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 후기

in #kr-daily6 years ago

지인 중 쇼맨뽕을 거하게 맞아서
주변에 위대한 쇼맨을 전파하고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얼떨결에 저도 보러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쇼맨은 실존인물인 P. T. 바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바넘이라는 사람은 미국의 유명 서커스인
링링 브로스 앤 바넘 앤 베일리의 설립자로,
이 서커스는 1884년부터 지난 2017년 5월까지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공연을 해 왔다고 합니다.
막상 바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개봉하기
반년쯤 전에 해체하게 된 건 좀 아이러니합니다.

이 영화는 개봉과 함께 논란에 휩싸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P. T. 바넘의 지나친 미화였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줄거리(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웅장한 사운드로 시작합니다.
1번 트랙인 the greatest show가 바로 그것으로,
바넘이 무대에 올라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무대는 텅 비고, 바넘의 과거로 돌아갑니다.


<화려한 공연장과 쇼맨의 무대>

재단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바넘.
아버지의 단골인 귀족의 딸 채리티를 좋아하지만
가난한 집 사정에 가까이 하기 힘들었고,
심지어 바넘을 고까워한 채리티의 아버지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채리티를 기숙학교로 보내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죽고 길거리에 나앉은 바넘.
길거리를 전전하며 먹고 살기 위해
빵을 훔치다가 걸려 바닥에 쓰러진 바넘에게
얼굴이 기괴한 한 여인이 사과를 건네줍니다.
이 순간은 바넘에게 큰 인상을 주고,
바넘은 살아남기 위해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을 다시 파는 등
악착같은 생활을 하며 채리티에게 계속해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의 동서를 잇는 철로공사에 뛰어든 바넘.
시간은 흘러 어엿한 청년이 되어 무역회사에서 일하게 된 바넘은
장인의 반대에도 채리티와 결혼에 성공해,
두 사람만의 삶을 꾸려나가게 됩니다.
행복함이 차오르고,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두 딸도 얻게 되지요.

그러나 행복한 순간이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바넘이 일하던 회사의 무역선이 죄다 중국에서 폭풍을 만나 침몰하고,
회사의 직원들이 죄다 해고당하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한순간에 벌이가 막막해진 바넘은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이제는 종이조각이 된 무역선단 권리증서를 가지고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는 그 돈을 몰아 세운것이 바넘의 호기심 박물관.


<바넘 가족의 행복한 시간>

사람들이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는 발상으로
단두대, 기린과 코끼리, 나폴레옹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모아놓지만
부푼 꿈과 다르게 영업은 신통치 않습니다.
가족까지 거리로 나와 전단지를 돌려보지만 영 시원찮은 벌이.
딸은 바넘에게 죽은 것들 투성이인 박물관이 무섭다며,
살아있는 신기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걸 웃어넘기려던 그의 눈에 들어온 '엄지 왕자' 동화책과 사과.
그 순간 바넘의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고,
신기한 사람들을 찾는다는 공고를 내며 여러 사람들을 불러모읍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고,
남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을 불러모아
춤과 노래, 다양한 묘기들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처음엔 그의 생각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설득당해
바넘은 그의 공연장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시작합니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던 공연>

드디어 바넘의 공연은 궤도에 올랐습니다.
비평가들은 탐탁찮게 보고
특히나 평론가 제임스 고든 베넷은
바넘의 공연에 대한 혹평기사를 싣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받아치며
기사를 오려오면 할인해주겠다는 기사를 뿌리는 바넘.
이 판단이 적중해 수많은 관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꿈으로만 담아두었던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딸들에게 가난할 때는 해줄 수 없었던 선물을 해주며
풍족한 생활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기괴하게 생긴 사람들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이 땅콩이나 먹으며 보는 쇼를 한다는 이유로
바넘에 대한 상류층의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그래서 바넘의 딸이 발레수업에서도 따돌림당하는 걸 알게 된 바넘은
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접근한 것이 상류층이자 연극 제작자 필립 칼라일.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집도 부유하기에
권태에 빠져있는 필립에게 다가간 바넘은
색다르고 즐거운 삶, 그리고 자유를 줄 수 있다며
필립에게 같이 일할 것을 권합니다.


