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강독]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3)

in #ko3 years ago

고전은 단순한 옛글이 아니다. 수천년간 검증된 글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맹자 역시 계속 읽히고, 해석되며,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인간이 만든 엄청난 텍스트 중에서 살아남아 전수되었다는 것은 쉽게 읽히고 소비되는 글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통찰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맹자는 수많은 고전 중에서 조직 관리와 리더십에 관한 지혜가 특히 풍부하다. 관련되는 글의 배경과 연원까지 따져들어가면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 연관되는 부분도 많아 재미있기도 하다. 양이 많은 글은 아니나, 이런 속도로 진행하면 아마도 강독을 완료하기 까지 시간은 꽤 걸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도에 욕심낼 생각은 없다. 시간 나는대로 조금씩 풀어갈 생각이다.

오늘은 지난 주에 진행했던 양혜왕편 5장 3절을 계속 하기로 한다.


壯者以暇日修其孝悌忠信,入以事其父兄,出以事其長上,
장자이가일수기효제충신, 입이사기부형, 출이사기장상,

장성한 자들이 쉴 때 매일 효제충신을 닦아서, 집에서는 부친과 형제를 모시고, 밖에서는 어른을 모시니


장자는 장성한 자로, 아직 노인이 아닌 자를 의미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국가의 중추가 되는 사람들이다. 暇日은 '한가한 날'이나 '휴일'로 해석할 수도 있고, 暇와 日을 나누어 '한가할 때, 매일'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孝悌忠信은 효도와 공경, 충성과 믿음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왜 유학에서는 충효를 그렇게 강조할까. 부모님께는 효도를, 나라에는 충성을.. 유학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중요한 원인이 바로 충효의 강조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충효가 충효로만 그치면 듣기싫은 잔소리가 될 수 있다. 유학이 충효를 강조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생존과 관련이 되어 있다.

공자와 맹자의 춘추전국시대는 천하를 재패하기 위한 국가들의 국력 경쟁이 극심할 때였다. 전쟁이 잦았고, 군대에 동원되느라 농사지을 때를 놓치니 백성들의 삶은 언제나 곤궁했다. 하지만 국방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언제 더 강한 나라가 쳐들어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져주지 못한다면 개인은 각자 도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흩어지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더 강한 놈한테 잡아 먹히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뭉쳐야만 모두가 산다. 뭉치려면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주는 강한 논리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때 강조되는 논리가 충이다. 알고보면 왕을 향한 충성의 강조도 왕을 중심으로 모두가 살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왜 왕인가. 왜 왕을 중심으로 왕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누구나 왕이 되고 싶지, 병사가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학에서는 왕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즉 하늘을 대신하는 대리인으로서의 자격, 우리가 천자라고 부르는 그 자격이다. 그래서 아무나 왕이 되진 못한다. 왕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만이 될 수 있었다.

하늘은 인간을 내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하늘은 부모다. 그 하늘의 명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는 자이니, 백성의 부모나 다름없다. 여기에서 충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나를 낳아준 존재, 나를 태어나게 한 존재에 대한 공경, 즉 효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낳아주었기 때문에 효를 다해야한다는 논리는 뭔가 궁색한 면이 있다. 하늘이 낳은 자연이 하늘에게 효도하는 모습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단순히 '해야 하니까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효도를 해야한다가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명령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제적인 측면에 있다.

누구나 늙는다. 예외가 없다. 늙으면 생산력이 떨어진다. 사냥하고 농사짓는 고대사회에서 생산력의 저하는 곧 죽음이다. 그 날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하면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면, 장자 즉 장성한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의 노후를 위해 먹을 것을 비축할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노인에 대한 공경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힘이 있을 때 모으지 못하면 힘이 없을 때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의 젊은이들이 자기 먹을 것만 챙긴다면 누가 다른 이를 위하여 전쟁에 참여할까 싶다. 목숨을 구하려면 혼자 멀리 도망쳐버리면 되는데 말이다.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노후를 직접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아무도 남을 위해 식량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유통되어야 커지는데, 이런 식이 반복된다면 국가 경제는 위축된다. 그러면 강한 군대를 키울 수 가 없다. 결국 더 강한 나라가 침공하면 또 죽는다.

그래서 효제의 강조는 개인 입장에서는 노후보장이고, 사회 입장에서는 복지체계 확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 너, 우리 모두가 효제가 중요한 가치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면 장성한 자들은 안심하고 잉여 생산물을 사회에 내놓을 것이고, 기꺼이 국방을 위해 힘쓰게 된다. 효제의 가치가 확장되면 충이 되어 왕을 중심으로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여 점점
그 나라는 강해진다. 강해지는 만큼 백성은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과정은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때문에 유학에서는 효제충신을 목숨걸고 강조하는 것이다.


可使制梃 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가사제정 이달진초지견갑이병의.

몽둥이를 만들어 진나라와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병기를 두들기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使 [A] 以 [B]는 'A하여 B하게 하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梃은 몽둥이를 말한다. 그리고 甲은 갑옷, 兵은 병기를 의미한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효제충신이 강조되는 사회는 장성한 자들로 하여금 마음놓고 생업과 국방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만든다. 행여 내가 전쟁에서 전사하더라도 내 가족을 사회가 챙겨준다면 덜 억울할 것이다.

맹자는 바로 이 점을 포착했다. 백성들을 서로 뭉치게 하고, 전쟁에서 최대한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비법은 바로 효제충신의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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