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석유, 비트코인

morning (70)in #ko-bitcoin • 8 years ago

whalehunting
19세기 초반 미국에 찰스 모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투자가였다. 그의 활동 무대는 그 당시의 에너지 시장, 즉 고래 사냥이었다.
고래 사냥을 에너지 산업이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전 세계가 고래 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대부분의 오일 램프에 고래 기름이 들어갔으며, 경뇌 양초의 원료가 되기도 했다. 경뇌 양초는 그당시, 보다 밝고 냄새가 적은 고급 상품이었다.
“칸델라” 라고 하는 단위는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국제 표준 광도 단위이며 경뇌 양초 하나의 밝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단위이다. 당시 고래 기름 양초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찰스 모건이 고래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이미 고래 산업이 50년 이상 성숙해가던 때였다. 이윤이 많이 남는 사업이었기에 정부가 이미 장악하고 있었고 세세하게 법제화 되어있었다.
시간이 지나 모건은 일곱척의 포경선을 구축했다. 1841년에 고래 산업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후, 그는 여덟척째의 포경선을 추가했는데 351톤의 나무로 된, 자신의 이름을 딴 배였다.
그러나 몇년 후 모건은 고래 산업이 점점 레드오션이 되어감을 감지한다. 또한 고래의 개체 수도 감소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847년 그는 포경선들을 팔고 광산업, 철도건설업, 은행업 등 사업 아이템 다양화를 모색했다.
모건이 결단을 내린 타이밍은 결국 옳았다. 1849년 어느 캐나다 지질학자가 역청 타르에서 기름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고 케로신(등유)이라고 이름 붙인다. 얼마 안가 케로신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여 사람들은 고래 기름 램프보다 훨씬 저렴한 케로신 램프를 사용하게 되었다.

1850년대에는 석유 추출물인 파라핀이 발명되었다. 그로 인해 고래 기름으로 만든 양초 수요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전구는 1880년에 가서야 발명된다.)
수십년간 크게 성장하고 시장을 지배해왔던 고래 사냥의 시대는 이렇게 단 몇년만에 끝이 나고 만다.

whaleoilchart
고래 산업 종사자들이 단번에 모두 파산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석유 산업에 기회가 있음을 보았고 뛰어들었다.

두 산업에는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성장기와 침체기가 있다는 점
고래 사업가들은 고갈이라는 현상에 익숙하다는 점
기름을 얻기 위한 어려운 모험이라는 점
화학적으로 정제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사학자 사무엘 존 밀스 이턴은 1866년 당시 아래와 같은 평을 했다.
"기존의 많은 고래 업자들이 돛배와 작살을 가지고 바닷속 괴물을 찾던 그 열정으로 이제는 석유가 나는 곳을 찾아서 땅을 파내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가 반복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한쪽에는 낡은 방식의 돈과 은행업이, 다른 한쪽에는 새로운 방식의 금융 기술이 등장했다. 19세기 석유 혁명 때와의 공통점을 몇가지 추려본다.

불환 은행 산업 - 중앙은행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수십년동안 빠르게 성장했고 강력하게 법제화 되어있다. 2008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의 은행가들은 희귀한 것을 찾아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고있다. 바로 “이자”가 그것이다. 증가하는 통화량과 중앙은행의 개입 속에서 투자에 대한 보상을 창출해내야만 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모비딕을 사냥하던 캡틴 에이허브가 그러했듯이.
훨씬 효율적인 기술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서 몇달 전에는 1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트랜잭션이 이루어졌고 그것은,
- 몇초만에 처리 완료되었다
- 중개인이 필요 없었다.
-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었다.
- 일요일에 발생했다
  정말로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19세기의 석유가 그랬듯이 "도전자"의 객관적인 전력을 평가해보자면
- 경쟁자급이 안되고
- 당대의 지식인들로부터의 서포트가 없으며
- 온갖 사기를 동반하고 있고
- 가격 등락이 격심하다
- 끔찍하게 나쁜 상품과 굉장히 품질 좋은 상품이 공존한다.(스탠다드 오일이라는 말은 어느정도의 품질이 보장되는 상품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말해, 암호화폐 사업가들은 석유 초창기 때와 같이 거친 서부의 환경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암호화폐 회사들은 기존 은행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들을 앗아 가고 있다.
고래 기름 산업과 석유 산업이 공통점을 가졌듯이 비트코인과 기존 은행 산업 또한 디지털 화폐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므로 기존 은행가들에게는 새로운 경제분야에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명백한 기회가 우선적으로 있는 것이다.
물론 암호화폐가 돈과 은행업의 미래 모습인지, 비트코인이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 은행들의 가지고 있는 높은 위상이 결코 당연한 권리인 것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암호화폐에 어떤 도전과 기회가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다가오는 암호학 기술들이 돈과 은행업을 새로운 레벨로 올려버린 모습이다. 이제 낡은 기술을 가지고는 작은 부분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고객들이 앞으로 점점 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제어와 융통성: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만들어 1000 곡을 주머니에 담을 수 있도록 했듯이, 고객들의 눈높이는 주머니에 담을 수 있는 은행이어야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예금에 대한 높은 투명성: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액수를 검증받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예금 업무와 대출 업무는 별도의 서비스가 될 것이다. 구제금융을 해줄 중앙은행이 없어지게 되면 사기와 지불불능의 위험이 높은 곳에 맡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 두가지 업무는 전통적으로도 분리된 사업이었으며 이미 비트코인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0% 예측 가능한 금융 정책: 수염을 기른 아저씨 하나가 독단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더이상 없을 것이다. 특정 기관에서 비밀리에 결정내리고 그것을 믿고 따라야 하는 시스템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로 깨지지 않을 시스템을 요구할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는 결함을 내포한 시스템은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오늘날의 은행도 충분히 견고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다음번에 또 커다란 은행의 위기를 겪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것이다.
이것이 우리앞에 펼쳐질 새로운 현실이다.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견고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재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화폐는 새 시대의 번영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혁명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