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우리 산책할까요

in #kr-bu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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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우리 산책할까요』

나 또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한 명의 견주로서, 책을 읽기 전부터 괜히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강아지를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강아지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는 많지 않아 직접 펜을 들게 되었다는 책의 서문을 보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그간 동물 관련 콘텐츠는 상당히 이분법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귀엽거나 불쌍하거나. 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 속에 스미는 감정보다는 즉각적인 자극으로만 접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이 책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서문을 지나 처음 만나게 되는 강아지는 까미. 까미의 모성에 눈물이 나왔다. 우리집 둥이 생각이 났다. 둥이의 까만 눈동자, 발랑 뒤집은 배, 그리고 토실한 엉덩이가 떠올랐다. 까미랑 둥이는 접점도 없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단지 같은 강아지라는 이유만으로 감정 이입이 되었던걸까? 아니면 그저 순간 둥이가 보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내가 감수성이 풍부해진걸까?

자신이 잡아 먹힐 것을 알면서도 끄끝내 주인의 부름에 되돌아왔던 누렁이의 미련한 충성심에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이 이름을 부르자 더 멀리 못 가고 멈춰선 바보같은 누렁이. 아니, 누렁이를 바보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렁이는 단지 자신의 주인을 사랑했을 뿐인 것을. 그 맹목적인 사랑을 우습다는 듯 악용하는 우리 인간이 더 바보같은 존재는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산책할까요』의 매력은 강아지라는 소재에 얽혀있는 일상의 편린들이다.

강아지와의 함께하는 이야기, 거기에 더해진 일상의 이야기가 결국은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모든 순간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는 강아지들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에세이인가?하고 읽다보면 그 속에 강아지들이 있었다. 부러운 필력이다.

따라서 혹 본인은 강아지에 관심이 없다 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강아지라는 참신한(?) 소재가 결합된 에세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강아지가 메인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다는 생각!

우리 강아지 귀여워요~ 한 번 봐주세요~ 와 같은 책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도 된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 돌려 하고 있는 중이다!ㅋㅋㅋㅋㅋ 오히려 먹먹하고 시큰한 코 끝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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