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의 익명성, 개인정보에 관한 의견

in #kr-agora7 years ago (edited)

이 글은 @oldstone님의
(스팀아고라 토론제의) 스티밋의 익명성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을 읽고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익명성

익명에는 크게 세가지 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1. 완전 익명 (anonymous)
  2. 반 익명 (pseudo-anonymous)
  3. 실명 (real identity)

"익명 커뮤니티" 라고 하는 단어는 우리가 흔히 쓰지만 엄격하게 분류하면 사실 가장 드문 케이스인데요, 랜덤채팅등 아이디조차 존재하지 않고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를 부여받는다든지, 가입을 하지 않고도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커뮤니티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페이스북은 실명 사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명이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2번과 3번의 카테고리 중간쯤에 위치하는것 같고요, Next Door라는 미국의 지역기반 커뮤니티처럼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는등 본인확인을 철저하게 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소셜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스팀잇을 포함한 Reddit, Twitter 등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는 2번 반익명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데요, 실명은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닉네임등 내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고 그 이름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반익명" 이라고합니다.

가상화폐의 반익명성

비트코인등 대부분의 가상화폐또한 2번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반익명"의 특징 (pseudo anonymity)을 가지고 있는데요, 내 지갑 주소가 내 온라인상의 ID에 해당하기에

A라는 지갑주인이 비트코인으로 아마존과 쿠팡에서 쇼핑을 하고 강남에 있는 B 커피숍에 일주일에 한번 간다

라는 내용은 블락체인 히스토리를 조회하면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입니다.

문제는 B 커피숍 주인이 A라는 사람의 지갑주소와 A라는 실제 인물을 연결하게 될때 발생하는데요, 내가 자주가는 커피숍 주인이 내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낱낱이 조회할 수 있다고 하면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아직은 비트코인으로 일상생활의 결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런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앞으로 가상화폐가 우리 일상에 더 파고들었을때 블락체인의 투명성은 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고, 노출된 개인정보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큽니다.
때문에 개인정보에 민감한 사용자들은 매번 월렛주소를 새로 만든다든지, 토르 네트워크와 Mixing 서비스를 사용하는등 익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요즘엔 ZCash나 Monero같은 "Zero-Knowledge Proof"로 프라이버시가 강화된 가상화폐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팀같은 경우는 비트코인처럼 Internet of money를 지향하거나 나온 화폐로서의 목적을 가진 코인은 아니지만 여전히 환금성이 있는 재화이고 kr-market등에서 개인적인 구매행위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일부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팀잇에서의 실명공개, 개인정보 노출

스팀잇은 블락체인을 기반으로 한 반익명의 블로깅 플랫폼입니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저 한문장에 많은 특징들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데요

  1. 블락체인 기반 -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수정, 삭제 할 수 없고 영원히 기록됩니다.
  2. 반익명 - 아이디를 기반으로 하는 반 익명이지만 자발적, 또는 부주의한 개인정보 관리등으로 내 실제 아이덴티티와 연결되면 실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블로깅 - 전문지식, 뉴스등 공적인 정보 포스팅을 위주로 할수도 있지만 일상생활, 취미, 연애사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포스팅 할 수도 있습니다.

실명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평생 남아도 상관없는 포스팅들만을 한다고 하면 전혀 문제될게 없겠지만, 제 생각에 가장 위험한 조합은

익명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고 사용하지만 일상생활, 연애사등 사생활을 포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실제 아이덴티티가 노출되는 경우

라고 생각하는데요.. 예를들어

1년전에 스팀잇에 남자친구랑 여행갔던 사진을 올렸었는데, 지금은 헤어지고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야 지우면 그만이지만 스팀잇에 올린 포스팅은 평생 못 지우고 탈퇴기능도 없을뿐더러 탈퇴를 한다고 해서 블락체인상에 글이 지워지도 않습니다.
지금 남자친구가 내 스팀잇 아이디를 모르면 다행이지만 나중에 내가 스팀잇을 하는걸 보고 알게 되거나, 남자친구 친구중에 내가 올린 사진들을 보고 "저 사진 니 여자친구 아니야?" 라며 의도치 않게 내 실명이 연결되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겠죠.