<두 남자의 밀고당기기>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돌아서려던 필립은
바넘의 제안에 점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동업자의 신분으로 바넘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함께 공연팀을 보러 온 필립은
공중곡예를 맡은 앤 윌러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필립과의 동업은 성공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상류층과의 인맥이 있는 필립은
상류층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가장 높은 사람을 뚫는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영국 왕실의 초대를 받아내는데 성공하고,
바넘의 공연단은 바다를 건너 영국 왕실에 이르릅니다.
여왕과의 접견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한 걸음 나아가 바넘은 왕실의 파티에서 만난
유럽 최고의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를
미국으로 초대해 흥행을 열기에 이르릅니다.

린드의 노래를 들어보지도 않고
유럽 최고의 가수라는 말만 듣고 덜컥 데려온 바넘.
이 기회를 틈타 상류층에 진입하고 싶은데
린드의 노래실력이 미지수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하지만 린드의 노래는 바넘의 불안을 순식간에 씻어버리고
관객들을 사로잡아버립니다.


<제니 린드의 Never Enough. 나중에 알고보니 가수는 따로 있는 립싱크였습니다..ㄷㄷ>

평소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던 베넷조차도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며 호평.
이렇게 대성황을 이룬 공연이었지만
바넘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상류층에게 잘 보여야겠다는데 집착한 나머지
그동안 동고동락한 서커스 단원들이
제니의 노래를 들으러 왔을 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운드가 좋다는 이유로 단원들을 입석에 배치해버립니다.
앤에게 호감이 있는 필립이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보기 위해
입석을 자처해 함께 공연을 보면서
두 사람의 거리가 진전되는 듯 했지만,
필립의 부모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앤과 맞잡았던 손을 놓는 필립.
앤은 거기에 실망해 돌아서버립니다.
안타까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바넘은 단원들이 제니를 보기 위해
파티홀로 나오는 것도 막아버립니다.
그동안 자신들을 양지로 끌어내주고
자랑스러워하게 했던 바넘조차
자신들을 저버렸다고 느낀 단원들은 상처받습니다.


<지지 않고 당당하겠다는 결의를 담은 This Is Me가 나오는 파트>

성공에 대한 욕망과 그 열매는 바넘에게 너무 강렬했니다.
그동안 자신을 업신여겼던 장인어른이 오자
제니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데려와놓고는 면박을 줍니다.
항상 목말랐던 상류층의 인정을 받는 데 성공한 바넘은
그동안 직접 나와 관리하던 서커스단을 필립에게 맡기고는
제니와 함께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버립니다.
저택을 은행에 맡기고 60인의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
바넘의 거대한 도박이었습니다.

제니의 노래는 '진짜'였기 때문에 가는 곳곳마다 호평을 받고
공연은 대성황을 이루지만,
채리티는 자신의 곁을 떠난 바넘의 빈 자리에
허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거나 크거나 어떤 일이든 함께 하자던
처음의 약속은 어느샌가 멀리 떠나버린 모양입니다.

자신이 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필립은 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바넘이 앤을 위해 오페라 티켓을 예매했다고 속이고,
예매장소에 등장합니다.
'내가 부르면 안 나올 것 같아서'라고 솔직히 고백하고는,
언젠가 꼭 한 번 극장에 와 보고 싶었다는 앤과 함께
공연을 보러 들어가려는 찰나
또다시 마주친 필립의 부모.
필립의 아버지는 필립이 어울리는 상대가
흑인 곡예사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해 심한 말을 하고,
앤은 그대로 돌아 극장을 뛰쳐나갑니다.
필립은 부모님에게 목소리높여 항변하고,
앤을 뒤따라갑니다.


