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시절 이야기 - 논산 육군훈련소 2주차

in #kr-arm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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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보다는 훈련 강도가 조금 올라간 2주차였지만, 이제는 부대 적응도 웬만큼 되어 있어서 몸이 힘든 건 그 때뿐이라는 것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전투화를 처음에 신을 때, 내부가 뻣뻣해서 신고 다니다 보면 발가락이나 발꿈치가 까지는 애들이 더러 있었고, 그들은 특히 전투화를 신고 구보할 때마다 까진 상처를 통한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2주차에 들어와서 갑작스레 뒷꿈치의 일부가 까지기 시작했다. 막상 내가 당해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상처가 커지기 전에 내 옆자리의 동기로부터 밴드를 빌려서 뒷꿈치를 붙여서 이런 고통은 면할 수 있었다.


군법에 대해서도 2주차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서 주로 배운 건 어떤 나쁜 짓을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군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서 적용받는 가장 전형적인 범죄는 군무이탈죄와 대상관 범죄였다. 이는 사회에는 없는 법으로서 이를 어기는 건 다른 범죄보다 무거운 범죄로 간주되었다. 군무이탈죄는 밖에서 말하는 탈영을 말하고, 대상관 범죄는 자신의 상급자로부터 면전모욕, 구타 등과 같은 일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군대에서는 무엇보다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므로 상관에게 대드는 것은 중대한 범죄로 간주된다.


3주차에 사격이 실시된다. 그 전에 사격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이를 사격술 예비훈련(PRI)이라고 한다. 훈련병이나 병사들은 소총을 사용하는데, K-2나 M16A1을 사용한다. 군인이라면 누구나 총을 쏠 줄 알아야 하는데, 총이라는 무기는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의를 하라는 정신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총을 쏘기 위한 여러가지 자세들을 가르쳐 주고, 이에 대한 반복숙달이 2주차에 이루어졌다.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은, 교육을 빙자한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100쏴로 쏴!"
"200쏴로 쏴!"
"250쏴로 쏴!"
" 똑바로 안 해?"

'몇 쏴로 쏴!'이라는 조교의 외침이 있을 때마다 훈련병들은 앞으로 뛰어가다 엎드려서 총을 쏘는 움직임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 몸에 땀은 계속해서 흘렀고, 엎드릴 때마다 바닥에 있는 모래가 전투복에 계속해서 묻어 점점 지저분해져 갔다. 교육을 받으며, 땀 냄새와 모래 냄새가 뒤섞여 야리꾸리한 냄새가 훈련병들 사이에 오고가곤 했다.


이번 주말 종교행사는 야간에만 가기로 했다. 왜냐면 개인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오전에 작업이 없어서 정비를 하며, 편지를 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간만의 여유였다.

그 날 비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교들은 우리들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며 오후에 우리들을 28연대에 있는 샤워장으로 데리고 갔다. 또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가야 했다. 들어가서 샤워하는 동안에는 기분 좋았으나, 돌아갈 때 다시 냄새나는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야 했다. 비는 비대로 맞고, 판초우의에 묻어있는 빗물이 다시 체육복으로 스며들며, 냄새는 냄새대로 났고, 기분은 기분대로 찝찝했다. 이런 짓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샤워를 안하는게 낫지.

그 날 저녁 먹고 사건이 터졌다. 우리 소대 선임이 몰래 숨겨놨던 건빵을 먹다가 조교한테 걸렸고, 다른 어떤 동기는 식당에서 전투모를 잃어버렸다. 당시 조교 강** 당시 일병이 폭발했다. 둘 다 각종 심한 얼차려에 벌점까지 받았다. 소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아졌지만, 다행히도 단체 얼차려는 없었고, 야간 종교행사 때문에 슬그머니 넘어갈 수 있었다.

이번 종교행사에도 나는 교회로 갔다. 이번엔 웬일인지 초코파이가 나왔다. 그 때 느낄 수 있었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군대라는 곳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이다. 너무나 특수한 상황에서의 기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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