또한 예전에 보이스피싱 사기같은 경우에도 싸이월드등에 노출된 개인정보가 많이 활용되었는데요,

S대학교에 다니는 박모군이 지금 현재 유럽여행중이고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당분간 연락이 안될거다

라는 정보는 스팀잇에 여행기등을 올릴때 무심코 노출될 수 있는 정보이고..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정보겠죠 (예전에 저 해외에 있을때 제가 전화 못받는 동안 저희 부모님이 이런식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하셔서 천만원이 넘는 돈을 날리셨었죠...ㅠㅠ)

이런 여러가지 우려들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스팀잇에서의 개인적으로 노출에 대해 부정적이고,
저또한 스팀잇에서는 최대한 공적인 이야기 위주로 포스팅을 하며 제 실명과 스팀잇에서의 아이덴티티를 연결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실명을 공개하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건 절대 아니고요,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 또한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에 새로 들어오신 뉴비분들은 이런 특성들을 사전에 잘 이해하시고, 어떤 방식을 택하실지 결정하시면 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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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도 악용할 수 없게끔 만들면 좀 더 편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익명을 바탕으로 하는 순간 악용이라는 역기능을 안고가야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익명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느분야에서든 작용합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역기능은 항상 존재하지요.

악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뭔가를 만들 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익명성에 숨어 이를 악용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어딘가엔 잡아낼수있는 실명에 대한 단서를 만들어둔다는 것인데 이순간 다시 익명성을 깨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다만, 악용에 대한 커뮤니티적 제재를 강화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것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지금 스팀잇과 같이 보팅으로 수익을 올리는 커뮤니티의 경우엔 이러한 커뮤니티 단위의 제재가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구요.

이전 표절계정들이 모두 활동을 그만 둔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 익명을 보장하되 기존의 방식으로 찾아내 응징하는 정도가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 잘봤습니다 ^^

저도 @marginshort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스템적으로 악용을 막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스팀잇에서는 다운보팅등 커뮤니티적으로 제제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것 같네요.

동감합니다ㅎㅎ 실명으로 활동하든 익명으로 활동하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것을 선택할지가 개인의 자유에 달려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해보입니다.

이 선택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프레셔를 받는 순간 떠날 사람이 적지않아 보입니다. 지금 이런 상태가 쭉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 잘보았습니다 ^^

네 어떠한 방식도 강요되면 안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부분이 아닌 자녀들의 사진이나 친구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등을 올린다든지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경우에는 자발적인 공개가 아니기 때문에 추후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고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

아 그렇죠 그부분은 오히려 익명성이 아니라 실명성(?)에 대해 주의를 줘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번 한 스티미언이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 올린적이 있는데 거기에 한 여성스티미언께서 그런 민감한 부분들을 이런 블록체인 sns에 올리는게 여자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된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습니다.

그걸보면서 자신의 의도가 아닌 부모나 자식, 애인, 심지어 sns사진도용자 등 타자에 의한 자신의 신상공개가 아주 우려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제가 외국계정들이 한국 인스타유저들의 사진을 가져다 쓰는것에 가장 분개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것들 입니다.

쓰다보니 이런 도용계정들 때문에 익명성에 대한 제재도 어느정도 필요해보이긴 하네요. 심지어 스팀잇같은 경우엔 전세계인들이 쓰다보니 고소고발도 쉽지않은데, 블록체인 기반이라지만 범죄에 이용되 유출된 개인정보는 가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겠군요.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ㅎㅎ 답변 감사합니다 ^^

익명성의 보장만큼 스스로의 성숙한 글쓰기 자세가 동반되야 한다고 봅니다. 가끔은 익명성을 '내 맘대로 떠들어도 된다'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는것 같아서요...

맞습니다. 그렇기에 kr 커뮤니티 상에서 어느정도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이고, 스팀잇 개발진이 익명성을 선택함과 동시에 'Flag'를 만들어둔 것이겠지요.

아무리 영구히 보존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sns라고 하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한 막말글을 쓰는데 지장이 없으니 말입니다.

말씀하신 '내 맘대로 떠들어도 된다'는 분들은 다행히 지금까진 커뮤니티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았기에 kr내부적으론 익명성이 가져올 역기능에 대한 견제가 아주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ㅎㅎ

의견 잘들었습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스팀잇은 사실 완전한 익명이라고 볼 수 없고, 수정 / 삭제가 블락체인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부분이 간접적으로는 스팀잇에 올라오는 포스팅의 질을 높여주는 작용도 있는것 같네요 ㅎ

공감합니다

연애사 노출 공감되네요ㅎㅎㅎ
그래서 전 남자친구에게 나너랑헤어지면 스팀잇 접어야한다고 항상말하죠😂....ㅋㅋㅋㅋㅋ
지금이야 뭐 헤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하니까 영원히 남을 우리추억 이라며 열심히 올리고있습니다ㅎㅎㅎ

네 ㅋㅋㅋ 헤어지지 마시고 영원히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 🙏🏻

좋은 의견 잘 보고 가네요. tabris님의 말씀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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