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정책에 대한 논란 (2)

in #korean7 years ago

(가상회폐 열풍에 대한 단상2) 지난번에 올린 첫번째 단상에서 언급하였듯이 가상화폐 열풍은 많은 부분에서 지난 밀레니엄의 닷컴버블과 닮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Finance를 전공한 경영학자로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세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외한인 저로서도 차마 목불인견인 것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였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발언들을 이른바 지식인이며 여론주도층이라는 유시민씨 (존경하는 저희 학과 선배님) 같은 분이 여과 없이 분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분들이 사토시의 블록체인 논문에 대하여 조금만 시간을 내어 읽어 보고 그것이 어떻게 비트코인으로 구체화되었으며 (Blckchain technology was embodied in the bitcoin), 그 기반 위에서 어떻게 이더리움과 리플, 그리고 네블리오 등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여 갔고, 이들 플랫폼 위에서 비로소 다양한 블록체인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였다면, 결코 이들을 ‘경제학적 의미의 ‘마켓’도 아니고 그냥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로 나타난 수많은 이상한 장난감 갖고 사람들이 도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그냥 나타난 이상한 장난감이 아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미 기술적으로 증명된 비트코인으로는 가상지갑 (wallet) 만 가지고 있다면 세계 어디로든 아주 빠르게 아주 낮은 비용으로 송금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1만 달러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려고 한다면 한미 양국에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엄청나게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며 시간도 최소 2 영업일 이상이 걸립니다. 물론 환전하고 송금하는 데 걸리는 절차도 복잡합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주소를 카피하고 금액을 타입하고 클릭하면 그만입니다. 은행이 없는 나라에도 안전하게 송금을 할 수 있고 블록체인 분산원장의 도움으로 거래기록이 조작될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이더리움은 이 분산원장 기술에 계약원장 (smart contract) 기능을 추가한 것입니다. 즉, 비트코인의 효율적 송금 및 송금 기록 기능에다 다른 약정사항들도 기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 기록들을 분산저장하여 해킹으로 인한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더리움의 플랫폼이 왜 혁명적인가 하면 이 플랫폼 위에서 기존 금융, 부동산, 의료 등 제도권 시스템의 거래 및 데이터 저장 양태 (aspects of transactions and data recording)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금융시스템을 변경시킬 서비스로는 은행의 중개를 받지 않는 개인간 직접 환전 및 송금, 개인간 직접 대출 서비스, 개인간 직접 주식 및 채권 거래 등입니다. 이들 금융산업에 금융기간이 중개자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는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문제 때문입니다. 역선택은 대출을 받으려는 측이 신용도를 속여서 여신을 공여받고 도덕적 해이는 이렇게 공여받은 자금을 불성실하게 위험한 프로젝트 등에 남용함으로써 자금공여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금융기관은 신용정보의 획득과 분석을 통하여 이들 문제점을 최소화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면 동 플랫폼을 통하여 개인들의 자산 및 소득상태, 소비행태가 체크되어 신용도가 계산되고 그에 기반하여 대출자와 차입자가 일대일로 바로 매칭되어서 아주 낮은 비용으로 은행의 여신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경제의 효율화로 이어질 것이고, 은행도 서둘러 이 블록체인 시스템의 일원으로 가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당연히 채권시장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채권 발행자와 투자자를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에스토니아정부는 여기에 법적구속력까지 가미된 플랫폼을 개발하여 승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이나 가상회폐도 개인간 일대일의 직접 거래가 전지구상에서 가능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최대산업이면서 비효율성으로 악명이 높은 헬스케어 의료산업은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산업이 고비용 비효율적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민영의료보험체계와 역선택의 문제입니다. 총기와 마약이 횡행하고 있는 사회에서 환자의 병력 및 치료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다 보니 병원들이 진료와 치료에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무엇보다 치료비의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의료과실에 대한 소송비도 병원비를 급등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게 되면 병력과 치료기록에 대한 일관적 관리 및 위변조가 금지되어 병원들의 비용을 크게 낮추게 됩니다. 이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단기간에 매우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동산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간 거래를 분산원장에 기록하고 이에 대한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부동산 거래 사기가 방지되고 등기비용도 줄이게 됩니다. 보다 더욱 혁명적이게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범위를 넓힐 경우 기계가 기계에게 서비스를 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단계에까지도 발전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있으면 되지 숱한 알트코인은 뭐냐? 이들 잡코인은 그냥 가치가 없는 돌덩어리이고 이를 사는 것인 묻지마 투기 아니냐?” 라는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알트코인이 무엇인가 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은 주식의 IPO와 비슷한 ICO (initial coin offerings)를 통하여 발행됩니다. ICO를 하는 이유는 IPO와 대동소이합니다. 위에 소개한 혁명적 플랫폼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함입니다. IPO에 참여하면 주식이라는 소유권을 이전받아 현금이나 주식을 배당받게 되고 이들의 현재가치가 바로 주식의 가치로 산정됩니다. 이들 알트코인의 가치산정이 어려운 것은 알트코인들을 보유함으로써 받게 되는 가치가 주식 배당처럼 단순하지 않고 여러가지 형태를 띤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쿠코인이라는 거래소가 발행한 알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 거래소 거래수익의 90%를 배당받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바이낸스가 발행한 알트코인으로 매매수수료를 내면 50%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됩니다. 다른 많은 알트코인은 에어드랍 (airdrop) 이라는 형태로 코인을 주식배당처럼 지급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려면 동 플랫폼의 사용료 (gas 라고 불림) 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것을 이더리움으로 지급하거나 아니면 그 알트코인으로 지급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알트코인을 보유함으로써 동 플랫폼의 변경이나 운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도 됩니다.
즉, 블록체인 플랫폼은 어떤 혁명적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페이스북 같은) 라고 볼 수 있고 여기서 발행하는 코인이나 토큰은 직접적인 현금 배당을 지급하지는 않지만 보통주와 많은 경우 비슷한 기능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알트코인이 왜 그렇게 높은 시가총액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들여댜 볼 수 있습니다.
워렌버핏은 일언지하에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평가절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IT 기업은 투자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도 투자하기 꺼려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아마존 투자를 후회하였다니 말 다한 것입니다. 세계 최대은행인 JP Morgan Chase의 다이먼 회장도 블록체인에 대한 시각을 매우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었습니다. 공부하다보면 당연히 이르게 되는 귀결이고 스마트한 뱅커라면 더더욱 당연한 시각의 전환입니다.

