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지만 우리의 할머니

in #kr-art6 years ago

-카르멘 헤레라
이소영(아트메신저)
사노 요코(Sano Yoko)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면『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라는 동화를 잘 알
것이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할머니에게 낚시
를 가자고 하면 하지만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한
다.

“하지만.......난 늙은 할머니인걸."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는 자신의 99세 생일을 위해
케이크를 만들고, 고양이에게 초 99개를 사오라
고 시킨다. 서두르던 고양이는 그만 냇가에 초를
빠트리고 5개만 가지고 온다. 어쩔 수 없이 5개의
초만 꽂은 할머니는 마치 다섯살이 된 기분이라며
좋아한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냇물을 껑충 뛰어오
르고, 고양이와 즐겁게 낚시도 가며 "난 다섯살이
야. 다섯살이 되니 새가 된 것 같아!"라고 말한다.

아주 빠르고 당황스러운 전개에 웃음이 나던 이 책
은 전형적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
여주며 가장 중요한 주제를 던진다. 바로 물리적
인 나이'와 '정신적인 나이'다. '하지만 하지만 할
머니'의 나이는 99세였지만, 정신적 나이가 5세가
된 이후부터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요즘 여러 할머니들이 인기다. 젊은이들에게 삶의
통찰을 예리하게 날리는 동화 작가 사노 요코를 비
롯해 98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 70세가 넘
어서 처음 그림을 그린 뒤 미국의 국민화가가 된
'그랜드 마 모지스'..

사람들이 이토록 할머니 창작자에게 열광하는 이
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훗날 꿀 꿈들을 먼저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십대를 벗어난 우리는 이십
대가 되면서 반복적으로 실패를 맛본다. 마치 실패
를 경험하기 위해 사는 것같이 느껴 지는 날도 많
다 대학입시를 시작으로 취업 실패, 그리고 회사
를 다니 면서도 늘 언제 잘릴지 조마조마한 삶, 내
가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나를 선택해야
안온해진다는 이 묘하게 기분 나쁨이 우리의 일상
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
어서기를 반복하며 무릎에는 딱지가 생기고, 발바
닥은 점점 두꺼워진다. 그렇게 살다보면 마치 우리
의 삶은 30대 40대 50대가 지나면 모두 소모되어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그럴 때 가끔 당찬 할머니
들이 등장한다.
'나 좀 봐 나는 70세가 넘어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
렸는데 이렇게 행복했단다.
나는 90세가 넘어도 시 때문에 살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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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a de sol'2015

그들은 우리가 생각한 인생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매일 무엇인가를 창작하고 표현하며 살아있음을
기록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보며 더 많은 시
련이 있어도 용기를 얻고 나아갈 힘을 재생산한다
여기 1 04세가 되어도 여전히 예리한 각의 추상작
업을 하는 할머니 화가가 있다. 카르멘 헤레라
Carmen Herrera, 1915~ )는 2016년 뉴욕의 후
드니 뮤지엄'에서 회고전을 하며 기하학적 차가운
추상을 이끈 화가라는 미술사적 평가를 받았고,
리슨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며 알려졌다. 쿠바 출신
인 그녀는 여전히 뉴욕에서 활동하며, 올해 한국
나이 로 1 04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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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기자인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나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한 그녀는, 하바나 대학
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영어를 가르쳐주던 '제
시 로웬말이라는 뉴욕 청년과 사랑에 빠져 결혼
을 한다. 그후 그녀는 뉴욕의 맨하탄으로 이사했
고, 계속 작업을 했다평생토록 추상 작업에 전념
했는데, 90세가 넘은 2000년대 초반에 작품이 팔
리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90세
인 2004년에 첫 작품을 팔았다.) 늘 그녀에게 그
림을 그리라고 응원해주던 남편은 그녀의 작품이
팔리기 전인 2000년도에 세상을 떠났다. 추상 회
화의 대가인 '바넷 뉴먼,과도 친한 동료였지만 여
자이고, 쿠바 출신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에
주목받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한 갤러리 오너는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말
했는데 그 오너 역시 여자인지라 카르멘 헤레라에
게는 큰 상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카르멘 헤레라는
미술계의 오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다락
방이 있는 작업실에서 50년간 작업을 한다. 그녀
는 한 인터뷰에서 슬럼프를 겪어본 적이 없고, 그
래서 그 질문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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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매일 아침 일어나 완벽
한 선과 비율을 찾으며 보낸 그녀의 수많은 아침을
생각해본다. 그 긴 세월을 어떤 힘과 열정으로 지
냈을까? 세상이 주는 칭찬은 받지 못해도, 자기 자
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
다 자기 자신을 끝없이 응원하며 견뎌온 작업의
시간들이 감동스럽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많은 말
을 하지 않는 그녀이지만,「아트 데일리지 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대목은 그녀의 작품을 조금 더 이
해할 수 있는 좋은 열쇠다. "우리가 사는 이 혼돈
속에서 저는 질서를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동시에 이런 말을 한다.
“장수의 비결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좋아하
는 것을 하세요. 그리고 매일 하세요. 그것이 내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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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패배감에 노출되어 마음이 습자지처럼
얇아져 있을 때면, 창작자 할머니들을 떠올리자
그녀들의 삶01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
다 삶은 길고 힘들다 하지만 좋아할 수 있는 것들
은 많다. 그러니 즐겁게 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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