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게 터지다
와이프와 두 아들을 데리고 대전을 갔다.
난 기세등등히 새로 들여온 삼팔이를 운전하겠다고 했고, 와이프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뒷자리는 넓으니 타준다는 심정으로 차에 몸을 실었다.
약 한시간여를 달려 건물 지하주차장에 도착을 했고, 파킹을 하자마자 후드 아래에서 뭔가 툭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대수롭지 않겠거니 하며 차에서 내렸는데 뒤에 있던 큰아드님이 이야기한다.
"아빠 차에서 흰 연기가 나~"
아니 뭬라고? 급히 후드를 열어보니 흰 연기가 온통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었고 냉각수가 콸콸콸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흡사 그 장면은 괴수가 주인공의 칼에 맞고 시퍼런 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 장면 같았다.
차 아래로는 퍼런 냉각수가 흘러 선혈이 낭자했고
후드에서는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아..... 내가 미쳐..... 도대체 어디서 냉각수가 터진걸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워터펌프와 연결된 고무 호스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림에서 2번 호스)
당시 bmw 차들이 열이 많고 냉각계통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막상 겪고보니 좀 짜증이 났다.
어쨌든 수습은 해야하므로 차를 조심히 지상으로 옮겼다. 냉각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오버히트 되지 않도록 수온계를 째려보며 차를 운전했다.
견인차를 불렀고, 나의 삼팔이는 그렇게 정비소로 끌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