https://www.marketwatch.com/story/heres-how-the-us-and-the-world-are-regulating-bitcoin-and-cryptocurrency-2017-12-18

이 기사는 세계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현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느끼는 것은 국가별로 시각의 차이가 매우 커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애 대하여 가장 호의적인 나라가 캐나다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나는 그 이유중 하나가 캐나다가 바로 이더리움이 탄생한 나라라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유럽각국이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지만 일본만은 유독 가상회폐에 대하여 긍정적입니다. 그 이유도 아마도 비트코인이 탄생한 나라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보다 먼저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본으로서는 보수적 정책입장으로 인하여 낙후된 정보통신 산업의 입지를 블록체인 육성으로 일거에 만회하자는 전략이 깔려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의 가상화폐거래소이자 세계최대였던 마운트곡스의 해킹 파산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가상화폐를 적극 육성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한편, 러시아도 적극 규제에서 ICO 허용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오직 중국만이 가상화폐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바로 국부의 해외유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죠. 그리고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전력 소비를 억제하려는 이유도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책적으로 어떤 입장에 서야 합니까?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센터가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숱한 IPO로 돈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간단한 원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벤처에 대한 IPO 투자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오늘 학생들과 대화해 보니 미국 대학생들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가상화폐 규제나 거래소 폐쇄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 파생상품의 중심지인 시카고 시장은 한국 법무장관이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고 칭한 바로 그 자산의 선물거래를 허용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원리는 이윤에 대한 동기부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시장의 관리부실이 한국의 유망했던 인터넷 산업을 거의 모두 사장시켜버렸습니다. 유능한 엔지니어들도 테헤란로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은 가상화폐의 거래활성화를 통하여 블록체인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오픈 마인드로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투기장화된 가상회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금융이론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발행시장 (IPO)에 참여해야만 투자입니까? 주식이나 채권을 사야만 투자입니까? 백보 양보하여 가상화폐 매매를 투기 (speculation)라 합시다. 금융시장 연구에서는 또한 투기를 시장에 소중한 유동성을 제공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필요악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장은 스스로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관 한 사람의 어이 없는 사자후로 30% 이상의 가치를 날려버리는 것보다 더 큰 크라이시스가 어디 있습니까? 정부는 정부 자체의 위험관리부터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호의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중이지만 이번 가상화폐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장관이나 관료들의 수준을 정말 기대 이하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 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김어준씨는 마치 이대로 둘 경우 시장이 거대한 버블로 되었다가 뻥 터져서 나라가 망할 듯이 걱정하는 논평은 내놓더군요. 그건 튤립이나 부동산과 커런시 시장을 혼동한 결과입니다. 외환시장이나 크립토시장이나 하루의 변동폭은 매우 큽니다. 즉, 시장은 그때 그때 상승과 하락을 통하여 스스로를 자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언컨대, 시장이 크게 추락하여도 그로부터 오는 부작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충분히 조정을 받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장이 일직선으로 상승 일변도라면 걱정해야 하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몇차례의 크래쉬를 맛본 성숙한 시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참여해 보지도 않고 기본 메커니즘을 공부하지도 않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도 않고 관련 상품의 백서를 읽어 보지도 않은 채, 몇몇 말초성 자극적인 기사에만 의존하여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특히 역시 한국의 정책이나 금융시장은 선진국에 비하면 설익어도 너무 설익어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모두 우매하고 몽매하고 관료는 엘리트라 가르치고 군림해야 한다는 컬쳐에 기반한 것이겠지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닌 한국이라는 생각입니다. 일필휘지로 갈겨쓴 글이라 오탈자, 논리적 비약이 많을 것입니다. 심심풀이로 쓴 글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28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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