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뼘 갤러리’를 아시나요?

in #kr-art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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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난 인천을 찾았다. 오랜만에 김연수 사진작가가 번개를 친 것이다. 우리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천역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한 둘 내리기 시작하더니 제물포역에 당도하니 지하철 내부는 텅 비었다.

난 제물포역과 도원역 그리고 동인천역에서 핸폰으로 텅빈 지하철 풍경을 찍었다. 내가 인천역 바로 전 역인 동인천역에 당도하니 김연수로부터 톡이 왔다. 인천역 1번 출구로 나오라는 톡이었다.

우린 인천역에서 만나 차이나타운을 걸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연수는 차이나타운 부근에 작은 갤러리가 있는 카페가 있다면서 나를 안내했다. 우리가 당도한 곳은 ‘문화살롱 화(花)요일’이라는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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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얼마전 서울 거주 작가들과 번개로 만나 인천에 놀러왔다가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카페에는 유난히 꽃들과 책들이 많았다. 알고 보니 카페 신월계 대표께서 카페 전에 꽃집을 운영하셨단다.

그런데 신 대표는 꽃집을 하기 전에 금융업 직장을 다녔다고 한다. 소녀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집뿐만 아니라 직장 사무실에도 책들로 가득했었던 것 같다. 어느날 직장상사가 ‘책 좀 그만 사라’는 말 한 마디를 듣고 그녀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10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단다.

그리고 그녀는 차이나타운 부근에 있는 적산가옥의 작은 공간을 계약해 하고 싶었던 꽃집을 열었다고. 신 대표는 꽃집도 10년간 운영했었단다. 그러다 그녀는 3년 전 꽃집을 ‘문화살롱 화(花)요일’이라는 카페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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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페에 꽃들과 책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문화살롱 화(花)요일은 인천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아지트라고 한다. 그런 까닭일까, 신 대표는 카페에서 매주 화요일 인문학강좌도 개최한단다.

그런데 그 카페는 일반인들에게 일명 ‘인천 도깨비’로 불린단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카페에는 공유의 사인도 걸려있었다. 2년전 신 대표는 카페에 ‘한 뼘 갤러리’도 마련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한 뼘 갤러리에서 김승환(1962년생) 조각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태리국립 까라라 아카데미 조각과 수학,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환경조각과 교수로 제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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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흔히 인천을 대표하는 조각가라 불린다. 영종신도시 풍림아파트, 인천 롯데백화점, 인천당하 이마트, 송도신도시 컨벤션센터, 송도신도시 커낼워크, 송도신도시 d22블럭상업지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등 인천의 곳곳에 김승환의 ‘공공미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김승환은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는 김종영 조각상 수상작가일뿐만 아니라 화나노 국제조각심포지움 대상 그리고 밀라노아트페어 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공공미술’은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사례로 수원 까르프, 목동 현대백화점, 서초구 풍림오피스텔, 마포 SK허브그린, 면목동 금호어울림, 수원 동양파라곤, 잠실 삼성래미안, 삼성생명 구월동사옥, 센트럴파크 주상복합 등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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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의 ‘공공미술’은 특히 신세계 그룹에서 선호한다. 신세계이마트 성수동본사와 신세계첼시 파주프리미엄아울렛 그리고 신세계백화점본점 스카이파크에 설치된 김승환의 ‘유기체’는 일반시민에게 잘 알려져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김승환의 조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려져 있다. 명품브랜드 페라가모의 셋째 달 비스콘티 디자이너가 밀라노에서 김승환 작가의 작품을 보고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승환 작가를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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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은 이태리뿐만 아니라 호주 본다이 해변국제조각전과 덴마크 오후스 해변국제조각전 등 해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초대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한 뼘 갤러리’에 대표작인 <유기체> 시리즈 4점을 전시해 놓았다.

“자연은 나의 교과서이다.” 2013년 내가 이태리 까라라 출신의 조각가들의 그룹전인 <정과 망치>를 기획할 당시 김승환은 나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했다. 그의 대표작 ‘유기체’ 시리즈는 다름아닌 식물에서 추출한 형태이다.

이번 한 뼘 갤러리에 전시된 김승환의 ‘유기체’ 시리즈는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것이 아니라 벽면에 연출되어져 있다. 더욱이 그의 조각들은 화이트로 도색되어져 있어 백색 벽면에서 마치 돌출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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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그의 조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면, 당신은 부드럽다 못해 미끄럽게까지 느껴지는 ‘피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그의 조각을 손으로 만지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그의 조각은 형태의 의미 이전에 촉각적으로 다가온다.

김승환의 작품들 중에 ‘무한궤도’나 ‘무한주’라는 제목에서 감 잡을 수 있듯이 그는 ‘무한’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안과 밖을 관통하는 유연한 곡선들로 표현된 그의 조각들은 일명 ‘뫼비우스의 띠’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의 ‘뫼비우스의 띠’는 닫힌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려진 형태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의 작품 제목인 ‘유기체’에도 해당된다. 이를테면 그의 ‘유기체’는 닫힌 유기체가 아닌 열린 유기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리드미컬하게 꼬여진 면들의 변화로 표현된 그의 조각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선형의 꽈배기처럼 꼬아진 미끄러운 면들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유기적인 면들로부터 미끄러져 나가 관객의 상상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김승환은 유한한 작품을 통해 무한에 이르고자 시도한다. 따라서 그는 유기체적 삶에 스스로 감금되어 있는 우리에게 그 유기체적 사고에서 벗어나라고 속삭인다. 왜냐하면 그의 조각은 인간의 비인간적인 생성이기 때문이다.

머시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김승환의 조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조각가)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의 조각을 보아서 알 수 있듯이 조각의 ‘피부’에서 ‘손맛’을 느낄 수 없다(라고 말하기보다 차라리 ‘기계맛’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조각은 마치 인간의 비인간적인 생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도 보아서 알 수 있듯이 그에게 조각은 유연한 흐름이다. 때문에 그의 조각은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기보다 오히려 끊임없이 무엇인가 되려고 하는 능동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와이? 혹 김승환의 ‘유기체’ 시리즈는 인간의 유기체적 시스템에 감금된 우리 삶을 해방시키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니체의 ‘자유로운 정신’이 생각난다. 그렇다! 누구의 눈이 아니라 당신의 눈으로 그의 조각을 보시기 바란다.

문화살롱 화(花)요일 ‘한 뼘 갤러리’의 김승환 개인전은 5월 30일까지 전시된다. (매주 수요일 휴관)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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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오랜만에 차이나타운 한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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