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10082018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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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강하는 주를 맞이하면서 쓰는 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저장되어 있는 책 wishlist 들이 울고 있는 것만 같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무수히 둥둥 떠다니고 있는데, 정작 계획했던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기에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시간 끝만 겨우겨우 붙잡으며 할당량을 채우고 있다. 며칠 전 발행된, 구글 e-book 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윤태웅 교수님의 <떨리는 게 정상이야>, "강남순의 페미니즘 이야기"의 20회 연재를 보완하여 출간된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 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 진작 출판사에 등록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내 놓았으나 언제쯤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책 사이트에서 e-book 으로 다운 받아 볼 수 있겠지만, 여태 그렇게 다운받아 놓은 흩어져 있는 책들이 꽤 되기에, 구글에 등록되기까지 조금은 기다려서 내 킨들 서재에 넣고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여기저기 다른 곳에 매번 로그인해서 보기도 불편하고, 종이책을 고수하던 내가 전자책으로 바꾼 이유엔 전자잉크의 메리트 뿐이 없는데, (누워서 볼 때 두꺼운 책은 팔심이 좀 후달리기도 하니 그것도 포함되는 듯) 컴퓨터 화면으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읽기란 나에게 고통이기 때문..

     하루아침에 바뀐 날씨가 눅눅해진 집안 공기와 함께 몸 상태를 누르고 있다. 이제 주기적으로 합주시간을 갖고, 노래를 해야하는 시기이기에 더욱 목 컨디션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지금 같은 퀴퀴한 날씨가 지속한다면 좀 더 주의 깊게 관리를 해야 한다. 소금물 가글, 캔디, 도라지 꿀차, eau de mer spray, 목도리 등으로 달래주고 있는데 아침과 저녁의 기온 차, 건조한 습도, 도로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먼지 등으로 생기는 가래는 어쩔 수 없는 듯. 덕분에 평소엔 게을러서 하지않던 의식적 호흡연습을 하고 있고, 줄곧 루치아노나 르네를 내내 집에서 틀어놓고 있다.


요한슨 음악중 가장 자주 듣는 곡. 명상할때 집중에 도움이 크게 된다.

     10월은 나에게 좀 특별한 달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년 10월엔 나에게 좋았던 일들만 일어났던 것 같다. 음…. 긍정우먼파워로 힘들었던 시기는 다 극복하고 밝은 기억만 남은 걸 수도 있지만. 그리하여 올해도, 10월에 들어선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다 좋은 결실을 볼 거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구체적인 꿈을 세워보는 달로 기록할 예정이다.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마는 구체적으로 정해놓진 않았었기에, 디테일하게 구현하다 보면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조언이 크게 와닿았다. 5년후, 10년후의 나를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악보나 가사집, 또는 책에 얼굴을 파묻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 고개를 들어 씨름하고 있던 텍스트들과 전혀 상관없는 풍경을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알든지 간에, 그 배움이란 얼마나 한계적인지 알고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좁아져만 가는 내 지식의 스펙트럼의 방향이 어찌 보면 당연한 건 물론이거니와 자칫하면 편협한 길로 치우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장해놓은 교수님들의 글과 강의들을 다시 꺼내어 읽고 마음을 다잡는다.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책을 읽다가 집중이 분산될 때 다시 빠르게 그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카톡 어플을 켜는 것이다.

     늘 연락하는 사람들과만 이야기하다 보니 카톡을 잘 쓰지 않는데,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화 앱인 카톡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와 얼굴들을 보고, 문구들을 읽는 것이 때때로 큰 자극이 되기도 한다. 현재 내 카톡 문구는 아주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10 years rule”. 프로필 사진은 없다. (때문에 많은 친구의 잔소리를 듣고 있음) 현재 내 상태를 알려주는 가장 좋은 문구이기도 하고, 들어가서 바꾸기 귀찮기도 하기에.. 프로필 사진을 비워 놓는 이유는 딱히 없는데,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 정 내 얼굴을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영상통화를 걸어서 보면 되고, 얼굴 사진을 잘 찍지 않아서인데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큰 것 같다. 친구 목록 스크롤을 죽 내리면서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훑어볼 때, 지난 회상과 많은 에피소드가 겹쳐 떠오른다. 쓸데없는 연락처는 다 지웠으니, 끝까지 죽 보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른 인생과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적인 모습들을 단편적으로나마 보고 나면, 왠지 기분이 리프레쉬 되는 기분이랄까.

     프랑스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주제로 니체와 데리다가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갭은 어마어마하지만 현재 이 둘의 사상에 가장 적합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자주 들여다 보고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절대적 사실과 각자 우리의 시각이 개입된 해석을 현명하게 구분하고 그 해석의 의미를 판가름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해석의 ‘고귀한 이상’ 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있다. 고귀한 정치적 이상, 또는 고귀한 종교적 이상, 이 수많은 ‘고귀한’이란 형용사가 붙는 텍스트들을 방패로 타자에 대한 혐오, 배제, 비하 등을 정당화하고 확산시키는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면 그것은 강의에서 말하는 ‘생명 억압의 해석’이며 ‘폭력적 해석’이란 설명이 거진 이해가 되고, 사회적 이슈들을 보자면 참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단지 어떤 특정한 정황이나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그 자리에 있었다," 또는 "직접 읽었다 "는 "사실"만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무의미화시키는 "절대적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동일한 시공 간에 있어도 그것을 경험하고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개별적 이해일 뿐이라는 인식론적 한계를 인지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개별인들의 삶과 관련된 주제일 때, 이러한 인식론적 한계성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면 참으로 위험하다. 자기 생각을 절대화하면서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일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무수한 살상, 폭력, 갈등을 정당화해 온 이유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텍스트, 또는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생명 확장의 해석’과 ‘생명 억압의 해석’ 사이에서>, 강남순 글

