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오만 또는 만용 [2018.05.29]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이것도 벌써 이틀 전이다.
아내와 아이 둘이 토하고 설사하며 Stomach bug에 피해를 보고 있을 때,
어째서 "나"만은 괜찮을 거라 자부했던 것일까.
그것은 "오만함" 혹은 "만용"이었다.

밤새 자고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머리가 뜨겁고 무릎 관절이 쑤시며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계속 잤다.
점심시간 지나 한 2시 정도까지 잔 것 같다.
이때 쯤 되니 약기운이 퍼졌는지 머리는 안아파서 잠깐 일어나서 TV보다가
또 잤다.
결국 아내의 독박 육아는 하루 더 연장되었다.. ^^;;

분명 같은 바이러스일텐데 사람마다 발현되는 증상이 달라 신기했다.
내가 음식이나 물을 신경써서 아이들과 섞이지 않도록 했으니
어쩌면 바이러스가 소화기가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을지도.
그나마 월요일이 미국 공휴일인데 천만 다행이었고,
덕분에 미국 시차 적응은 훨씬 수월해졌다..ㅋ


얼마 전 내 일기에서 내가 인근 대학 대학원생들과 귀찮은 관계에 엮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내 연구에 이용했었던 클러스터링 방법을 전수하는 일이었다.
내가 이번 여행가는 동안, 학생들의 발표회가 있었고,
학생들은 무사히 잘 마쳤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그 담당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7월 초에 최종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좀 더 노력해서 같이 "publishable joint paper" 즉 저널 출판을 해보자 한다.

이 상황은 예를 들면 이런거다.
내가 낚시, 그 중에서도 어떤 특정 생선 낚시 전문가이고,
학생들에게 이 생선의 특징은 이러하니 이러저러한 낚시대가 필요하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어항에서 같이 한 번 낚아 봤다.
그런데 어떤 낚시대가 좋다고 아는 것과 바다에 나가 그 물고기를 직접 낚는 것은 전혀 다른 레벨의 이야기다.
만약 무언가 낚아도, 그게 이미 널리 알려진 물고기면 어차피 출판 불가다.
그런데 이걸 한달만에?

이번 일기의 제목이 "오만 또는 만용"이지만,
사실 이 교수에게 느끼는 감정은 "오만 또는 만용"보다는 오히려 "애처로움"이다.
한국 교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미국 대학 교수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중요한 모양이다.
대학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학생들에게 논문 한 편이라도 안겨줄려는 선의의 마음도 있으려나...

겪으면 겪을 수록 명확해진다.
나는, 나에게 교수자리가 하늘에서 거저 떨어진다 하더라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교수자리를 위해 몇십대 일의 경쟁이 펼쳐지니...
그런가.. 그럼 결론은 내가 특이한 사람이 되는건가..ㅋㅋ

글쎄.. 어쩌면 아직은 그저 배부른 소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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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8/5/28]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행복한지 알 수 없는 윗 자리를 위해 여럿이 경쟁하는 모습은 어디에나 있더라구요. 지기 싫은 마음 때문일까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아둔함 때문이라면 그저 개인탓을 하면 그만이지만, 정말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혹은 발 밑은 낭떠러리 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올라가기위해 발버둥쳐야만 하는 사회 구조 때문이라면 슬픈 일이죠.

어쩔 수 없이 올라가기위해 발버둥쳐야만 하는 사회 구조

ㅠㅠ

고인물이 되어가는.. ㅠㅠ

ㅎㅎ 미국도.. 테뉴어 받기 전까진 성과가....

예전에 지인분이 하버드와 국내 임용을 두고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결국 국내로 오셨던게 기억나네요.. [부모님 때문이라고 하시긴 했는데..]

대단한 분이군요. 하버드면 테뉴어 떨어져도 다른 대학으로 쉽게 이직 할텐데요. 정말 다른 요인이 있었나 보네요 :)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아니면
바라보는 시선이 나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건
어쩔수 없는 사람의 현상이지 않을까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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