<세상에 맞서 사랑하자는 필립과 주저하는 앤의 마음이 드러나는 Rewrite The Stars>

부모의 폭언을 사과하고,
그동안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세상의 단단한 장벽을 겪어왔던 앤에게
필립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바넘의 순회공연은 가는 곳마다 성황리를 이루고,
이대로라면 대성공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할 무렵,
제니가 바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제니는 사실 바넘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미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바넘은 이를 거절하고,
제니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줄 알았던 바넘의 반응에 절망하고는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제니를 달래 무대에 올려보내고,
평소와 다르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노래를 부른 제니는
수많은 사진기의 플래시가 터지는 와중에
마지막에 인사하러 올라온 바넘에게 키스해버립니다.
당황하는 바넘에게 '작별인사'라며 돌아서 나가버리는 제니.
바넘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사이 서커스단에는 큰 문제가 터집니다.
서커스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용모가 타인과 다른 서커스단원들을
괴물(freak)이라고 부르며 핍박하던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던 것인데요,
바넘이 소홀해짐과 함께 더욱 늘어난 그 사람들과
서커스단원 사이의 몸다툼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건물에 불이 붙어 건물은 전소해버립니다.
필립은 앤이 대피하지 못한 줄 알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지만 앤은 다른 경로로 피신한 후였고,
필립은 그 뒤에 뛰어든 바넘에게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됩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자마자 서커스 장소를 잃은 바넘.
설상가상으로 공연장에서 제니와 키스한 일이
스캔들로 번져 신문들에 실리기에 이르고,
급기야 채리티는 바넘의 곁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갑니다.

바넘은 순식간에 모든 걸 잃고 주점에서 술을 마십니다.
그런 바넘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커스 단원들이었습니다.
'돈을 받으러 온 거라면 난 완전히 파산이다'라고 말하는 바넘에게
당신이 우리를 빛으로 꺼내주었으며
서커스야말로 우리의 집이자 가족이라고 말하며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바넘은 그 순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떠올리고
처음의 마음을 되찾기로 각오합니다.
채리티를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한 번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같이 하겠다던
사랑의 맹세를 재확인하기에 이릅니다.

그 무렵 병원에 누워있던 필립이 눈을 뜨고,
그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하던 앤과 진한 키스를 하며
두 사람은 세상의 눈에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수많던 갈등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폐허가 된 건물에 모인 바넘과 단원들.
하지만 어떤 은행도 바넘에게 대출을 해 주지 않으려 합니다.
이대로 바넘의 쇼는 끝나는 것인가 싶은 찰나,
필립이 바넘에게 손을 내밉니다.
당신은 내게 사랑과 자유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주었으니,
그걸 담보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사실은 동업 초기부터 자신의 몫을
꾸준히 저축해왔던 덕에 돈이 제법 모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돈이면 당장 필요한 비용들은 제법 정리가 되겠는데
제일 중요한 건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려던 찰나,
바넘은 다시 한 번 아이디어를 찾아냅니다.
굳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건물을 살 필요는 없으니
부둣가의 큰 땅을 사서 천막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커스 천막이 바로 그것이죠.
그렇게 성공적으로 재기한 서커스 단원들은
오프닝에서 보여줬던 the greatest show의 장면을 보여주며
화려한 공연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공연 도중, 바넘은 쇼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법한
자신의 모자를 필립에게 넘겨주고 은퇴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자녀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고.
필립은 그 모자를 넘겨받아 쇼를 이어가고,
바넘은 코끼리를 타고 딸의 발레 발표회에 갑니다.
아름다운 발레 공연을 흐뭇하게 보는 바넘과 채리티.
그리고 영화는 끝을 맞이합니다.

-감상

일단 몰입도가 대단합니다.
오프닝 넘버인 'the greatest show'에서부터
시선을 휘어잡아버립니다.
라라랜드의 음악팀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레 미제라블에서 이미 증명한 휴 잭맨이나
가수로도 활동하는 케알라 세틀, 젠다야 등
배우들의 가창력 하나하나가 다 빼어납니다.
감정표현도 노래의 기교도 좋고
영상적인 연출도 화려해서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 내에 등장하는 음악들 하나하나가 다 빼어난데
그 중에서도 인상깊은 곡들을 몇 개 뽑아보자면

바넘이 필립에게 동업하자고 꼬드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The Other Side'

제니 린드가 부르는 'Never Enough'

제니를 보지 못하게 막아선 바넘에게 실망하고
서커스단원들이 거기에 지지 않고 당당해지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This Is Me'

필립의 부모에게 상처입고 돌아선 앤을 쫓아간 필립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세상의 시선과 맞서자고 호소하는
'Rewrite The Stars' 등이 있습니다.

.....OST 트랙이 11갠데 여기서만 네 개를 소개했군요.
심지어 두 개는 Reprise라서 실질적으로 수록곡이 9곡인데...
그런데 나머지 다섯곡도 다 괜찮은건 더 함정.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바넘 역의 휴 잭맨도 이미 레미제라블에서 가창력을 입증했고
레티 역의 케알라 세틀이나 앤 역의 젠다야는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인만큼
참여한 배우들의 가창력도 모두 수준급입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논란이 되고 있는 'P. T. 바넘의 미화'와
스토리의 허술함 정도가 있겠네요.

