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첫번째 도발 : 풀밭위의 점심식사
르네상스 이후500년간 불변의 진리처럼 이어져온 전통적 주제와 기법,
이 금단의 영역에 31세 당돌한 사내가 돌을 던집니다.
그는 '보를레르'와 '우키요에'라는 두 개의 램프를 쥐고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자, 램프와 자신의 신념만을 믿어야 하는 길이죠. 그의 모험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길이 아닌 미래의 '미술로 향하는 문'을 찾았으니 말이죠.
1963년 마네는 <풀밭위의 점심 식사>를 살롱전에 출품합니다.
보수적이었던 심사위원들은 당연히 탈락시켰고, 이 그림은 떨어진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낙선전에 걸립니다.
얼마후, 파리의 평론가와 관객들은 풀밭위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풍경에 경악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이 작품에는 클래식판 면이 있습니다. 과거 명작을 오마주한 그림이기 때문이죠.
이 그림은 티치아노의 <전원음악회>에서 영감을 얻고, 또 라파엘로의 원작을 동판화로 모사한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파리스의 심판>을 그대로 차용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거장의 작품을 재해석해 그리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는데요.
그렇다면 큰 문제없는것 아닌가요? 왜들 경악하고 난리를 쳤던 걸까요?
'전에 없던 오마주', 바로 이것이 경악의 원인이었습니다.
과거의 명작을 오마주한다면 마땅히 그림속 인물은 신화, 성서, 역사들의 인물이어야 하는법!
그런데 마네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1890년대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실제 전경의 두 남자는 마네의 동생과 매제가 될 남자였고, 누드 여인은 빅토린 뫼랑이라는 모델이었습니다.
건장한 신과 아름다운 여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평범한 마네의 친구들이 그려져 있다니!
게다가 미모의 여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뱃살이 툭 튀어나온 평범한 여인네가 그려져 있다니!
"정말 지저분한 누드다.이게 예술이냐?"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경악했던 것이죠.
지저분한 누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거야?라고 말하며 두번 경악합니다.
르네상스부터 이어져온 당시 그림은 역사화, 종교화, 신화화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런 그림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림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 종교, 신화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해석해 생생하게 그렸는가? 이것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자 감상 포인트였습니다.
당시 이건 너무나 당연한거라 아무도 의심치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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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풀밭위의 점심식사> 1863 파리 오르세미술관
오마주 작품 <라파엘로의 작품을 라이몬디가 모사한 작품중 일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파리의 심판> 1515~1517
마네의 그림 속에선 평범한 옆집 사람들이 퇴폐적으로 놀아나고 있었습니다.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는 전혀 떠오르지 않죠. 어제 점심때 퇴폐적으로 놀았던 기억만 떠오르게 하는 그림 앞에서 방탕했던
부르주아 남성들은 얼굴이 붉어졌고, 급기야 " 이 그림은 쓰레기다!"라는 막말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쓰레기 같은' 그림은 어느새 시대의 거울이 되어 당시 방탕한 남성들의 일상을 비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대의 생활, 즉 동시대 사람과 생활상을 그려야해." 마네에게 수없이 얘기했을 보들레르의 한발 앞선 생각이 마네의 정신을
흔들어 깨운셈입니다. 그결과, 풀밭위의 퇴폐적으로 노니는 1860년대 부르주아들의 생활상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미술은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 비로소 시대와 함께 호흡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마네가 발견한 '미래로 가는문'입니다.
오늘날의 미술작품이 시대와 호흡하고 있는 이유입니다.마네의 도발적 시도는 오늘날에 와서야 대중적 코드로 정착된 것입니다.
<방구석 미술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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