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싶다 (feat. 블밍아웃)

in #kr-baby5 years ago

'은잔디'라는 닉네임으로

지금의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고.

나를 추가한 이웃도 5천명이 넘고

방문자수도 200만명이 넘었다.

참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의아한 일이다.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대체로 내 할 얘기만 하고

내 포스팅의 댓글에 답글 정도 달 뿐

거의 다른 블로그를 방문하거나 댓글 남기지 않는

꽤 이기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블로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블로그를 해왔고.

은잔디가 되기 전에 훨씬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았던

내 20대의 대부분의 기록이 담겨있다고 할까...

그런데 그 때 내가 끄적이던 블로그는

처음부터 나 스스로의 대부분을 오픈했고.

딱히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자존감은 높아서

지금 보면 자아도취의 기록들이기도 한데.

문제는 조금만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나와서

부모님과 일가친척은 물론 직장동료나 선후배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내 소소한 일상과 취향, 스펙 등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던 것 같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수험생처럼 매일을 나노 단위로 계획하고

아둥바둥 바쁘게 일상을 채우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강박이 생겨 꾸준히 극한의 노력을 계속 해야 했다.

그래서 힘들어도 힘들다 얘기할 수 없었고

내 솔직한 감정이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없고

뭐든 한 번 더 필터링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피곤하고 힘든 일들이다.

게다가

내가 관심있는 돈, 재테크에 관한 것 또한

마음껏 쓸 수 없어 답답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한참 인생의 슬럼프를 겪으며

속이 답답하고 힘들 때 새 블로그를 개설하며.

종종 활동하던 재테크 카페에서

취준생 때부터 쓰던 닉네임 "은잔디"로

새로운 공간에서 내 마음 속 이야기를

맘껏 쏟아내며 대나무숲처럼 이용하기 시작했다.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

물론 기존의 블로그엔 꽤 많은 애독자들이 있었고

습관처럼 이어왔던 포스팅을 단번에 멈출 수 없어

그 나름대로... 가족이나 친구가 읽어도 무방한

피상적인 내용들만 기록하며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지고 홀가분하게

'은잔디'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뭐든 습관이 무서운 법 ㅡㅡ

가끔 소소하게

멋대로 끄적인다는게

너무 열심히 해버린걸까.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내 문체를 아는 사람은

단 번에 나를 알아채기도 하고.

예전 블로그에 이웃이었던 사람들,

나의 현실이웃(친구. 남친. 친척 등)이

하나 둘 은잔디의 이웃이 되었고.

그렇게 내 블로그의 정체를

알게 될 때마다 소름이..ㅠㅜ

나를 너무 드러냈나 반성하게 되면서도

내가 꼭 다시 '이웃'으로 만나고싶다 생각하는

이웃들도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까? 하며

참 이상한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들의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다면서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고도 그들을 기다린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ㅋㅋ

비록 인터넷상의 세계일지라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동안 내가 지고 있던 인생의 무게(?) 를

내려놓은것 같은 홀가분함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 12월이었나.

출산휴가를 앞두고

마지막 출근을 하고 돌아와

홀가분하게 주말을 맞이했는데

마침 남편은 출근을 했다보니

혼자 집에서 여유를 누리다가

문득. 나를 항상 응원해주던

한 블로그 이웃이 궁금해졌다.

잘 지내고 계신지.

아기는 잘 크고 있는지.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예전에 쓰던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그 이웃을 찾아가 조용히 눈팅을 했다.

  • 물론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정말

입이 근질거려서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은잔디라는 이름으로

셀프 블밍아웃(!)을 했다. ㅋㅋ

우리가 처음 알게된건 8년쯤 전,

모네타 가계부 게시판에서였다.

재테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도 했고

서로 성향적으로 닮은 부분도 있었기에

그 사이트를 벗어나 각자의 블로그에서

꽤 오랫동안 이웃을 맺고 왕래하며

그 분의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랜선이모가 되어 지켜보곤 했다.