P. T. 바넘의 미화


<P. T. 바넘의 실제 사진>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라고 하는데
P. T. 바넘의 실제 행적은 영화와는 달리
좀 더 사기꾼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평범한 흑인 할머니를 데려다가 조지 워싱턴의 간호사라고 속여 장사를 하고,
서커스 코끼리가 죽자 아기 코끼리를 구하려다 죽었다는 미담을 만드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이슈몰이를 하기도 하는 등
영화의 행적만큼 순수한 열정과 선의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네요.
그런 사람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에 대한 비판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말기에는 개과천선한듯한 모습을 보여
인종차별이나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회봉사활동에 투신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그려진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겠지요.
차라리 '소재를 따온 허구의 영화'였다면
이런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텐데 싶어 아쉬운 부분입니다.

줄거리의 엉성함

개인적으로는 영화나 연극을 볼 때
이야기의 개연성에 대해 집착이 많은 편인데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이야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좀 더 납득할 수 있게 끌어줘야 하지 않았나 싶었던 부분들을
몇 군데 꼽아보자면

  1. 채리티가 바넘과 결혼하는 과정
    영화 내에서는 앞뒤 자르고
    다 큰 바넘이 채리티를 데리러 오고,
    장인은 마지못해 채리티를 넘겨주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1800년대의 미국에서
    서로가 원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쉽게 결혼이 가능할까요?
    조금 다른 케이스지만
    바로 뒤에 나올 필립과 앤의 커플도
    결혼이 아니고 어울리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핍박을 받았는데?

  2. 필립이 바넘의 제안에 동의하는 과정
    바넘이 술 한잔 사겠다고 꼬셔서 데려와서는
    그동안의 삶이 지루하지 않았어?
    내가 너한테 자유를 줄게! 같이 하자!
    좋습니다. 혹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필립이 느끼는 권태나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밀고 당기는 과정 자체는 재밌게 그려지지만
    필립이 그 손을 붙잡는 전개가 아쉽습니다.
    이미 인정받고, 잘 나가고, 모자랄 거 없는 필립이
    자발적으로 그 손을 붙잡을 만큼
    '지금의 자리를 벗어나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아마 있었을 텐데.
    영화에서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좀 더 충분히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3.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
    아무래도 위대한 쇼맨 = 바넘 이니까
    그만큼 개개인에게 비중을 할애하는 건 무리겠지만
    제니 때문에 바넘에게마저 소홀한 취급을 받고
    This is me를 열창하는 결의까지 보여주던 단원들이
    바넘이 밑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가와 격려해주고
    바넘이 개과천선해 초심을 되찾는 장면은
    작위적인 부분이라고밖에 말하기 힘든 부분.
    중간에 단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줬다면 어땠을지.

  4. 채리티
    처음부터 끝까지 바넘을 좋아하고 믿고 함께하는 채리티이지만
    그저 바넘의 기댈 곳이자 가정의 뿌리일 뿐
    Tightrope 한 곡을 제외하면
    채리티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바넘의 모습을 비추기 위한 거울로서 존재하는 캐릭터라는 느낌.

이런 부분들이 이야기의 얼개를 아쉽게 만들어서
영화 자체는 참 재밌고 즐겁게 봤는데
다시 생각하며 곱씹어보면 안타까워지는 부분입니다.

-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영화.
특히 안 보겠다면 모를까
보시겠다면 꼭 극장에서 보길 추천드리는 영화.
쇼무새 친구 때문에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래 떠드나'하고 봤는데
지금 이 리뷰도 쇼맨 OST 틀어놓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저 아쉬운 점들도
오히려 영화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되는 것 같네요.
'뮤지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못 받아들일 수준의 이야기 전개는 아니고,
영상미와 음악 모두 훌륭한 수작 영화라고
감히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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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글을 다 읽고 댓글을 다는데, 스포땜에 총평만 봤어요 ..! 친구가 이거 라라랜드+유머살짝 이라고 하던데 ㅎㅎ 라라랜드는 별 감흥을 못느꼈지만 총평이 괜찮으니 한번 봐야게꾼용ㅎㅎ

라라랜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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