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누이는 사실 역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화의 재해석 이벤트참여]

in #kr-ar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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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누이는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기괴한 내용과 푸른 톤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어린 마음에도 정말 섬뜩했죠. 하지만 어렸을 땐 다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기에, 여우 누이는 어린이도서관 인기도서 부동의 1순위였습니다.

그런데 여우 누이는 꽤나 기묘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전래동화는 권선징악, 혹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프로파간다를 전파하는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우누이는 파격적으로 무섭기만 한 내용을 다룹니다. 어째서 여우누이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궤를 달리하게 돼었을까요? 혹시 이 이야기는 무섭기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깊은 어둠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저는 이것이 실화에 기반하지만, 아주 빙빙 꼬아서 원래 뜻을 알고 있는 사람마저 사라진 실화라고 생각합니다.

1624년, 이괄의 난에서는 이상한 사실이 있습니다. 역모죄는 본래라면은 삼족을 멸하고, 아내 혹은 며느리는 출가외인이라 하여 노비로 만드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인조는 이괄의 며느리마저 처형을 지시합니다. 참형, 효수형. 일반적으로라면 교수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인조는 한사코 참형을 집행했습니다. 이는 며느리가 단순히 아내의 위치가 아닌, 역모 사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나타냅니다.

여우 누이의 시작은 삼신할미에게 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들 셋은 말고 딸 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오.

여기서 딸은 실제 딸이 아니라 2인자의 여식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괄은 광해군의 비호를 받고 있었지만 광해군을 몰아내는 인조반정에 동참했으며, 배신에도 불구하고 2등관직만을 받고 정치싸움에서 밀려났습니다. 북방으로 좌천당한 이괄은 어떻게든 중앙 정계로 다시 진출하고자 연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괄에게는 두명의 아들이 있었기에, 역모를 도와줄 가문의 딸과 결혼시켜 성공확률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2인자에게도 나쁠 것이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이괄이 난을 일으켰다 실패한다? 자신의 딸은 출가외인이니 우리는 전혀 모른다, 잡아 떼면 그만입니다. 성공한다면 왕의 아내가 자신의 딸이니 거칠 것이 없습니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이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충신의 딸이었습니다. 정충신은 본디 미천한 출신으로, 임진왜란때 공을 세워 승진했지만 서인과는 연이 없어 부원수 자리까지밖에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자신과 친한 데다가 권력싸움에서 밀려났다, 이는 손을 잡기 딱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손을 잡지만,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막내가 소의 뒷구멍에 손을 쑥 넣었다 빼자 간이 딸려나왔다. 며칠 사이에 말과 소가 픽픽 죽어나갔다.

이는 말과 소가 죽어나간 것이 아니라, 이목이 끌리는 일을 했다는 겁니다. 두 가문은 소와 말을 모으고 군사를 훈련시켰습니다. 반란에 있어서 군자금을 준비하고 물자를 비축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충신과 이괄의 준비는 인조의 눈에 띄이고 맙니다. 인조는 이괄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었기에, 금부도사를 보내 이괄의 아들을 잡아오라고 보냅니다. 두 가문의 연결고리를 먼저 부수려고 한 거죠.

이괄은 절망에 빠져 '아들이 역모죄인인데 아비가 아닐 수가 있느냐!' 하고 금부도사를 벱니다. 정충신은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느끼고는 이괄을 배신하고 인조의 편에 붙어 인조의 명을 따릅니다.

세 색깔의 병을 주고 위기에 빠질 때마다 던지라고 하였다.

인조의 명령이었습니다. 정충신은 세 번의 전투를 치릅니다. 험지, 물, 화공. 이는 여우 누이에서 말한 세 호리병과 들어맞는 이미지입니다.정충신은 자신의 딸에게 귀양 정도의 형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인조는 며느리마저 모조리 처형시킵니다.

인조는 정충신에게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네 딸을 죽이는 것으로 용서하겠다만,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네놈의 목이 잘릴 것이라구요. 정충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만 불안한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딸은 죽고, 장남은 살아남았다

여기서 살아남은 것은 진짜 아들이었을까요? 아니요, 장남은 바로 정충신입니다. 인조가 자신마저 죽일 것을 두려워한 정충신이 이야기를 퍼트립니다. 자신의 가문은 간악한 여우에게 홀려 잠시 이렇게 되었을 뿐, 나는 이괄을 토벌하고 내 딸마저 베어냈다. 내 딸이 간악한 여우 짓을 한 것이다. 우리의 가문은 책임이 없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여우 누이의 무서운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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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이거 음모론이라 이렇게 인기가 없나...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이 이야기를 선택하신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ㅋㅋ

헐 저는 이런 전래동화가 있는 줄도 까먹고있었어요
이렇게 해석하니 정말 소름돋는 동화네요 ㄷㄷ...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님은 이 비화(?)를 알고 계셨던 걸까요?? 음산한 분위기를 한층 담아낸 것이 르캉님의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엄마랑같이자야지)

하하 삭제해라 애송이!

kr-fariytale 태그로 들어왔어요^^
저도 이벤트 참가했거든요~~^^
저도 동화에 관심이 많은 1인입니다.
팔로우와 보팅팍팍~하고 갑니다 :)

허니님 블로그에 방문했습니다. 재미있는 게 많더군요 후후

와 이런 해석이 가능하군요. 무섭긴 했지만 재밌게 잘 읽었어요 :)

ㅎㅎㅎ 재밌는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재밌는 것 같은데요. ㅎㅎ 인기가 없는 게 아니고, 요즘 스팀잇에 가입자가 너무 많아져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시는 것 아닐까요 ㅎㅎㅎ 저는 요즘 그런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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