  • 이웃 님을 닮아 예쁘고 야무지고

언어 천재같은 똘똘함에 감탄.

그에 반해 당시의 나는

뭐든 빨리. 많이. 독보적으로 하고싶었던

욕망덩어리. 욕심쟁이 였다.

꽤 오랜시간을 하루를 시간. 분 단위로

나노의 크기만큼 계획하며 살았지만

그래서 스스로 무척 잘난 사람이라 생각해

지금보다 한참 교만하고 겸손치 못했던

나의 미성숙했던 내면의 모습부터

동시에 5~10kg은 뚱뚱했던

지금은 흑역사로 치부되는 ..

그 때를 모두 알고 있는

내 남편보다도 나를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알아왔던 분이다. ㅋㅋ

지금보다 여러모로 미성숙했음에도

그 분은 나를 친동생처럼 어여삐 봐주고

항상 격려와 응원해주셔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고.

이따금씩 그런 느낌이 그리웠던것 같다.

"글쎄요. 누구시죠? "하면 어쩌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이 날만큼은 오랜 이웃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은잔디가 된 후, 처음으로

셀프 블밍아웃을 감행한 것이다.

내가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단 번에 알아챈 이웃에게도 놀랍고

또 나를 기억하고 궁금해했다는 점에

감사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리고 이제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 직장인으로 살고있는

내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이런 내 모습과 변화의 과정까지

모두 먼저 거친 인생 선배이자 육아의 선배의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에

나는 그 누구에게서보다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고

무척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반가운 택배가 도착했다.

조립만 해두고 거의 쓰지 않았다는

걸음마 보조기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셔서

나와 영웅이를 생각해주신 마음이 감사해서

꼭꼭 착불로 주셔요! 하며 주소를 알려드렸는데.

꼼꼼한 포장은 물론

감동의 편지와 선물까지...!

아직은 배밀이도 제대로 못하는 영웅이지만

올해가 끝나갈 무렵엔 걸음마를 시작할 수 있겠지?

영웅이의 첫 걸음마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이웃의 선물이 무척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웃 님의 마음 씀씀이만큼

예쁘고 반듯한 글씨로 채워진

편지까지 읽으니 더 감동적...

이런 든든한 지원군을 다시 만나

나는 너무 행복하다...!

게다가 (기저귀 가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기저귀 가방까지 선물로 보내주셨다.

  • 아까워서 아직 모셔둠 ㅋㅋㅋ

지난 날을 돌아보면 아기엄마가 되고부터

아기를 위한 선물은 많이 받았는데

엄마를 위한 선물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것 같다며

이맘 때 내가 뭘 필요로 할 지 고민해서

고르신 선물 이라는 점에서 2번, 3번 감동...!

뜻밖의 선물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 선물의 깊은 의미를 알게 되니

가만히 전시만 해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뭘로 보답해야하나

하룻밤을 고민했는데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ㅠㅠ

그러다 생각난 것!!

OO이의 생일이 이 즈음이었던것 같은데 +_+

그리하여

나도 좋아하고. 이웃님도 좋아하는

한스케익을 골랐다 ㅋㅋㅋ

  • 우리는 공차로 대동단결 ㅎㅎ. 디저트 취향이 같다

  • 앗! 오늘이 예쁜 OO이의 생일인듯 :)

아무쪼록. 좋은 이웃을 다시 만나 기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가끔은 궁금하고 기억나고.

혹은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싶다.

쓰다보니 팬레터, 자기고백, 다짐 ㅋㅋㅋ

마무리는 오랜만에 영웅이 :)

영웅이아부지가 깎아주신 머리 ㅎㅎ

머리깎고나니 더 남자남자하다.

뒤집기+되집기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앉아있는건 잘 하고 있다.

이웃 님의 애정이 가득한

걸음마 보조기로 걸음마 연습할 날이 머지않았다!

영웅아! 이번 주도 잘 부탁해 ^^*

모두에게. 매일.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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