     내 감정과 내 기준을 방패 삼아 타인을 악마화한다는 것에 대한 고찰은 사람 관계에서 늘 존재해왔다. 어렸을 적, 몰려다니던 몇몇 아이들의 가십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타인을 대상으로 한 악마화를 실제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한참 전이라지만 아직도 생생한 것이, 남을 비난하고 상처를 주려는 그 마음과 혀끝에서 만들어진 가시 같은 말들이 ‘남’을 아프게 하는 그 일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결국은 본인들을 괴롭힘을 깨달았다. 남을 미워하는 것도 내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임으로. 반면, 사랑은 같이 나눌수록 그만큼 돌아오고, 앞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다. 지금 돌아보면 성찰적인 의미를 다독이게 한 과거가 되었고. 그 계단을 한번 오르고 나니, 실 세상에 얼마든 있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타인을 악마화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후회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완벽할수 없으며 매일 무너지고 매일 일어선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벽에 포스트잇을 칠하고, 생각 기록들을 읽고 또 읽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오래전부터 존재한, 내면화된 거울을 통해 현명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것이 아닐까.

     이번주 부터는 한 책을 다 끝내고 다음 읽을 책을 사자는 다짐 아닌 다짐을 반드시 지켜야 할듯 하다. 그러려면 치열하게 읽기를 실행해야 하는데, 당장 들어야 할 UV Culture 앨범만 98개다. (2개도 겨우 끝냄) 그냥 듣는것이 아닌 앨범이 녹음된 년도, 세션들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이고, 이 앨범에선 어떤 스케일과 연주법을 쓰고 있는지 등을 노트해야 하기때문에 그냥 들을 때 보다 시간이 두배정도 더 걸린다. 일주일에 분석할 앨범 딱 3개로 어림잡고, 책도 일주일에 한권, 읽을 불어 아티클도 한 단. 이 포스팅의 핵심은 이것으로 마무리 하는걸로!

     편하게 글을 올리는 스팀잇에는 전과는 다르게 앞으로 희망적인 생각들 위주로 간추려서 쓰게 될 것 같다. 현재는 실상 실패하고 좌절하는 과정이 되풀이 될지언정 (현타는 현재진행형), 소통하는 소중한 이웃들과 투자든, 글쓰기의 단상이든, 음악 기록이든 여러 가지를 나누며 희망적인 연대를 나누는 상상은 너무나 즐거운 일!! 생각을 나누는 과정 자체에서, 그리고 거기서 얻어지는 배움 또한 노리는것(?) 각자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소통을 하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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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욱~ 읽어내려가면서 마치 소설 속의 묘사같은 느낌이 드네요~ 가즈앗!!! ㅋ

늘 감사합니다 초님! 좋은 하루 되세요.

커트코베인이 그랬죠ㅋㅋ태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줄기의 빛이 내게 비춰졌다.ㅋ

Though the sun is gone, i have a light 이였던가요?^^ 제 글과 어느부분이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갑습니다.

까똑 프로필 사진이 없는 쿨한 도시녀시군요. 관계라는 것도, 자기를 나타내는 일도 그런 것에 좌우되는 게 아닌데 참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을 절대화하면서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일

인류의 오랜 어리석음이 아닌가 싶어요. 그 어리석음에 한 방울 보태지 않기 위해 애써야겠지요.ㅎ

인식론적 한계성에 대한 이해 부재는 먼 얘기가 아닌듯 합니다. ^^ 주변을 보면 그런 사람이 한명은 꼭 있죠. 강의에서 실제로 와닿는 부분이 많은데, 제가 게을러서.. 솔메님께도 좋은일만 가득한 10월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강의 얘기 자주 들려주세요ㅎㅎ 레일라님도 즐건 10월 되세요. ^^

늘 고민과 생각이 많으시군요 🙃 자기성찰적인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사실 별 생각 없는데 글을 쓰다 보니..그렇게 비춰질수도 있을것 같아요. ㅎㅎ 응원 감사해요 !

프랑스 인들은 니체와 데리다를 '평소에' 이야기합니까😅
정말로 철학이 일상인 사람들이군요...😊

주위 친구들이 철학을 공부한 친구들이라서 얘기하는 주제가 더 그런것 같은데, 케바케 겠지만 문화와 생활에 비롯해서 적지않은 관심을 갖고있는것 같아요.^^ 한국어로 들어도 어려운 얘기를 불어로...(한숨) ㅋㅋ

헤이 ~ 시스터 🌹
에너지 낭비 하지말고 살아보장....
오늘 파리의 햇살처럼. 🇳🇱
Enjoy Ur Wonderful Day 🌈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가 누구처럼 맑고 멋지네요 😎

전자책이 생각보다 편하고 좋더라고요.
전 전자책 종이책 반반씩 보는 거 같아요.

제 주위에서도 종이책만을 고집하던 분들도 전자잉크를 한번 접하고 나선 슬쩍 선호도를 표시하더라구요. ^^ 각각의 장점이 있으니 좋은것만 취하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글에서 날씨 변화가 느껴지는듯 합니다^^ 좋은 에너지 스티밋에서 나누실 수 있길!

날씨가 확실히 선선해졌어요. 늘 감사합니다 ^^ 조르바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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