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의 방식

in #ko2 years ago

(이어서)

간절하면 된다. 간절하면 끌어들인다. 간절하면 내가 보내는 가려움 시그널을 천지만물이 해결하기 위하여 움직인다. 왜? 한 몸이니까.

논리가 참 간단하다. 누군가 과학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철학적이라고 대답하겠다. 철학적인 것은 비과학적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과학의 냉정한 칼날에 철학은 이미 난도질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것은 비철학적인가? 그 역시 아니다. 철학적 논리의 정합은 당연히 과학에서도 요구된다.

천지만물이 한 몸이라는 생각은 동양철학 전반에서 일관된 사상이었다. 즉, 양명학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수천년 동안 다듬어진 아이디어이므로, 과학적이냐 비과학적이냐 여부를 뛰어넘어 동양의 생활양식과 문화, 사고체계의 전반에 영향을 미쳤음은 사실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천지만물일체론이 서구 과학적 연구방법론에 의해 검증되길 기다릴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인정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관점에서 보면 된다. 그래서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간절함으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자.

간절함이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간절해질 수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즉, 간절함의 방식이 따로 있는가.

양명학은 이에 관해 지행합일이라는 재미있는 이론을 제시한다. 지행합일이 무엇인가. 주의할 점은 양명학과 사상적 대척점에 있는 주자식 사고방식으로 본 지행합일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양명식 지행합일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자식 지행합일부터 설명해보자. 주자식은 간단히 말해 '아는 것을 행하라'는 것이다. 즉, 먼저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행해야한다. 한자로 표현하면 선지후행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시간차가 나므로 아는 능력과 행하는 능력은 별도의 능력이 된다. 주자는 사람마다 다른 이러한 능력의 차이를 기질의 차이로 본다.

그런데 양명식 지행합일은 주자의 이론과는 다르다. 양명은 진정한 앎은 행함을 포함한다. 즉, 아이스크림을 안다는 것은 아이스크림이 어떤 맛인지 책으로만 배운 게 아니라 실제 먹어보고 그 맛을 느껴본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양명은 앎은 행함의 시작이고, 행함은 앎의 완성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행함이 없는 앎은 앎이 아니고, 앎이 없는 행함은 행함이 아니다.

이해하기도 어렵겠지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간절함을 얘기하면서 지행합일을 설명한 것은 내가 볼 때 진정한 간절함이란 양명의 지행합일 논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고 하자. 그 간절함이 진심이 되려면, 몹시 바라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행합일에서 앎에 그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앎은 행함의 시작이라고 했다. 좋은 점수를 바라고 있다면 그에 걸맞는 행함이 함께 해야한다. 공부를 하는 행함이 함께 하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것도 열심히 하는 행함이 함께 해야한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좋은 점수를 바라는 간절함... 이것이 진정한 간절함인 것이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좋은 건강을 기원하는 동시에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할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철학은 이처럼 상식적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원하고 바라는 것은 많지만 그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건 상식이 아니다. 간절함이 없는 것이다.

로또의 당첨을 바란다면 적어도 로또를 사는 행위는 해야하지 않을까. 지행합일은 간절함의 최소 요건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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