때 떠오른 것이 이 8.8 사건이었다. 142명의 소위 가운데 1명의 예외도 없이 동의하고 참여한 가운데 아군 습격 작전이 벌어졌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론을 폈다면 그는 아마 목각등신 취급을 면치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으리라 확신한다. 그런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30년 동안 생산과 재생산을 이어온 상황에서 '기수열외'는 지극히 당연한 부산물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우월하다고 자임하는 집단은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이나 집단의식에 누를 끼치는 이들에 대해 잔인하게 마련이다.
잘 읽었습니다^^! 세상은 달라지는데, 사람만 변함없지요^^;
감사합니다... 사람도 변한다고 믿습니다 ^^
해병대라고 다 같지는 않습니다ㅠㅠ
부끄러운 역사가 있지만 많이 변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좋은 역사도 소개 좀 ㅎㅎㅎㅎ
9월에 ... 해병대 얘기 두어 번 나올 겁니다 ^^ 해병대 1,2기 이야기 그리고 9.28 수복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