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한자, Kr-History] (15) 고려와 조선의 칭호 차이, 외왕내제(外王內帝)

in #kr-history6 years ago

너무나도 오랜만에 찾아보는 한자 포스팅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한자는 제목에 보이듯이 역사와 관련된 한자인 외왕내제인데요.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는 아닙니다. 어떤 체제를 편의상 이렇게 부르고 있지요.

외왕.jpg [바깥 외, 임금 왕] 바깥으로는 '왕'을 칭하고

내제.jpg [안 내, 임금 제] 안으로는 '황제'로 칭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황제는 중국의 임금을 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의 왕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천자'를 칭하는 것이죠. 천하를 다스리는 자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아무나 칭하는 것이 아니었죠.

그런 중국과의 외교 문제 때문에 겉으로는 제후국으로 표시했지만, 안에서는 황제국으로 칭하는 이중적인 체제를 구사한 국가가 우리나라에 있었습니다. 바로 고려입니다. 원 간섭기 때 왜 폐하를 전하로, 태자를 세자로 고쳐부르라고 했었을까요? 그건 고려가 안에서나마 황제국을 자처했기 때문입니다. 폐하와 태자는 중국 황제가 부르는 칭호이기 때문이죠.

고려 시대 때 지은 역사서인 삼국사기의 경우 고구려, 백제, 신라를 모두 '본기'에 기록했습니다. 본기와 열전을 중심으로 한 역사 쓰기를 기전체라고 하는데, 이 기전체에서 정통성이 있는 제왕의 국가는 '본기'로 기록하고 제후국은 '세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려 시대 때 삼국을 전부 본기에 넣었으니 고려가 당시엔 안에서나마 황제국을 자처했다고 보시면 되겠죠.

반대로 조선은 명의 제후국을 자처했습니다. 고려가 황제국을 자처했으니 조선은 중국에 대한 태도를 달리 할 수 밖에 없겠죠. 국호 또한 명의 선택에 맡길 정도로 말입니다. 따라서 조선의 국왕은 당연히 왕이었고, '전하', '세자' 등의 호칭을 부르면서 안에서까지 제후국을 자처했지요. 조금 더 도전적이었던 고려 대신에 안정적인 것을 택한 조선이라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아, 물론 그렇게 제후국을 자처한 조선마저도 실제로는 아주 몰래몰래 황제국 용어를 썼습니다. 찾아보시면 꽤 재밌을 겁니다. 의외로 조선 왕의 무덤에도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단지 '짐'만큼은 절대 안 썼지만요.

이 시기에 작성한 역사서인 고려사에서도 고려를 '세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후국이라고 자처했기 때문에 본기로 기록할 수 없고 세가로 기록한 것이죠. 같은 기전체 사서지만 표방하는 입장에 따라 집어넣는 범위가 달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더해서 숫자에도 달라진 게 있었는데요. 예전같은 시기라면 '만세'를 함부로 부를 수가 없겠죠?? 예법상 만은 황제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조선은 한 단계 낮춰서 '천세'라고 불렀죠. 물론 고려의 외왕내제를 조선이 안 할리는 없겠죠. 따라서 몰래몰래 만세를 불렀을 겁니다. 이런 조선은 고종 때 대한제국으로 바뀌면서 공식적으로 황제국이 되었고, 공개적인 칭호 또한 황제국의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겉으로는 중국과의 외교를 위해 스스로를 낮춰서 왕으로 칭했지만, 안에서는 아주 대놓고 혹은 마음놓고 황제의 칭호를 직접 써버린 이중적인 체제. 그것이 바로 외왕내제(外王內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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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겐 강하게
강자에겐 약하게...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뭐라 할말이 없다시피하지만
그렇기에 지금도 이 사자성어는 돌고 도는 듯 합니다.

잘 보고 가요

어떻게 보면 강약약강일수도 있지만... 사실 황제는 아무나 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사학계에선 이를 그나마 자주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왕내제는 사자성어나 고사성어도 아니라서요. 동양에서의 최강 국가는 다름이 아닌 중국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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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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