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검사내전 by 김웅

in #kr-boo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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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꾸준히 읽고 있었는데, 그 내용과 감상에 대해 정리할 시간이 모자르더군요. 그래서 짧게라도 제가 요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감상을 남겨볼까 합니다.

그동안 읽은 책이 몇 권 되니, 앞으로 한편씩 풀어보겠습니다.


검사내전, 생활형 검사라고 주장하는


바로 이 책이다. 오상진 아나운서가 추천해서 대박이 났다는 책. 그의 추천이 아니었어도 대박은 났을 것 같은 책. 부제에서 주장하듯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가 적혀 있는 책이(란)다. '검사'라는 단어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생활형'이라는 형용사, 목에 깁스를 하고 눈에서는 레이저를 쏘는 게 아니라 거북이 목을 한 채 힘없이 걷고 있는 검사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8년간 검사로 지내오면서 겪은 사람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예상 외로 글을 잘 써서 놀랐다. 특히 사기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천상만태를 늘어놓을 때면 마치 재미난 드라마 대본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인가. 이번에 JTBC에서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 사기는 정말 큰 죄구나. 신뢰를 저버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드니까. 한 가정을 파괴하고, 궁지에 몰아넣는다.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남과 더불어 살지 못하게 만드니,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 글 참 재미있게 쓰는군. 드라마 보는 것 같은데.
  • 지식 자랑이 많다. 누구 책에서 읽었는데, 누가 이런 말을 했는데.. 아, 니예, 니예.
  • 법적인 잘못과 철학적 성숙 혹은 자아성찰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구나.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시라.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그러나 이렇게 치명적인 기술과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3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다.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생사가 걸린 싸움이기 때문인 것 같다. 치타는 그 경주에서 지더라도 또 뛸 수 있지만 가젤은 그렇지 않다. 경주에서 지면 다시는 뛸 수 없다. 먹기 위해 뛰는 것과 죽지 않기 위해 뛰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기꾼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죽지 않기 위해 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백 명의 사기꾼을 상대하는 검사와 단 한 명의 검사만 상대하는 사기꾼의 싸움은 녹록한 승부가 아니다. (p. 22)

  2.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모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함은 터무니없을수록 효과적이다. 너무나도 단정적으로 써놔서 진짜 이런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중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내가 이리 쪼들리며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마음에 좀 아쉬웠다. (p. 49)

  3. 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수사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구속된 한 통공장 사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기름밥으로 먹고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청을 한 것인데 그게 그리 죽일 죄냐고, 결국 부자들인 보험회사를 위해서 하는 청탁수사 아니냐면서 검찰은 왜 늘 있는 사람들 편만 드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부유했다. 바이에른 주의 상징인 파란색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엠블럼을 단 자동차를 두 대씩이나 굴리고 있었고, 나는 꿈도 못 꾸는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p. 54)

  4. 광고를 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늘 가맹점주들과 상생하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그렇게 상생을 생각한다는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과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육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걸핏하면 교육비를 뜯어간다.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가 다반사고 보복 출점도 곧잘 한다.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다. 게다가 돈이 모일 만하면 각종 명목으로 수익을 빨아간다. 담낭에 호스를 꼽힌 채 갇혀 사는 반달곰 신세나 다름이 없다. 한쪽은 ‘상’하고 한쪽만 ‘생’한다. 그래서 상생인가 보다. (p. 96)

  5. 인간의 존엄성이란 눈물 흘리기 좋은 감성적인 소재가 아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냉철하고 엄중한 과제이자 요구이다. 존엄한 것은 함부로 대할 수 없고, 훼손될 경우 반드시 응분의 대가가 따라야 한다. 마음대로 짓밟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그건 존엄한 것이 아니다. 짓밟힌 것이 오히려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간청해야 한다면 그건 존엄한 것이 아니다. 존엄한 것은 두려운 것이고 원시적인 것이다. 지켜지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소년 전담 검사를 하면서 나는 늘 피해자들에게 너는 소중하고 무엇보다 존엄하다고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가해자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고, 화해하거나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대개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존엄함과 권리를 포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엄한 것은 양보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 (p. 193)

  6. 다산 정약용이 지금 대한민국에 있다면 <목민심서>를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 수립, 재벌 해체, 권력구조 개편, 관료제 혁파, 교육 개혁 등을 주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p.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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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영화 '원더'를 봤어요.
영화 속 영어가 꽤 쉬워서 많이 들리더라구요.
다음에 도서관 가면 다시 찾아봐야겠어요.ㅋ

원더 보셨군요! 전 영화보다 책이 더 재미있었어요. 주인공 병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나 유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그것 빼고는 괜찮았어요. 약간 길지만 재미있어요. :)

ㅎㅎ 저도 이 책 얼마 전에 읽고 포스팅했죠. 재밌었습니다.

'천상만태'라고도 표현 하는군요.
저는 여태 '천태만상'으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ps : 검사내전 올해 말에 TV 드라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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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봤어요. :)
천태만상이라고 많이 말하는데, 천상만태라고도 해요. 어차피 '천'이나 '만'은 많다, 다양하다라는 의미이고, '태'와 '상'은 모습을 뜻하는 거라서요. 천태만상이든, 천상만태든, 뜻은 같습니다.

올해 말에 나오나요? 기대되네요. :)

과거시험 치러서 일하는 사람의 특징이 드러나나보네요 ㅎㅎ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ㅎ

안녕하세요 .@lovelyyeon 님이 이 포스팅에 jcar토큰 보팅 신청하셨습니다.

생활형 검사 - 현실의 모습을 냉철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라,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 속 검사의 이미지가 깊이 박혀있는 거 같아요. :)

제가 항상 외치는 말이지만 사기꾼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놈이라고 생각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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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사기라고 하면 돈을 잃은 것만 떠올렸는데. 돈도 돈이지만 사람과 믿음을 잃는다는 것도 무척 슬프고 힘든 일이더라고요.

이 포스팅만 읽었는데도 요약이 됐어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처음 봽는데 제가 많은 정보와 재미를 얻을 것 같아요...^^

먼저 인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블로그 놀러갈게요. :)

꼭 읽어 봐야겠네요!!
불이님 너무 오랜만에 들리고 갑니다~^^;;

저도 요새 바빠서 매일 못 들어오고 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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