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에게 정말 미안했던 일

in #kids2 months ago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 아내님이 코로나에 걸렸다. 휴가를 쓰고 집으로 와 아내님을 격리 조치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가족 중에 코로나 환자가 있어도 학교를 빠지면 안된다는 방침에 따라 첫째를 학교에 데려다 준 날이었다. 하교시간이 되어 갓난쟁이였던 셋째를 둘러업고 둘째 손을 잡은 체 첫째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아무리 '정문'에서 기다려도 첫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전부 하교한 후에도 보이지 않아 교실로 들어가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하교시간에 맞춰 나갔다고 하셔서 다시 첫째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학교 주변을 둘러보아도 첫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학교 정문이 보이는 곳으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첫째가 다니던 태권도 차량이 보였다. 관장님도 나를 알아보고 경적을 울려 다가가 보니 첫째가 타있었다. 관장님은 첫째가 혼자 '정문' 벤치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걱정되서 데려다 주려고 태웠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째를 야단쳤다. 아빠와 동생들이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아냐며 그동안 쌓인 피로와 걱정, 울분을 아이에게 쏟아낸 거 같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는 데 아내님이 내가 실수한 부분을 콕 집어 이야기 해주었다. 아내님이 이야기 해주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첫째를 등교시켰던 곳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곳이 사실은 '후문'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아이들이 오가는 곳이 당연히 정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주의를 기울였으면 어느 쪽이 정문인지 알 수 있었는데 화가 난 마음으로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집으로 오는 내내 첫째를 훈계했으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조용히 밖으로 나와 진짜 '정문'으로 향했다. 어둑한 달빛 아래 조그만 벤치가 보였다. 첫째는 그곳에 앉아 하염없이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난 후에도 아빠가 올 거라 굳게 믿고 있었을 테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칠 때 무섭진 않았을까? 힘들게 만난 아빠가 보자마자 다그치기만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기다림에 지쳐있던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내가 참 원망스러웠다. "아빠 미안해."라고 말하는 아이보다 한없이 부족한 어른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다음날 첫째는 열이 났고 아내 다음으로 코로나에 걸렸다. 나 때문에 그런 거 같아 가슴이 아렸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열심히 간호해 주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아이 대신 내가 아프게 해달라고. 그 다음날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 많이 아팠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하루만에 상태가 좋아진 첫째는 예전처럼 밝게 생활했다. 내 과오를 되돌릴 순 없지만 아이 대신 내가 아픈 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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